항상 강조하는 부분중의 하나가 의상을 때와 장소에 맞게 입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져 많은 여성들이 센스있게
의상을 소화해 내는 편이나 의상문화는 아직 완전히 정착되지않은것 같다.

얼마전 압구정동의 꽤 알려져 있는 식당엘 간적이 있었는데 많은 경우
그렇듯이 주부들이 여기저기 모여 먹고 담소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여성들의 의상이 모두 대단한 장소에 외출한
차림같거나 혹은 야간업소에서나 알맞을 것같았다. 어느정도의 금속이
들어간 옷은 멋있을수 있으나 지나치게 번쩍거리거나 현란한 수를
놓은것,그것도 금사 은사로 수를 놓은 옷들은 보기에 거부감을 준다.

왜 그러한 의류의 선호도가 높은가. 의상이전에 우리의 소비문화가
과시욕구를 충족시키는데 첫번째 의의를 찾기때문인것 같다.

자신에게 어울리고 내게 멋을 갖추게 하는것 보다는 먼저 남의 눈에
화려하게 띄고 싶다는 허영이 심리적으로 크게 작용하지 않았는가 한다.
바로 그점이 또한 유행에 대한 맹종으로 나타난다.

누가 무엇을 갖고 무엇을 입었으면 나역시 그것을 가져야하며 그것을 입지
못하면 그 계층에 끼이지 못할거라는 불안심리가 작용해서인지 어느집에
가나 비슷한 장식물,어느 모임에서나 비슷한 의상을 갖추는등 주체의식을
찾아볼수 없다.

나를 위한 삶이 아니라 타인지향적인 삶이니 그 또한 얼마나 피곤할
것인가.

20년전에 비해 의식주의 수준은 대단하게 발전했지만 사람들의 의식수준은
그때보다 더 못하지 않은가 싶다. 한예로 호텔의 뷔페 레스토랑에 가보면
꼭 호텔의 뷔페를 먹어야만 상류라는 의식을 갖는지 사람들로 붐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까지 전부 모여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먹는다.

물질면에서 상류를 지향하고자 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예의와 의식수준은
의상과 마찬가지로 정착되지 못한 것이다.

유행에 관한 집착의식은 요사이 젊은이들 세계에서 많은 여성들이 체격을
무시하고 가늘고 긴 스커트를 입고다니는 데서도 나타난다.

슬림스커트를 입으려면 키가 커야하며 또한 너무 뚱뚱하지 않은
체격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신체조건은 고려해보지 않고
유행이기에 입고다니는 것은 자기의 멋을 손상시키는 행위일 뿐이다.

오 청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