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 미술계가 불황이라고들 야단이다. 그 불황이 어디
미술계뿐인가.

70년대중반 이후 우리 미술계가 호황의 상승세를 계속 탄 것도 경제상황의
호전에 있었다. 미술품 투자가 재테크의 유망분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 주요인으로 지적될수 있다. 경제분야가 그랬듯이
미술계 또한 거품현상에 휘말려든 것이라고나 할까.

그동안 미술품값은 천정불지로 치솟아 올라 보통사람들에게는 작품을
구입한다는 것이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그림 한점값이 웬만한 집
한채값을 상회하는 경우가 허다했지 않은가.

극단적인 예를 고 박수근화백의 유화에서 찾아 볼수있다. 70년대초 당시
대졸회사원의 초봉인 2만원이면 그의 2호짜리 그림을 살수 있었다. 그런데
85년에는 손바닥 크기만한 호당가격이 1천만원선을 넘어섰고,90년에는 1억
1억5,000만원을 호가해 세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여년전 보다 무려
1만 1만5,000배가 껑충 뛰어 올랐으니 그럴수밖에 없었다. 이 경우는 그가
작고작가라는 점에서 희소성의 경제원칙이 적용된 당연한 결과로 치부될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생존작가들의 작품도 근간 몇년사이에 그에 버금할 정도로
폭등한게 사실이다. 적게는 5-10배,많게는 20-30배나 올랐다. 물론
그것이 전체 미술인의 10%도 채 못되는 작가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이긴
하나 대학이나 대학원을 갓 나온 풋내기 미술학도들의 작품이 호당
10만원을 호가하는 것을 보면 일부에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이러한 미술품값의 이상폭등은 대중을 예술의 향취로부터 더욱 격리시켜
놓았을 뿐이다. 일부 작가나 화랑들의 경제적 부의 축적에는 플러스적
효과를 가져다 주었을지 모르나 미술품애호저변 확산에는 마이너스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최근 원로.중진을 비롯한 인기작가들의 작품값이 30-50%나 내렸는데도
매기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가하면 판매한 작품들마저도 화랑들에
되돌아 오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투기로 부풀려진
미술시장의 이상과열이 진정되어 가면서 미술품가격이 적정수준으로
되돌아가는 조정국면으로 받아들여질수도 있다.

신진작가들의 대거 참여로 "탈불황"을 해보겠다는 의지로 여는
"92화랑미술제"(20-30일 예술의 전당)가 우리 미술시장이 정상을 되찾는
전환점이 되길 빌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