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다보면 숱한 만남과 헤어짐,그리고 헤어짐과 만남의 연속임을
느끼게 된다.

더욱이 지금처럼 결실의 계절인 가을에 접어들면 이 단순한 느낌은 추수를
앞둔 농부처럼 덧없이 흐른 인생의 뒤안길마저 거둬들이려는 감상에 빠지게
마련이라만 요즘따라 부쩍 그런 상념들은 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게 한다.

지금으로부터 34년전인,정확하게 얘기하자면 1958년4월 초순으로
기억된다.

당시 종로2가에 있던 승동교회에서 매주 목요일 오후3시에
한국기독학생동지회라는 모임이 있었는데 내가 중앙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하여 교내 기독학생회에 가입하자 동기들의 안내로 이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 모임은 당시에 자유당 국회부의장이었던 황성수선생님(재미)께서
지도하셨고 현재 정동에 있는 CCC(세계대학선교회)총재로 계시는
김준곤목사님께서 지도강사로서 목요강좌를 맡고 계셨다.

회원은 서울대학교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중앙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등 기독학생 간부들이 중심이 되어서
대학복음화 운동을 위한 성경공부와 학생활동이 전부였지만 신앙동지들의
모임이었기에"신앙동지회"라 불렸고 34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때의 신앙동지회 회원들은 뿔뿔이 헤어져 지금은 전국 각교회의
목사님으로,장로님으로,의사로,혹자는 직장에서 중역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서울에 남아있는 신앙동지회 회원들은 을지로6가에 있는 메디컬센터의
스칸디나홀에서 두달에 한번씩 만나 그동안 교회에서 봉사한 일과 문제점
해결,그리고 동지들의 소식을 나누면서 정답게 지내고 있다.

우리 신앙동지회 회원들을 지도하셨던 선생님들께서는 지금도 하느님
말씀을 열심히 증거하면서 건강한 생활을 하고 계시는데 30여년이 지난
지금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먼저 하늘나라에 간 동지도 없지않다.

새문안교회에서 권사로,안수집사로 충성스럽게 봉사했던 한 동지의 부음은
우리 모든 동지들에게 슬픈 소식이자 신의 섭리를 새삼 느끼게 했었다.
지금처럼 종말론이다,휴거다 하고 자기만의 구원과 자기만의 들림을
받겠다는 소동때문에 기독교의 참뜻을 왜곡시키고 있으니 어찌 혼돈의
파장이 아니겠는가.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한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준비하는
삶,진정한 우리의 이웃과 사랑을 나누기위해 땀을 흘리는 삶이 곧 우리
신앙동지회 회원들의 생활신조이자 진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리라.

나는 지금도 아침에 동네뒷산에 올라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어울려"나의 살던 고향을."부르면서 아침 체조로 건강을 관리하고,주일에는
교회에 나가서 주일학교 어린이들과 하느님 말씀을 나누면서 신앙생활을
하고,직장에서는 나를 필요로하는 사람을 찾아서 열심히 섬기고,전국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신앙동지회 회원들과 함께 하느님께서 부르실 때까지
더욱 열심히 봉사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비단 이 노력이,이작은 나의 노력이 두달에 한번씩밖에 만나지 못하는
신앙동지회 회원과의 교우 가운데서 얻어낸 삶의 자세이지만 신앙동지회를
이끌고있는 서갑원회장(강원대 교수)을 비롯하여 존경하는 김일환
장로,황등교회 단임목사로 수고하고 계신 김수진 목사님의 간절한
기도,지면관계로 다 거론할수 없는 모든 회원들에 우정이 함께 어울린
격려일 것이다.

만남과 헤어짐이 인생사에서 필연이라면 지금 이시간에도 사회에
봉사히기를 노력하는 신앙동지회 회원들의 갊은 먼훗날 하늘나라에서
필연적으로 받을수밖에 없는 상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