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기술연구원 화학기술실용화센터의 허완수박사(36)는 화학물질과
씨름하는게 일과다. 수많은 화학물질중 적절한 고분자를 찾아 알맞는
비율로 이를 조합,새로운 기능의 화학소재를 만들어낸다. 현대판
연금술사다. 그러나 현실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과거의 그것과는
사뭇다르다.

허박사가 개발,최근 미국에서 특허를 획득한 새PVC복합체는 1년6개월에
걸친 연금술사 특유의 끈기와 땀이 일궈낸 결실이다. 이번개발로
건축용파이프 자동차 내장재등의 제조에 쓰이던 PVC의 응용범위가 더욱
확대되게됐다. PVC는 저가의 범용수지이긴하나 충격에 약하고
섭씨80도에서 연화돼 활용범위가 크지않았다.

"모든 화학물질에 새기능을 갖게하려면 제3의 물질을 넣어야하는데
가공하기가 어려워지는 난제가 생깁니다. 이문제를 해결키위해서는
혼화성을 갖는 고분자짝을 찾아야합니다"
구성물질이 골고루 섞이는 혼화성이있어야 복합체의 가공이 쉬워진다고
설명한 허박사는 PVC의 연화점을 높이면서 PVC와 혼화성을 갖는 고분자를
찾는것이 이번연구의 고비였다고 밝힌다. 그는 수많은 고분자중 혼화성을
갖는 고분자짝이 2 3%에 불과,이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밤새도록 자료철과 관련서적을 뒤적여 PVC를 염화시킨다음 나이트릴
러버라는 고분자를 섞으면 가공이 쉬우면서도 물성이강한 새PVC복합체를
만들수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느 고분자를 써야할지를 예측한 다음에는 이들의 구성비율을
결정해야합니다"
허박사는 이를위해 평균필드이론과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활용,최적의
구성비율군을 예측할수 있었다고 말한다. 무수한 실험횟수를 최소로
줄일수 있게 된것이다. 이를 토대로 실험을 계속 반복,보통PVC처럼
1백20도의 온도에서 가공이 가능하면서도 연화점을 1백60도로 높인
새PVC복합체를 손에 쥘수있게 됐다.

지난75년 경기고를 졸업하고 80년 서울대 공업화학과를 나오뒤 미코네티컷
주립대 매사추세츠대등에서 고분자전공연구원으로 활동한 그는 지금은
생기연연에서 자동차 선박을 비롯 각종 제품의 시장경쟁력향상을 위한
고분자복합재료개발에 나서고있다.

<글 오광진기자>
사진 신경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