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록펠러가 어느날 뉴욕시내에서 버스를 타고보니 포켓에 돈이 전혀
없었다. 지갑을 사무실에 놓고 시내에 나온 것이었다. 부득이
수행한 비서로부터 10센트를 빌려 차장에게 지불하고 비서에게"내일
갚겠지만 만약 잊어버리고 갚지 않으면 일깨워 달라"고 말했다. 비서는
"적은 돈인데요. 그냥 두셔도 됩니다"- 록펠러는 정색을 하며 "그게 무슨
말인가. 10센트라고 무시하면 못쓰네. 10센트는 자그마치 1달러의 2년분
은행이자가 아닌가"라고 했다한다. 거부 록펠러의 금전에 대한 의식을
읽을수 있는 이야기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는 우리의 속담과는 거리가 먼 감각이다.
나라살림을 맡고있는 예산당국자들은 기회있을때마다 긴축예산을 다짐해
왔지만 내년예산안에도 도처에 "소잡는 일"을 서슴치 않고 있는 모양이다.

정부는 새해예산안에 "외상사업비"(국고채무부담행위)로 2조5,535억원을
책정해 두고있다(작년대비 11. 9% 증액). 개인살림이나 나라살림이나
할것없이 일을 하다보면 사업에 소요되는 예산을 구체적으로 알수없어
외상계정으로 잡아두는 수도 있긴하다. 그러나 나라안팎이 온통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데 외상사업비의 증가액이 엄청난데다 그 사업내용 역시
시비의 대상이 될것같다. 재외공관 청사구입비,헌법재판소 청사
신축비,의장공관 신축비,중앙선관위 청사신축비,병무청
청사개.보수비,과천정부청사 5동 신축비등 언뜻 보아도 공공건물의
신.개축이 "외상"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형편.

물론 해당 관련기관으로서야 산뜻하고 넓은한 청사가 절실히 필요하겠지만
우리의 공직자들이 이미 지나치게 호화로운 집무실을 갖추고 있음은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일. 예를들면 세종로 제1정부청사와 과천 제2청사에
입주해있는 정부의 장관실은 평균 50평으로 일본의 36. 4평,독일의 27.
3평에 비해 엄청나게 넓은편. 중앙부처의 장.차관뿐 아니라 국영기업체나
지방관청의 공직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50 90평의 널찍한 딜럭스 사무실들은
구미일등의 고위당국자들이 쓰는 삐걱거리는 좁은 사무실들과는 좋은
대조를 이룬다.

아무쪼록 금년 예산국회만은 날치기소동으로 나라살림을 온통 여야의
흥정거리로 삼지말아 주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10센트는 1달러의 2년치
이자라는 "사실"을 새삼 잊지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