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밑이 어둡다"는 말이 이 경우에도 과연 적절한 비유가 될는지
모르겠지만 한나라 경제형편에 밝은 쪽은 정작 그나라 자신보다 외국이다.
이를테면 외국기관들은 우리보다 훨씬 냉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그리고
나무대신 숲을 보는것과 같은 넓은 시야로 한국경제의 돌아가는 모양을
관찰한다. 그러면서 가장 기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다름아닌
금융기관들이다. 돈을 빌려주는 조건을 바꾼다.
우리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의 해외로부터의 외자차입조건이 최근에와서
현저하게 나빠지고 있다는 보도(본지4월30일자1면)는 바로 한국경제에대한
외국기관과 경제전문가들의 평가가 절하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반증하는
내용이어서 주목된다.
해외차입조건이 나빠진다는 것은 곧 외자조달이 어려워지고 조달하더라도
금리와 수수료등 상대적으로 더 무거운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것은 또 결과적으로 기업의 금융비용부담,국가적으로는 외채의
원리금상환부담을 그만큼 더 무겁게 만들고 우리 상품의
대외경쟁력강화노력에 또하나의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86년이후 중단된 상업차관도입의 재개여부가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다고하나 정부는 현재 주로 금융기관의 외화대출용 뱅크론이나
해외채권발행과 기업의 해외증권발행을 통한 외자조달만을 허용하고 있다.
다시 불어나고있는 외채동향을 고려할때 신규 해외차입은 최대한
억제해야할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의 극심한 자금난과
고금리부담,첨단산업설비투자수요등이 겹쳐 외자수요는 갈수록 증대될
전망이다. 그런 터에 차입조건이 갈수록 불리해진다니 걱정이 안될수
없는것이다.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저하경향은 이미 여러 조사기관에 의해 지적된바
있다. 세계적으로 투자전문지 "인스티튜투셔널 인베스터"의 최근 조사를
비롯해서 한국의 신용도순위는 금년들어 한두단계씩 뒤로 밀려나고 있다.
그 결과가 곧 차입조건 변동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결과일뿐 원인을 제공한 것은 우리 자신이다.
다시말해서 최근의 해외차입조건악화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정부의 잘못된 경제운용 탓이다. 드러난
지표보다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다. 가령 정부와 재계의 불편한 관계같은
것이다. 그 피해는 결국 홍콩당국의 현대건설 신공항대교 건설입찰제외
결정으로까지 이어진다. 세계가 한국 경제를 다시 신뢰하게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