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자금의 성격이 점차 투기적 성격을 띠고 따라서 매매패턴도 상당히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국내증시가 활황세를 나타내며 외국인들이 개방이후 최대의
매집양상을 보이자 일부에서는 외국인들의 국내주식시장참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있다.

그러나 지난 10월중순이후 외국인들의 매수규모가 급증한 것이 국내경제및
증시를 밝게 보고 미리 주식을 사두려는 차원이 아니라 국내주가가
상승하자 차익을 얻기 위해 돈이 몰려든데 따른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들이 투기적 단기투자를 하고있다는 증거는 여러 군데서 노출된다.

먼저 최근 유입된 자금의 대부분이 전세계의 자본시장을 돌아다니며
차익을 노리는 이른바 "핫머니"의 성격이 강한 영국계라는 지적이다.

외국인들은 지난 10월중에 3천5백65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입해
월간기준으로는 개방이후 최대매수규모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개방
첫달인 지난 1월을 제외하고는 월평균 1천억원내외에서 사들이는데 그쳤다.

10월중에서도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 10월중순이후부터
자금유입속도가 빨라졌다.

문제는 이들 자금의 절반가량이 영국계자금이라는데 있다.

영국계 자금은 영국증시가 별로 좋지않자 전세계 각국의 증시를
돌아다니며 높은 투자수익을 내려는 핫머니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내에 진출한 한 영국계 증권사관계자는 "최근 급속히 들어온 외국인
자금은 한국증시에 장기투자하려는 돈이 아니라 언제라도 과실을 먹고
빠져나갈수 있는 단기투자자금"이라고 밝혔다.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을 봐도 이러한 진단은 더욱 명확해진다.

우선 매매규모에서 주문단위를 크게 늘리는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지난 10월초순까지 종목당 5천~1만주씩이 고작이던 매수주문규모가
10월중순이후 10만주단위로 늘어났다.

주문규모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기존에는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하던
비교적 소액자금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이제는 전세계를 투자대상으로 삼는
이른바 "글로벌펀드"가 유입자금의 주축을 이루고있는데따른 것이다.

"글로벌펀드"는 조성자금규모가 워낙 커서 큰 단위의 주문을 낼수 밖에
없고 투자대상지역이 여러 군데여서 굳이 한 국가에 매달리지 않고 주가가
오르면 뛰어들었다 내리면 팔고 금세 떠나는 발빠른 자금이다.

최근 유입된 외국인자금이 투기적이라는 증거는 주문경로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개별종목의 회사내용을 중시하던 저PER주 투자시대에는 기업조사기능이
뛰어난 외국증권사의 조언을 받아 이들에게 일단 주문을 준 뒤
증권거래소회원인 국내증권사가 매매체결을 대행토록 했다.

그러나 국내시장의 시황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단타매매를 벌이는
최근에는 외국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국내증권사에 직접 주문을 주고 있다.
국제영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쌍용 대우증권의 경우 외국인투자자의
직접주문비율이 약80%로 늘어났다.

매매종목에 있어서도 단타매매에 유리한 금융주 대형주 편중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개방초기에는 기업내용이 좋은 저PER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주가를 크게
끌어올렸으나 막상 차익을 거두려고 물건을 팔려했을 때는 유통물량이 적어
팔지도 못하고 큰 손실을 보는 쓰디쓴 투자경험을 했다.

이제 이들은 저PER주를 더이상 거들떠 보지 않는다.

이들은 철저히 유통물량이 많은 금융주와 대형제조주를 사들이고 있다.
그래야만 차익이 생기면 언제라도 팔수 있게된다.

외국인들은 장래에 주가가 오를수 있는 종목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일단
주가가 오르는 종목을 추격매수해서 이익이 나면 팔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 주말부터 벌써 매도물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외국인들도 이제는 "종목을 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사고 있다"는 진단이
설득력을 갖게됐다.

<안상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