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종합상사들에 비상이 걸렸다. 하반기부터 주한일본종합상사들에
수출업이 허용되어서이다. 국내에 진출해있는 21개일본상사 가운데 우선은
가와데스상사등 외형기준으로 하위12개사에만 수출업이 허용됐다지만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라는게 국내상사들의 진단이다.

무엇보다도 종합상사들의 존립 텃밭이었던 국내중소제조업체들을
일본상사들에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종합상사와 중소업체를
이어주는 가장 큰 연결고리는 자금이다. 물론 정보제공 기술지도등도
종합상사들이 중소업체들에 줄수있는 큰 무기이다.

이같은 연결고리의 대부분에서 국내상사들은 일본상사들의 경쟁상대가
아직은 못된다는 것이다.

우선 가장큰 요소인 자금부터가 그렇다. 현재 한일양국간의 금리차이는
10%를 넘는다. 우리나라는 공금리만도 연율18%선을 유지하고있는데 일본은
6 7%선에 머물고있다. 김리는 곧 금융비용이다. 국내상사들보다 훨씬
값싸에 자금을 조달할수있는 일본상사들이 국내중소제조업체들에 "낮은
금리의 자금지원"을 내세워 협력관계를 요청할 경우 그"약효"는 그대로
먹힐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않아도 최근 가중되고있는 자금난으로
중소제조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를 내거나 부도직전에서 휘청거리고있는
상황이다.

일본상사들은 해외의 폭넓은 금융거점을 활용할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또 일본상사들은 대부분
스미토모상사=스미토모신탁은행,이토추상사=다이이치간교은행등의 식으로
세계적인 금융기관들과 계열사관계에 있다. 그만큼 자금동원능력에서
국내상사들과는 비교도 되지않는 우월한 상황에 있다.

정보력과 거래노하우등에서도 국내상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있다.
1백년이 넘는 전통을 갖고있는 일본상사들은 평균 1백개가 넘는
해외지점망을 활용,빠르고 정확한 정보와 거래능력을 축적해왔다.

세계최대경제규모를 갖고있는 미국의 연간총수출실적가운데 10%가량을
미국진출 일본계상사들이 차지하고 있는데서도 일본상사들의 실력을
알수있다.

반대로 국내종합상사들은 최근 경쟁력이 극도로 취약해져있는 상태이다.
정부의 강력한 대기업집중력억제정책에 따라 종합상사들은 ?무역금융등
여신상의 지원대상배제 ?부동산보유및 중소협력업체들과의
계열관계금지?유통 창고업등 신규사업진출금지등 각종 규제를 받고있다.

상사활동의 젖줄이라 할 자금에서는 물론 수익기반확충을 위한
신규사업진출에도 까다로운 제약이 가해져 한마디로 영업의욕이 크게
저하돼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대일무역개방이 단행됨으로써
국내상사들은 당장 어떤 대응책을 마련해야할지 전전긍긍 하고있다.

삼성물산 (주)대우등 국내상사들은 대일무역업개방이 예고된 지난해부터
사내에 대책위원회등 태스크포스를 구성,대응책마련에 부심해왔으나
이렇다할 대책은 나와있지않다. 정부측에 대일무역업개방시기를
"국내상사의 경쟁여건이 갖추어진 때"이후로 미루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이
주된 "대책"일 뿐이었다.

정작 국내상사스스로의 경쟁력강화대책에는 이렇다할 엄두를 못내왔다.
도리어 최근 럭키금성상사의 예에서 보듯 경영환경악화를 극복키위한
감량경영 조직축소개편에 부심하고있는 실정이다.

현대종합상사의 박원진상무는 대일무역업개방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담담한 반응이다. 정작 상사기능강화를 위한 단기적 대책마련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대일무역업개방조치로 당분간 국내수출업계에는
"대기업=국내종합상사,중소기업=일본계상사"의 협력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있다. 자동차 선박 기계 전자등 중화학품목은 상당부분을
현대 삼성 럭키금성 대우등 대기업그룹계열사들이 생산하고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계열국내종합상사들이 수출창구로 계속 남게될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대부분의 생산을 맡고있는 섬유 신발등 경공업품목은
"자유경쟁의 원리"에 따라 금융 정보등에서 한발 앞서있는 일본상사들이
주요 수출창구로 들어앉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긍정과 부정의 두갈래 상반된 해석이 가능하다.

우선은 그동안 침체에 빠져있던 섬유등 주종경공업품목의 수출이 활기를
띨 가능성이 있다. 일본상사들이 대기업형 품목의 수출권장악이
어려운만큼 이들품목의 수출시장발굴에 주력할 전망이어서이다. 이점이
바로 대일무역업개방을 단행한 우리정부가 예상하고있는 "기대효과"이기도
하다.

반면 이같은 현상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이는 국내수출상권의
대일상실,국내상사들의 신시장개척기회상실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이는 또 일부산업의 대일예속이 가속화되고 관련국내업체들은
대일로컬업체로 전락하는 결과를 빚을수도있다. 이점은 국내종합상사들이
그동안 "대일무역업개방 절대반대"의 주된 근거로 제시했던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국내상사들로서는
"다행스럽게도"21개주한일본상사가운데 외형기준으로 상위9개사는 이번
개방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내 종합상사들이 그나마 힘을 기를수있는
"마지막 시간여유"가 주어진 셈이다. 그러나 일단 대일무역업개방의
뚜껑이 열린만큼 나머지 9개사에 대한 개방도 시간문제이다. 상사들은
그동안의 계열사대행체질에서 시급히 탈피,자생력을 길러나가는 일이
시급해졌다.

<이학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