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패션계가 달라지고있다. 수입개방과 무분별한 외국브랜드 도입으로
뿌리째 흔들리는 듯하던 국내패션계가 혼돈후의 안정을 되찾으면서
무한경쟁시대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거듭나고 있다.

90년대초부터 시작된 불황의 길고 긴 터널을 힘겹게 지나는 동안
한국패션이 살아남아 나아갈 길에 대한 적극적이고 본격적인 모색과 실천이
계속되고있는것.

국내패션계의 자구내지 거듭나기 노력은 내셔널브랜드업체와
하이패션디자이너에 의해 각각 다각적이고 독자적인 방법으로
이뤄지고있다.

음악과 미술행사를 겸한 이색살롱쇼나 고객사은행사를 겸한 계절패션쇼의
개최,신인디자이너 발굴을 위한 패션공모전의 기획,오토쿠튀르브랜드의
개발등은 국내 패션계의 절치부심을 보여주고있는 사항들.

불황과 그에 따른 패션업체의 연이은 부도등으로 감량경영내지 축소정책
일변도를 보이던 국내패션계가 이처럼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기
시작한것은 그동안의 조정국면을 통해 지구촌시대의 적자가 될수 있는
가능성과 노하우의 일부를 터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주)신원의 에벤에셀디자인공모전은 패션업체에서 시도하는 신진디자이너
발굴전이라는 점에서 패션계는 물론 일반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행사.

(주)신원이 국내패션산업에 뛰어들면서 곧바로 실시하기 시작한
에벤에셀디자인공모전은 신진디자이너들의 공식적인 데뷔나 등장기회가
적은 국내패션계에서 기업에 의해 마련된 첫공모전으로 신인디자이너들은
물론 패션전공생들의 도전장이 되고있다.

지난 8월29일 최종 입상자가 선정된 이행사(하얏트호텔)의
올해(제3회)응모자는 4백여명. 1,2차심사를 거친 51명의 최종후보자중
대상의 이소영씨(28.베스띠벨리)와 본상의 전영주씨(베스띠벨리)임선경씨
노영균씨(모두스 비벤디)등 7명이 입상자로 뽑혔다.
이공모전의 경우 대상 수상자에게는 2년간 유럽패션스쿨연수의 특전이
주어지며 나머지 수상자에게도 유럽과 일본패션계연수의 기회가 주어지게돼
신인디자이너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있다.

국내디자이너로는 유일하게 독자적인 정기컬렉션을 개최하고있는
이광희씨가 대규모컬렉션에 앞서 마련하고있는 살롱쇼 역시 하이패션계의
불황타개및 국내패션계의 탈출구 모색방법으로 주목을 끈다.

이광희씨는 지난해부터 봄 가을 두차례 자신이 대표로있는 갤러리룩스에서
음악회와 전시회를 겸한 유럽형의 살롱쇼를 개최,하이패션고객들과
매스컴에 다가오는 계절의 오토쿠튀르의상을 선보임으로써 자신의 영역을
고수하고 있는데 올가을 역시 지난2일 오후2시와 6시 두차례 살롱쇼를 통해
50년대 복고풍위주의 의상을 발표했다.

중년여성들을 위한 빅사이즈의상으로 국내패션계에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한 마담포라의 이철우씨는 지난달29일 고객사은행사를 겸한
가을겨울패션쇼(호텔롯데)에서 고객모델을 등장시키고 고객중
베스트드레서를 뽑는등 새로운 마케팅전략을 수립,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씨는 또 올가을부터 오토쿠튀르브랜드를 새로 개발하고 나아가 날씬한
실버여성들을 위한 의상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런가하면 중견디자이너 손석화씨는 지난달17일 올추동패션쇼를 열어
자신의 패션세계를 알렸고 부산에서 활발히 활동하고있는 이영희씨 또한
지난달26일 부산파라다이스호텔에서 다섯번째 추동컬렉션을 개최,과감한
색상대비와 지적인 분위기를 특징으로 하는 의상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중견디자이너와 패션업체의 이같은 노력은 패션계 전체로 확산되면서
국내패션계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박성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