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5일 광주비엔날레 국가 파빌리온이 속속 개막한 날, 수많은 예술계 인사가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찾은 곳은 따로 있었다. 광주 동구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영국 테이트모던, 국립현대미술관 관장과 예술감독 및 관계자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전시장 안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는 진풍경이 벌어졌다.한스 울리히 오브히스트 영국 서펜타인갤러리 예술감독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하루 세 차례나 전시장을 찾았다. ‘김아영’이라는 한국 작가의 27분짜리 신작 영상을 시청하기 위해서다.1979년생 미디어 아티스트 김아영은 역사와 시대에 저항하거나 이탈하는 존재들을 조명하는 작가다.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호한 상태에 늘 관심을 가졌다. 이런 존재들을 비추며 우리 시대가 직면한 이슈에 대해 메시지를 전한다.지난해 9월 김아영은 세계 최고 권위 미디어아트 시상식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에서 최고상인 ‘골든 니카’를 품에 안으며 세계 예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인이 이 상을 받은 건 김아영이 최초다. 이때 선보인 작품 ‘딜리버리 댄서의 구’는 테이트모던에 소장됐다. 최근에는 MoMA에서도 상영회가 열렸다. 이번 신작을 관람하기 위해 해외 인사들이 앞다퉈 전시장을 찾은 이유다.그는 지난 4월 초대 ‘ACC 미래상’을 수상하며 이번 전시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딜리버리 댄서의 선 : 인버스’에 투입된 제작비만 무려 3억원. 김아영은 당당히 1560㎡ 규모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제1전시실을 홀로 가득 채웠다. 광활한 전시장 천장에 가로 11m짜리 대형
광주비엔날레에선 본전시 외에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파빌리온’을 찾아가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2018년 세 곳으로 첫선을 보인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점점 그 수가 늘어 지난해 9곳의 국가관이 자리 잡았다. 30주년을 맞은 올해에는 30여 개의 국가, 도시, 기관이 참여해 광주 전역에 31개 파빌리온이 마련됐다.이번 비엔날레 파빌리온에서 주목해야 할 국가관 중 한 곳은 올해 처음 참여한 일본관. 광주 동구 갤러리 오브람과 갤러리 혜움 두 곳에서 ‘우리는 (아직)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는 주제로 전시를 펼친다. 깜깜한 공간에 매달린 다양한 길이의 쇠파이프가 관객을 맞이한다. 각각의 막대기는 돌아가며 부딪히고, 그 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진다. 우쓰미 아키코와 야마우치 데루에가 광주의 역사 속에 내재한 수많은 목소리와 침묵들을 주제로 만든 작업이다.덴마크는 광주 남구 씨움에 설치한 국가관에 ‘쇼케이스’를 열었다. 현재 가장 유망한 청년 작가 4인을 만날 수 있다. 퍼포먼스에 관심을 갖고 작업을 펼치는 인물들이다. 자신의 몸, 타인의 몸을 빌려 작업을 선보인다. 이번에 나온 작품들은 모두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만을 위해 새롭게 제작됐다.광주 전역에 걸쳐 파빌리온이 설치됐기 때문에 하루만으로는 본전시와 파빌리온 전시들을 관람하기는 쉽지 않다. 국가별로 개관 시간, 휴관일이 다르기 때문에 파빌리온 관람 전 정보를 확인하고 동선을 짜야 한다.광주=최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