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당초 우려했던것 보다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것으로
분석되고있다. 최각규 부총리겸경제기획원장관은 8일 청와대에서
"내수경기진정속에서 물가와 국제수지의 개선추세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보고했다.
오랜 침체의 늪에서 헤매고 있는 경제가 호전된다면 이처럼 다행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는 다시 활력을 찾아야 하고 좋아져야 한다.
그러나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은 "좋아져야 한다"는 희망과 기대가 워낙
강해서 나온 것은 아닌가. 과연 한국경제는 호전되고 있으며 앞날은
밝은가를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경제가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더라도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는 것은
필요하고도 중요하다. 경제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게 되면 그런 전망이
경제를 더 나쁘게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가 안정을
다지면서 성장을 지속할수 있는 조건을 검토하는것을 소홀히 한채
정책당국이 성급하게 낙관론을 펴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올들어 4월말까지 소비자물가는 3.2% 오르는데 그쳐
전년동기(5.4%)보다 상승세가 둔화되었고,4월까지의
무역수지(통관기준)적자는 43억달러로 전년동기보다 11억달러나 적자폭이
줄어들었다고 하면서 올해 경제를 밝게 전망하고 있다. 경제는
통계숫자풀이가 아니다.
더욱이 지난해엔 물가상승률이 높았고 무역수지적자규모가 컸다. 바로
이와같이 경제실적이 좋지 않았던 해의 통계숫자에다 비교해서 경제가
좋아진다고 해석하다간 진짜 경제회복을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는
사실을 자칫 잊게 할수도 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성급한 낙관논을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상반기 소비자물가상승률을 5%이내에서 안정시키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상반기 물가상승률 5%가 과연 안정이라는 이름을 붙일수 있는
수준인가. 지난해 상반기엔 물가가 6.5% 올랐으니 5%면 안정이라고 할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하반기에 예정된 것으로 알려진 유가인상
교통요금인상을 비롯 대통령선거라는 물가불안요인을 어떻게 수습할수
있을지,쌓이는 걱정은 한둘이 아니다. 물가를 부추길 복병은 곳곳에
산재해있다.
정부가 현재의 경제동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는것과 경제치적홍보를
강화하는 것이 서로 연관이 있는것같아 씁쓸한 느낌을 갖지않을수 없다.
최근에는 기업의 도산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기업이 부도를 내고
쓰러지는 것은 산업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일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심각한 부도사태는 이런 것으로 설명될수 없다. 91년 부도로
쓰러진 기업(개인포함)은 6천1백59건으로 90년의 4천1백10건보다 50%나
늘어났다. 올해 들어서도 4월2일현재 1천3백7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했다.
기업은 쓰러지고 있는데 이를 산업구조조정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가하게 설명할수 있는가. 아무 기업이나 다 살려내야 한다는걸
얘기하자는게 아니지만 쓰러져가는 기업,살아있어도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기업을 그대로 둔채 경제를 살린다는건 말이 되지 않는다. 기업은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관차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활력을 찾으려면,더욱이 성장잠재력을 키우려면 최소한 세가지
변화가 지속돼야 한다. 즉 생산적 투자증가와 기술혁신,그리고 열심히
일해야 잘 산다는 국민적 자각이 그것이다.
최근 산은의 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올해 2.2%증가에
그칠것이라는 것이다. 이는 86 89년평균증가율 27.9% 91년의 11.6%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이다. 생산적투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생산능력이 확대될수
없다.
노동력부족은 또 얼마나 심각한가. 일할 사람이 없어 경제가 힘을 잃고
있다는건 예삿일이 아니다. 더 열심히 더 정성을 기울여 세계제일을
지향해야 살아남을수 있다는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모두 일손을
놓고 있다. 많은 수의 사람들은 단번에 한몫을 거머쥘 꿈을 꾸고 있다.
정치판은 국민의 흐트러진 생각을 오히려 부추기기도 한다.
과연 한국경제는 버틸 힘이 있는가. 힘을 축적하고 있는가.
안정,긴축이라는 말을 쉽게 사용하지만 그에 따르는 고통과 어려움을
극복할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는가. 그런 공감대형성에
각경제주체는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가. 이런점을 다같이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