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흔히 상아탑이라고 부른다. 현실도피적이고 관념적인 학구생활을
하는 곳으로 비유한 것이다. 영국의 수상을 지낸 디즈레일리도 "대학은
빛과 자유와 학문만을 하는 장소이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산업사회가
도래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은 상아탑 구실을 했을뿐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학은 엘리트양성이나 학문연구만을 하는 상아탑의
영역을 벗어나 산업사회에 직접 뛰어드는가하면 현실사회에서 응용가능한
지식을 체득 계발시켜 주는 대중교육장으로 변모되었다.

40년대후반 미국의 스탠퍼드대학이 경영위기에 직면했을때 대학소유의
유휴지에 첨단기술공업단지인 "스탠퍼드산업연구공원"을 만들어 기업들을
입주시킴으로써 그 고비를 넘겼다. 대학의 연구실험실에서 얻어진 성과를
단지내의 기업들에 이전시켜 기술혁신을 이룩했다. 그것이 스탠퍼드를
60년대들어 미국 굴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만들었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된 것이 지금의 실리콘밸리다. 대학과 기업이 합동으로 신기술을
창출하고 그것을 기업화 상품화하여 국제경쟁력을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 선도자는 스탠퍼드의 터만교수였다. "대학은 상아탑이라기보다는
산업에 응용할수 있는 연구개발센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그의
스승으로부터 배운 철학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스탠퍼드산업연구공원"을
세운 것이나 제자들로 하여금 벤처비즈니스를 창업하게 함으로써
산.학.연협동의 모범을 보여 주었다.

지난 70년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 트리니티칼리지 구내에 조성되기 시작한
"케임브리지과학공원"도 스탠퍼드의 그것 못지 않게 야심찬 것이다.
대학의 우수한 두뇌와 연구시설,첨단기술산업이 유기적으로 산학협동체제를
갖춤으로써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뒤늦게나마 고려대학교가 지난 7월 이공대 구내에 "산학연종합연구단지"를
94년까지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바 있다. 그동안 여러 대학의
연구소들이 과제별로 산학협동연구를 해온 사례는 많다. 그러나
연구단지를 세우겠다는 대학의 계획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엊그제 산업공학과 한민홍교수팀이 시운전에 성공한 무인자동차(KARV1호)의
연구개발성과도 그 계획에 청신호를 던져주는 전조인것같아 반갑기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