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적자가 연초 예상보다는 훨씬 줄어들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것이
수출의 증가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수입둔화에 의한 현상이라는 사실이
문제이다. 수출이 늘어야만 경제가 잘 돌아가게 돼있는 것이 우리의
경제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에 내년엔 수출여건이 좋아진다는 전망이
나와 일단은 반가울수 밖에 없다. 무역협회와 국제통화기금(IMF)이 다같이
그런 전망을 하고있어 믿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무협은 세계적인 경기예측기관들의 전망을 토대로 선진국들의 경제가
올해의 1. 7%성장에서 내년엔 2. 9%성장으로 호전될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이들 국가의 수입량도 올해의 4. 3%증가에서 내년엔 최고 7.
8%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과 EC의 경기회복이
본격화될것이라는 예측이 주목을 끈다.

IMF도 세계경제성장률이 미국 EC등의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올해의 1.
1%에서 내년엔 3. 1%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세계교역신장률도 금년의 4. 5%에서 93년엔 6. 7%를 나타낼 것이라고
한다. 국제유가도 계속적인 안정세를 보일 것이며 국제금리가 선진국의
금융완화정책으로 더 떨어지리라는 점도 세계경제 회복의 주요요인으로
꼽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새로 발표한
선진국들의 내년도 실질국내총생산(GDP) 하향수정과는 상당히 어긋나는
것이다. OECD는 미국경제회복세의 저조등으로 내년 선진국경제성장률이
종전의 3%예측에서 2. 1%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같은
하향수정에도 불구하고 내년 세계경제가 올해보다는 호전될것이라는
전망만은 아직은 흔들리지 않고있다.

문제는 세계경제가 호전된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한국의
수출여건호전으로 이어지느냐 하는 점에 있다. 올 상반기중 주력시장인
미.일에서 한국상품의 시장점유율은 줄어들었다. 노동집약적 상품뿐만
아니라 정밀기기등 고부가가치상품도 중국 멕시코등 후발경쟁국에 밀리고
있다고 한다. 미.일의 경기상황이 나쁜 가운데서도 경쟁국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였고 우리만 뒤처진 것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면 선진국의 경기가 호전된다 해도 이를 우리의
수출증대와 연결시킬수 없다.

결국 수출증대는 해외여건보다는 국내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앞서야만
이룩될수 있다. 기술개발 품질향상을 위한 왕성한 기업가정신과 성실한
근로의욕이 어느때보다도 절실하다.

**** 북한은 `외국인투자법`의 의도 *****

북한은 지난20일 평양방송을 통해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가
"외국인투자법"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지난 84년 외국의
기술과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합영법"을 제정하고 85년에는
합영회사소득세법과 외국인소득세법등을 만들어 운영해 왔으나 그 성과가
지지부진함으로써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합영법"제정후
8년동안 북한에 투자한 외국기업은 조총련을 중심으로한 기업들이 섬유
봉제 유통분야등에 140여건의 소규모 투자를 했을 뿐이다.

이번 북한이 제정한 "외국인투자법"을 보면 외국인의 기업유형을 확연히
구분하고 다각화한 점이 특징적으로 나타나 있다. 즉 이법 2조는
"외국투자기업이란.합작기업 합영기업 외국인기업"으로 분류한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84년 "합영법"제정당시만해도 그 목적이 공동투자
공동운영방식을 통해 외국의 기술과 자본을 활용해 보겠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던데 비해 이제는 외국인이 투자만하고 경영은 북한이 담당케하려는
합작기업도 만들고 1백% 외국인단독투자기업도 특정지역에서는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외국인투자기업의다각화를 위해 이미
"합작법"과 "외국인기업법"도 마련했다고 한다.

여기서 특히 주목되는 몇가지 사항은 북한이 금후 합영사업보다는
합작사업에 주력할 가능성이 짙다는 점이다. 북한이 밝히고 있는
합작사업의 주대상은 선진기술도입과 수출산업분야에 역점을 두고 추진해갈
것이라는 것을 밝히고있다. 이러한 발상은 다분히 우리산업계의 일부
기업이 이미 설비와 원자재를 북한에 제공하고 제품을 반입해오는 방식을
북한이 확대발전시켜가려는 시도로 볼수있다.

그런데 "외국인투자법"제3조는 외국인단독투자 기업의 경우 지난해말
북한이 자유무역지대를 선포한 나진.선봉지구에 한해 투자운영할수 있도록
제한규정을 분명히 하고있다. 이것은 아직 북한당국이 자본주의사회와의
전면적 경제협력관계를 거부하는 상징적인 정책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개방화 향방을 가말해주고있다. 특히 "외국인투자법"은 생산의
기본요소인 노동력공급을 철저하게 해당노동기관이 관장하겠다는 의지를
제16조에서 밝히고있다.

북한의 "외국인투자법"제정을 보고 우리가 느끼는 솔직한 생각은
북한당국자들이 아직 자유시장경제체제의 본질을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법"으로는 북한경제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못한다는
점을 밝혀두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