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사절단의 전격적인 서울방문계획이 발표되면서 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재계는 특히 그동안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던 "대우의
대북비즈니스독주"에 어떤 변화가 일게될지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있다.

대우그룹은 지난1월 김우중회장이 평양을 공식방문,북한측과
남포공단합작건설등에 합의한 이후 줄곧 북한과 관련된 각종 프로젝트를
주도해왔다. 남포건이 핵사찰시비로 주춤해진 이후에도 정부와 업계를
대표,시베리아산가스 수송파이프를 북한에 부설키로 북측과 전격
합의하는등 계속 주도권을 장악해왔다.

시베리아산가스 수송용파이프부설건은 특히 지난90년 현대그룹에 의해
추진됐던 일임을 감안하면 대우의 대북주도권이 어느정도임을 짐작케한다.

이는 특히 김우중대우그룹회장이 개인적으로 수행해온 "대북경제접촉의
남측창구"역할과 맞물려 더욱 주목되는 일이다. 업계일각에서는 김회장이
이달초 모스크바에서 김달현부총리를 만났을 당시 우리정부를 대표해
남북경제관계개선과 관련된 모종의 "합의서"를 작성했다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심지어 지난5월 비밀리에 평양을 재차 방문,"모스크바합의"에 관한
사전정지작업을 하고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나돌고있다.

합의서의 정확한 내용은 확인되지않고 있지만?유엔개발계획(UNDP)이
주관하는 두만강유역개발에의 남한기업참여 ?나진 선봉지구통신망및
철도사업 ?남포 나진 청진등의 항만확장사업 ?서해안대륙붕공동개발등이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이들 프로젝트는 북한이 낙후된 경제의 재건을 위해 시급히 필요로 하는
사업이어서 업계가 눈독을 들이고있는 것들이다. 주목되는것은 이들
"합의"가 정부대 정부차원이 아닌 김회장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만큼 이 합의가 실제로 이행될경우 대우그룹이 일정지분의 "프리미엄"을
갖게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번 김부총리일행의 서울방문이 "대우독주"에
제동을 걸고 우리측 대북진출창구다변화의 길을 열어주는 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있다. 주로 대우이외 그룹들에서 제기되고있는
이같은 관측은 우선 "지난1월 대우가 대북창구를 장악한 이후 실제로 해낸
일이 무엇이 있느냐"라는 반문에서부터 비롯되고있다. 대우는 올1월
북한측과 남포공단건설에 합의한 이외에도 제3국을 통해 북한이 필요로하는
기름 기계 각종물건을 공급키로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왔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북한내 실무관리들은 대북중개무역을 위해 평양을 드나드는
재미교포무역인등에게 "대우가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않는다"는 불만을
터뜨려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가지 주목되는 일은 최근 북한정부가 "광명성"이라는 무역회사를
세웠다는 사실이다. 김정일의 호를 딴 이 회사는 북한이 대우와의
교역창구회사인 삼천리에 못지않은 국영무역업체로 키우겠다는 야심아래
최근 설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방과의 경제교류가 본격화될 것에 대비해 세운 것으로 알려진 이 회사는
남측기업들과의 교역창구로도 적극 활용될 전망이다.

업계는 또 북한사절단일행이 서울방문기간동안 대우외에도 현대 삼성
럭키금성 선경등 주요기업들을 고루 방문할 계획이라는 점에도
"전기마련"의 기대를 걸고있다. 북한측도 그동안 대우를 주로 한
대남교역과정에서 상당수 남한기업들로부터 "불만"을 사왔을뿐 아니라
경제개발프로그램의 범위가 확대될수록 대우이외기업들과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어쨌든 남북한은 오는9월 경제협력공동위원회를 설치,양측간의 경제교류를
본격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있어 이번 북한사절단의 방문성과에 따라
창구다변화는 예상할수 있다. 삼성 럭키금성 선경등 그룹들도 9월이후
독자적인 대북사절단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