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추구라는 지고의 목표를 축으로 탄생과 도태가 끊임없이 반복되고있다.
90년 한국에선 4천1백7개의 기업이 부도를 냈다. 91년엔 그수치가
6천1백59개로 늘어난다. 한달평균 5백13개,하루평균 17개의 기업이 쓰러진
셈이다.
일본도 비슷하다. 회사수명이 30년이라는 통계가 이를 반증한다.
부도기업의 운명은 참혹하다. 파산선고와 빚잔치 또는 3자인수. 그
과정에서 대부분 공중분해되고만다. 주주나 채권자의 손해는 엄청나다.
종업원도 피해를 입는다. 손해를 보는건 이들만이 아니다. 국가경제가
주름진다. "국민"들이 해를 입는것밖에 없다. 도산기업의 수가 많을수록
피해의 골도 깊이파인다.
그래서 제정된것이 회사정리법이다. 이른바 법정관리제도다. 도입목적은
"파탄에 직면했으나 장래 회생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법원감독하에
관리,구해냄으로써 사회경제적손실을 줄이겠다"는것. 시행일자는
1963년1월1일. 도입초기엔 법정관리사건자체가 희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의 수가 적고 법정관리에대한 인식부족때문이다.
70년대에도 사정은 비슷했다. 기업수는 많아졌지만 법정관리는 명목상
제도였을 뿐이다. 60,70년대 법정관리신청및 처리상황에대한 통계조차
남아있지않은 것도 이때문이다.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건 80년에
들어서부터. 84년에 와선 "사법년감"에 "회사정리사건표"라는 항목이
추가된다. 법정관리 신청 처리에대한 전국 통계가 잡히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83년의 예를 보자. 83년에 접수된 47건,그이전에 접수됐으나
처리되지않은 16건등 모두 63건이 판결대상이다. 이 가운데 31건이
법정관리를 받도록 결정됐고 6건은 기각됐다. 기타1건을 합해서 83년엔
모두 38건이 처리된 것이다. 나머지 25건은 84년으로 이월된다.
인용률 64%.기각률 17%
83년에는 또 이미 법정관리를 받던 업체가운데 1개가 법정관리상태에서
벗어났고(종결) 3개업체는 회생불가능판정(폐지)을 받았다. 이런식으로
83년부터 91년까지 9년동안 법정관리를 신청한 업체는 총3백27개사. 같은
기간동안 2백9개업체가 법정관리결정을 받았으며 57개업체는 신청이
기각됐다. 인용률이 64%,기각률이 17%에 이른다.
반면 83 91년에 법정관리 종결처분을 받은 업체는 62개사다. 또
53개업체는 법정관리라는 "특혜"아래서도 회생하지 못한채 분해되고
말았다.
80년대만을 놓고볼때 법정관리 신청.인용.기각에서 특별한 규칙성은
감지되지 않는다. 83.84.85년에 평균이상의 신청이 들어왔다는점. 80년대
후반들어 기각건수가 줄어들었다는 점만이 눈에 띌뿐이다. 90년대에
들어와선 상황이 바뀐다. 91년 한햇동안 법정관리를 신청한 업체가
64개사로 뛰어오른다. 연간 신청건수로는 최고기록이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건 신청건수의 단순한 급증만이 아니다.
신청업체중 상장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금하방직을 비롯 흥양
동양정밀공업 미우 영원통신 보루네오가구 양우화학등 7개 중견상장기업이
91년에 법정관리의 문을 두드렸다. 올해는 사정이 더 나쁘다. 3개월만에
8개상장기업이 신청서를 냈다. 신한인터내쇼날 영태전자공업 중원전자
삼양광학공업 기온물산 논노 삼호 백산전자등이다. 지난해 4월부터 불과
12개월동안 15개상장기업이 법원에 구원을 요청한 것이다. 87년부터
90년까지 4년동안엔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장기업이 3개사에 불과했다.
이유는 어쨌든 사태는 심각하다.
문제는 또 있다. 법정관리를 받는다고해도 회생의 보장이 없다.
수치상으론 83 91년에 62개기업이 법정관리 종결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이
가운데 얼마나 많은 기업이 회생에 성공했는가를 보여주는 통계는 잡히지
않고있다.
재기 성공회사 극소수
태흥 신호제지 동양시멘트 신광기업 흥명공업등 일부업체만이 웬만큼
재기에 성공한것으로 알려져있는 정도다.
반대로 관리진행중에 사라져간 기업은 훨씬 많다. 83 91년에 법정관리
폐지처분을 받은 업체는 53개사에 이른다. 폐지처분은 회생가망이없는
기업에 내리는 일종의 사망선고다. 법정관리 특혜시비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최장 20년간의 채무동결. 그런 고단위처방을 받고도
경영정상화에 이른 기업이 극소수라는건 법정관리대상 기업선정에 문제가
많았다는 뜻이다.
제도모순 원인따져 고쳐야
이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손실을 줄이려는 제도가 부실기업의 "도피처"로
악용돼왔다는 얘기와 통한다. 제도의 악용은 원인을 따져 고쳐야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기업의 부침은 불가피하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도태되는게 당연하다. 냉정하게 말해 그런 기업을 돕는건 낭비다.
법정관리제도 자체를 매도하자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제도의 운용을 이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예컨대 대주주들은 법정관리신청직전에 소유주식을 팔아치울 수도 있다.
고의적인 부실경영때는 이들의 소유주식중 "3분의2를 소각"(회사정리법
221조 2항)토록 돼 있으나 이 규정도 유명무실하다. 이같은 현실이
법정관리신청 러시를 가져왔고 법정관리를 받은 기업중 회생기업의 수적
열세를 초래한게 틀림없다.
<이정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