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3차 33평형 3층 A급,융자 3천5백만원 전세 7천5백만원 안고
1억6천5백만원. 원급매"
서울 강남터미널 건너편 부동산가에 내걸린 매물광고 내용이다.
개포 대치 상계 목동등 서울시내 주요아파트단지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마다 이같은 매물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유리창을 온통 급매물광고로 도배질을 해놓은 중개업소들도 곧잘 눈에
띈다.
개포동 주공아파트 5단지 중심상가 1층에 자리잡고있는 현대부동산가의
최기천씨(52)는 "이 일대 중개업소마다 팔겠다고 내놓은 매물이 40 50건이
넘는다"며 중개업 경력 17년만에 처음겪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계 중계동일대에 배포되는 부동산정보지에는 시세보다 1천만
2천만원이나 싸게 내놓는다는 급매물이 수두룩하다.
매물만 모아 지역별로 배포되는 이 부동산 정보지엔 지난3월 중순까지만
해도 이런 매물은 5 6건에 불과했으나 4월들어서면서 급증,4월초엔
42건,말엔 1백2건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는 2백건이 넘는다.
그동안 집값상승을 주도해온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가격을 보면 최근의
집값 하락세를 실감할수 있다.
구 현대아파트 35평형은 집값이 한창 오르던 지난89 90년엔 3억5천
3억8천만원을 호가,아파트값이 평당 1천만원을 넘어서는 기록을 남겼다.
이지역 아파트값은 그 이후에도 강보합세를 유지,부동산 경기가 최고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4월에는 로열층의 경우 4억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5월로 접어들면서 부동산 경기하락 징후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이 지역아파트들도 연말께부터 2천만 3천만원이 내렸다.
워낙 하방경직성이 강해 집값하락세가 다른지역보다 늦게 나타났던
것이다.
날개돋친듯 오르기만하던 아파트값이 한번 떨어지기 시작하자 걷잡을수
없을 정도로 내려갔다. 지난2월엔 3억원으로,최근에는 2억3천만
2억7천만원에 가격을 형성하고있다.
로열층의 경우 최고시세를 보인 작년4월보다 1억1천만원,비로열층은
1억2천만원이나 떨어졌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라는 소설제목을 연상케했다.
로데오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K부동산의 노태식씨는 "최근 집값은 지난해
최고시세의 60%정도"라고까지 말하고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택가격이 이처럼 빠른속도로 떨어지는데는
공급확대와 가수요억제정책이 주효했기때문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성건설의 이영호이사는 "주택경기 사이클상 불황기에 접어든데다
2백만가구건설,주택전산망 가동등이 집값안정에 크게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신도시 계획등의 실현에 따른 풍부한 입주물량,대형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중과세및 1순위 제외,당첨권 전매등에 대한 강력한 투기억제대책등도
집값을 끌어내리는데 한몫 톡톡히 했다.
아파트 가격이 급락하자 이제까지 부동산가에서 볼수 없었던 해프닝이
속출하고있다.
집주인이 전세를 산다는 조건으로 내놓은 집들도 많다. 신도시
아파트당첨자들이 계약금과 중도금을 내기위해서다.
젊은 직장인들이 이기회에 집을 마련하자며 나중에 입주할 요량으로
전세입주자를 끼고 집을 사는 사례도 부동산가에서 흔히 볼수 있는
풍경이다.
뿐만아니라 서울에서도 면목동 동현아파트나 개봉동 거성아파트가
1,2순위에서 미달돼 무통장 3순위자에게 청약기회가 돌아가는등
미분양사태가 이젠 서울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에서 미분양된 아파트는 작년말 현재 1만1천여가구.
지난 1월엔 1만3천가구로,2월 1만8천4백15가구,3월에는 1만8천8백13가구로
늘어났다.
그동안 잘 팔리던 대형 지정업체 아파트마저도 미분양사태가 속출하는등
아파트경기는 마냥 어둡기만하다고 주택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