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들이 수혈을 거부하는 사태가 속출하고있다.
12일 병원들에 따르면 에이즈감염을 우려,수술을 받을 환자와
환자가족들이 "병원에서 공급해주는 피는 믿지 못하겠다"며 수혈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발해 수술이 취소되거나 지연되는등 부작용을 빚고
있다는것이다.
특히 산부인과 정형외과등 수혈요구량이 많은 수술환자들중에는 헌혈액을
불신한 나머지 가족이나 친척들의 혈액을 채혈해 수술을 받겠다는 환자들도
적지않아 병원관계자들이 크게 애를 먹고있는 실정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지난 6일 즉시 수술을 받아야할 산부인과 정형외과
환자들중 일부가 수술중지를 요구하고 가족헌혈로 수혈액을 확보하겠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수술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대병원측은
혈액이 적십자혈액원에서 공급된것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환자를 가까스로
설득,3 4시간후에야 수술이 이루어졌다.
또 세브란스병원관계자는 "지난2일 에이즈에 감염된 부부의
동반자살사건이후 "수술때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되는게 아니냐"며 항의성
문의를 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며 "일부환자들은 막무가내로 수혈을 못
받겠다고 버티는바람에 의사들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관계자들은 이처럼 수혈을 기피하는 환자들에대해 헌혈액의 안전성을
설득하고 있으나 일부 의료진들은 만약의경우 감염사건에 휘말릴것을
우려,환자설득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있는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보건원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혈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될 확률은
1백만분의 1에 불과하나 현행 검사법으로는 항체 미형성기간중의 혈액에
대해선 에이즈감염여부에 관한 판별이 불가능해 수혈로 에이즈에 감염되는
억울한 희생자가 앞으로도 나올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는 수혈을 통해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가 ?국내.국외수혈 각각
6명 ?혈우병치료를 위한 혈액제제 투여 4명등 모두 16명에 달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헌혈에 대한 사전검사가 에이즈감염을 막을 방도가 없는데다
수혈로 인한 에이즈감염자들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현 상황에선
환자들이 수혈을 기피하는 사태가 심화될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서울대의대 김진규교수(임상병리과)는 "정확한 검사법이 확립될때까지
가능한한 자가수혈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일반인들에게 수혈감염에 대한
지속적인 계도를 병행해야 수혈기피와 같은 사태발생이 최소화될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