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은 "추가경정"예산의 준말이다. 정기국회에서 예산을 편성하고
난뒤 돌발적인 재정수요가 발생했을때 예산을 추가하거나 변경하기위해
편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추경은 꼭 필요한 것이고 바람직하다고
볼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재정수요가 국민생활이나 국가경제에
필요불가결한 것이냐의 판단이다. 그동안의 추경내용은 그렇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런점에서 항상 논란이 되고 일반국민들의 거부반응을
일으켜왔다.

정부와 민자당은 14일 내년도 예산편성에 관한 최종 당정전체회의를
열면서 금년도 추경안도 3천억원규모로 짜기로 합의했다.

추경규모 3천억원중 신용보증기금추가출연이 1천5백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지방교부금지출 1천60억원 예비비 4백40억원등으로 짜여있다.

외견상으로 보면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 우선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가
모자라 중소기업들의 대출보증을 못서주고 있기때문에
신용보증기금추가출연으로 보증한도를 늘려 중소기업자금난을 다소나마
해결해보자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또 지방재정교부금 1천60억원도 법에서 지출해야하도록 명시돼있는
것이다. 원래 지방재정교부금은 내국세수의 25.07%를 배정했으나 실제
세수가 더 늘어날 경우에는 다음해에 늘어난 부분에 대한 교부금을
정산해서 배정해주도록 돼있다. 물론 추경이 없을 경우 내년도 예산에
반영해야 한다. 이렇게보면 예비비 4백억원정도가 논란의 대상이 될수
있다.

그런데도 일반국민들의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것은 우선 정부의
식언때문이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금년도 예산을 대폭 늘리면서 막대한 세계잉여금을
남겨 추경을 편성하느니 보다 세수요인을 전부 반영해 본예산을 늘리는
대신 추경편성은 않겠다고 못박았었다. 그뒤로도 여러차례 강조했다.
결국 이같은 정부약속이 하루아침에 번복된 셈이다.

최규하부총리는 최근 예산당정협의기간중 당초방침을 크게 수정,"작년의
세수증가에 따른 교부금정산등 추경편성요인이 생긴것은 사실"이라면서
"93년예산의 확정과 함께 이문제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앞서 민자당의 황인성정책위의장은 "정부측에서 비공식적으로
추경편성을 제기한바 있다"면서 "재해대책비등 소요요인이 있을경우
필요하다면 할수도 있다"고 밝혔었다. 결국 정치권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셈이다.

또 지방교부금의 배정도 법으로 정해진 것이라 하더라도 추경을
편성하면서까지 금년에 집행해야 하느냐 하는점이 문제다.

야당측에선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지방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더구나 한준수전연기군수의
관권선거폭로로 선심성지방사업이 논란이 되고있어 이번 추경안은
국회심의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또 예비비부문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민자당은
정당보조금증액 국가보훈보상금증액 대통령의 중국및 유엔방문경비등
예산에 편성되지않은 계정수요가 발생해 현재 2백여억원밖에 남지않은
예비비로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일반국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 납득하기 어려운것들이다.

추경편성은 정부의 경제정책기조와도 배치된다는점에서 반론이 일고있다.

민간의 긴축을 강조하면서 재정을 계속 부풀려나가는것은 사리에
안맞는다는 얘기다. 오히려 편성된 예산도 긴축집행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이번 추경편성은 또 한번 팽창예산논란을 불러 일으킬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성장률이 6%로 떨어졌음에도 안정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던
정부가 곧 추경편성안을 내놓는것은 그간 추진해온 안정화정책에 대한
의지를 의심케하는 것이다.

또한 재정부문의 비대화로 인해 민간부문에 더 심한 자금난과 투자위축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일고있다.

이와함께 정부의 추경편성으로인해 연말 통화관리에도 적잖은 부작용을
초래할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연말자금및 대선자금수요로 통화증발이 예상되는 마당에 3천억원가량의
추경편성이 강행될경우 통화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돼 물가불안으로
이어지지말라는 보장도 없다.

더욱이 이미 신규통화공급의 상당부분을 재정에서 잠식하고 있기때문에
재정지출의 비중이 더 커져서는 곤란하다는게 통화당국의 지적이다.

중소기업지원의 큰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추경편성의
공감대는 다소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심의과정에서 얼마만큼
설득력있는 추경을 편성할지 두고볼 일이다.

<박영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