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중소기업주간행사가 14일 막을 내렸다.
기협중앙회가 주최하고 신보 중진공 무공등 16개기관이 공동주관한 이번
행사는 10회에 걸친 학술세미나를 통해 중소업계가 안고있는 문제점과
앞으로의 정책방향에 관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졌다.
이번 세미나에선 그동안 부각되어왔던 중기의 자금난 인력난 기술개발을
비롯 창업및 지방중기육성등의 현안들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이번 행사에서 다뤄졌던 중소기업의 현안과 개선방안을 짚어본다.
중소업계의 연쇄부도 여파로 자금난문제가 역시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금년 1.4분기중 전국에서 문을 닫은 업체가 1천7백64개사로 전년동기대비
61.2%가 늘어날 정도로 중소업계의 자금사정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박상규 기협중앙회회장이 14일 전국중소기업자대회에서 "특별자금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한 것도 사정이 그만큼 급박함을 반증한다.
예년에는 자금사정이 조금 나아지는 시기도 있었으나 올들어서는
중기자금난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것이 중소업계의 지적이다.
해결방안으로는 중기구조조정기금과 공제기금등 정책자금성격의
금융확충을 주장하는 소리도 높았지만 근본적으로는 상업어음할인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있게 제시됐다.
한국개발원(KDI)김준경연구위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단기자금공급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선 상업어음할인제도가 정상적으로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금융확대는 특혜시비에서 벗어날수 없을뿐아니라 어차피 담보부족으로
이용에 한계가있다는 지적.
상거래에 수반해 발행된 진성어음인 상업어음할인을 원활히 해줄 경우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일수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제조업체의 경우 이 제도가 활성화되면 원재료구입에서
제조.판매시까지 자기자금부담없이 신용거래에 의해 영업을 할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
하지만 중소업체들은 상업어음할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일반은행의 어음할인재원부족과 진성어음여부식별곤란,할인금리의
경직성,어음유통부진에서 비롯되고 있기때문이라는것.
이를 해결하려면 우선 은행의 자율적인 여신운용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제시됐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진성어음을 갖고도 세원노출을 꺼려 정확한
세금계산서를 첨부하지 못해 할인혜택을 못받는 사례도 많은 실정이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세무행정개선(예를 들어 녹색신고제활성화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상업어음 일반매출의 금리를 자유화하고 금액 기간등 매출조건을
규격화,어음유통을 촉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중소기업 창업분야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현행 창업지원제도는
중진공의 창업조성자금,벤처캐피털제도,시.도.구청의 창업민원실제도등
다양하다. 뿐만아니라 각종 세제및 입지지원시책도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창업기업들 상당수가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채 문을
닫고있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이는 다양한 지원제도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최용호경북대 교수는 "창업자에 대한 자금지원이 미흡하고 절차간소화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창업촉진을 위해선 창업자전용 아파트형 공장건설을 비롯한
입지공급원활화와 창업절차의 일괄처리제(원스톱서비스)강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벤처캐피털인 창업투자회사가 투자재원을 확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일반금융기관의 창업지원자금확대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것.
지방화시대의 주역인 지방중기육성과 이들업체의 기술개발촉진도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성근 영남대 교수는 "대구지역 중소기업은 저부가가치 생산구조와
영세성 판로확보곤란등의 문제를 안고 있어 경영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분석하고 기술개발로 이를 극복해야 할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방중기의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선 공공연구기관의
지방입지확대,고급기술인력의 정착기반구축,산업기술연구조합설립추진등이
시급한 실정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밖에 인력난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병역특례제 외국인기술자연수제도및
교육제도등의 대폭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어차피 불법취업외국인이 7만명에 이를 정도로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기술자연수제도 개선을 통해 불법취업을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주간행사기간중 바람직한 의견제시도 있었지만 "말의 성찬"이라는
감도 적지않았다.
중요한 것은 구슬을 꿰서 정책으로 연결시키는 일이다.
과거에도 이같은 행사가 여러번 있었지만 정작 실행에 옮겨진 것은
많지않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계가 있는 정부 정책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중소업체
스스로 자립의지를 다져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도 있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되겠다.
<김락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