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밑 흰머리가 하나 둘 늘기 시작하는 불혹의 나이를 넘고 보니 주위에
이런 저런 연줄로 인하여 많은 분들과 인연을 맺고 살아왔음을 알게된다.
한 분야에서 외길 인생을 살아와 전문적이긴 하나 어떤 의미에서는
편협될수 밖에 없는 인생의 장을 지닌 나에게 풍부한 간접경험을 통하여
전혀 새롭게 인생을 관조할수 있는 기쁨을 주는"코뿔소"라는 모임이 있다.
70년 배재고등학교를 졸업한 동기동창생들로 이루어진 우리 모임은 개성
또한 각기 다른지라 강양각색의 직업인들이다. 이러한 각양각색의 모임
자체가 즐거움일 수 밖에 없는 코뿔소는 집사람들과 아이들에게도 언제나
신선한 기쁨이며 어릴적부터의 친구라는 끈끈함으로 온 가족들 역시 한
덩어리가 되어 매월 만남에서 정말로 유익한 간접경험의 장이 되고 있다.
자기는 커서 육군대장이 되겠다는 친구(장인원.제우전자 대표이사)의
아들이 아빠 친구인 군인아저씨(최광준.육군대령)에게서 훌륭한 군인이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듣고 배우며,관직에 있는
친구(김동남.공무원)는 기업체의 중역 친구(박태영.동국실업이사)에게서
경영의 어려움을 귀담아 들으며,교육계의 친구(전주식.서울대교수)는
방송계의 친구(운군일.SBS PD부장)에게 최근 학생들의 캠퍼스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고,때로는 증권회사 간부인 친구(김재호.동남증권
기획부장)가 증시침체의 회생양이 되어 혼이 나기도 한다. 나는 그 모든
친구들의 자칭 타칭 주치의나 가정의로 전락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리들만의,우리들만을 위한 즐거움에서 우리 모임은 이제
새로운 또 하나의 즐거움을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무언가 우리들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십분 활용하여 우리가
아닌 남을 위해 합동하여 보람과 즐거움을 찾는 활동이 그것이다.
조금이나마 남을 위하여 봉사하게 되고 이것이 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면
우리를 이렇게 키워준 모든 주위분들에게 미약하나마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우리는 뒤뚱거리는 우리 코뿔소에 힘찬 채찍을 가하고
있다.
힘내라 코뿔소,어느 노래 가사처럼. 우리 코뿔소는 절대 넘어 질수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