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박사로 통하는 장수영씨(36.금성정보통신위성통신실장)는 이따금
어린아이처럼 위성을 타고 우주공간을 날아다니는 꿈을 꾼다. 우주복을
입은채 자신이 제작한 통신위성에서 지구로 보낼 각종 데이터를 압축하고
있는 모습에 스스로 흐뭇해하며 단잠을 깨곤한다.

경기도 안양시 호계동의 럭키금성제1연구단지내 본관3층 한켠의
위성통신실. 40여평이 채 못되는 바로 이곳이 그가 꿈을 키우기 위해
정열을 바쳐 씨를 뿌리고 밭을 일구는 그만의 작은 우주의 세계이다.

"오는 2020년께 쏘아올릴 제3세대 무궁화위성은 반드시 제손으로 모든
시스템과 위성체를 제작할 생각입니다. 그때쯤이면 우리나라도
세계최고수준의 위성통신기술보유국이 될것으로 자신합니다"
장수영씨가 위성통신분야 기술개발에 직접 뛰어든것은 지난해 1월이다.
91년 미국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나무모델(tree model)을 이용한
데이터압축기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전공을 가장 많이 살리고
적성에 맞는 분야를 위성통신으로 판단,금성정보통신이 추진중인 무궁화호
프로젝트를 위해 입사했다.

"처음에는 대학강단이나 국가출연연구소에 갈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성취욕구가 강하고 다이내믹한 생활을 좋아하는 성격탓에 기업체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국내에서는 관련자료조차 구하기 힘들고 의논할 사람조차 귀한
분야지만 무한영역의 위성통신쪽에 첨병역할을 한다는 각오로 지난1년을
숨가쁘게 뛰어온 것이 조금도 후회스럽지않다고 밝혔다.

장박사는 지난1년동안 하루 13~14시간을 연구실에서 보냈다. 39명의
연구진들의 활동사항을 체크하고 함께 토론하는 한편 무궁화호
통신방송위성의 공동제작사인 미GE사나 영 마르코니사관계자들과의 잦은
회의때문에 그많은 연구시간도 모자랐다고 말했다.

"미국생활에 어느정도 젖은 가족들의 불평(?)탓에 최근에서야 1주일에
두번은 오후7시께 집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머리속에는 항상 위성이
날아다니고 수만가지데이터를 압축 분석하고 있으니 가족들한테 미안하기
그지없습니다"
장박사가 하고있는 일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위성체제작기술을
확보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몸담고있는 회사를 위해 위성서비스장비를
개발하는 일이다.

그는 우선 첫째목적을 위해 3가지전략을 구상해 추진하고있다.
한국통신이 발주한 제1세대무궁화호 통신방송위성사업의 부계약자로서
오는95년 성공적으로 쏘아올리도록 지원하면서 시스템분야와 요소기술등
선진기술의 국내확보를 꾀하고 있는것이다.

그런다음 오는 2005년의 제2세대위성때는 회사가 주계약자가 되어
국내위성프로젝트사업에 참여,시스템분야의 독자설계능력을 확보 제작하며
2020년의 제3세대위성때는 위성체의 모든것을 설계 제작한다는 포부를
키워나가고 있다.

"위성통신등 우주항공분야는 시스템 설계및 제작기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네트워크구성이나 컴퓨터소프트웨어기술 마이크로웨이브기술등 요소기술도
절대 필요하지만 시스템을 몰라서야 위성을 안다고 할수 없는 것이지요"
장박사는 따라서 제2세대무궁화호위성때는 시스템엔지니어링기술을
확보,세계일류위성통신회사들과 당당히 경쟁해 사업을 따내고 나머지
요소기술은 다른업체를 부계약자로 선정,위성을 제작키위해 제반기술을
축적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함께 위성서비스장비개발에도 한창이다. 위성통신전문회사가
되기위해서는 위성체제작과 트랜스폰더(위성중계기)생산은 물론
소형위성지구국(VSAT)등 위성서비스장비와 각종 단말장비의 생산도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VSAT는 전자통신연구소와 공동개발중입니다. VSAT와 트랜스폰더는
조만간 위성서비스를 시작할 인도네시아등지에 수출할 수 있는
유망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장박사는 또 연구진들과 함께 위성체에 필요한 데이터를 지상관제소에
주어 위성체상태를 관측하는 CR&T장비의 일부를 자체적으로
설계,제작도면이 구미공장에 넘겨졌다며 위성분야기술습득이 하나씩
성취되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첨단기술인 위성분야도 이제 더이상 선진국만이 점유하는
독점기술이 될수 없습니다. 2000년까지는 우리도 이같은 기술을
확보,위성선진국으로 부상할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장박사는 물론 이를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위성분야연구인력을 양성하면서 우리도
선진국을 따라갈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일이라고 말했다. 첨단설비는
돈으로 살수있지만 사람은 적극적으로 키워야만 한다는 얘기이다.

패기만만한 30대중반의 나이에 새로운 분야에 매달려 비지땀을 쏟고있는
그의 열성은 우리나라 과학기술분야에 또하나의 새로운 이정표를
심어줄것으로 기대된다.

<김형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