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바람을 타고 우리나라가 그동안 미뤄오던 국제노동기구(ILO)에
지난해말 가입했지만 노사정이 급변하는 국제노동환경에 적응하지못해
입지강화를 위한 묘안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이는 후진성을 면치못하고 있는 국내노동환경으로서는 국제노동사회에서
어느정도의 입지를 확보할는지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있기때문이다.
정부는 올가을 정기국회에서 노사간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근로기준및 노동행정 관련조약등을 우선 비준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정부주도의 ILO조약 비준과정에서 정부및 노사단체가 복수노조의
설립,교원등 공무원의 단결권 인정,노조설립 절차의 자유화등 쟁점조항의
채택여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와관련,노동부는 ILO조약중 제1호(근로시간)와 제19호(내외국 근로자의
평등대우)등 10여개조약을 오는9월까지 비준하고 나머지 조약중 1백22개는
매년 2 5개씩 수용하는 대신 복수노조등 40개조약은 비준대상에서
제외시킨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이에반해 한국노총 전노협 한국경총등 노사단체는 어차피 채택할수 없는
복수노조인정등 노동자의 단결권과 관련된 제87호(결사의 자유및 단결권),제
3자개입과 관련된 제98호(단결권 단체교섭에 관한 조약),공무원의 노조
허용과 관련된 제151호(공공부문에서의 단결권 보호)등을 먼저 비준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노사단체가 핵심조항의 비준여부에 크게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것은 사용자단체인 경총은 이들 쟁점조항의 비준을 미뤘다가 국제
사회의 통상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노동자단체인 노총은
이들 조약이야말로 근로조건 개선및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할수 있다고
보기때문이다.
한국경총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제품이 외국에서 각종 수입제재조치를
받아온 점을 감안할때 점진적인 조약비준 못지않게 당장 닥칠 "국제노동
환경 제약"에 대비해야할것"이라며 "벌써 이탈리아등 유럽국가들이 한국을
노동탄압국으로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는 별도로 언노련 사무금융노련등 업종회의는 지난7일 정부가 ILO에
가입하고도 노조결성의 자유보장등 핵심조약을 비준하지는 않는것에
항의,우리 정부를 국제노동기구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이같은 노 사 정의 움직임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의 김태기연구위원은
"노동행정을 하는 정부와 노사단체의 의견이 다를수 밖에 없으나
우리나라의 노동외교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공통분모"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김연구위원은 "ILO 가입과 노동관계법 개정 분위기속에서
노사관계가 불안정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ILO가입 이후의
변화는 국제정치와 경제질서의 변화가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날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전문가들은 "ILO는 노 사 정대표로 구성돼 운영되는 국제기구이므로
국제노동기구 가입이 어떤 형태로든 국내 노동조건과 제도개선에 영향을
미칠것"이라며 "그러나 정부 주도하의 ILO속에서 국내 노동환경의 개선은
점진적인것이 될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경총은 최근 발표한 "ILO 가입에 따른 주요 문제점과 경영계
대처방안"에서 "우리나라의 노동환경은 국제적으로 한국상품의 불매운동및
무역압력등을 받을수 있는 여건"이라고 지적,"이에 적응하기위해 ILO조약을
채택하거나 노동법을 정비할때 노 사 정이 지혜를 모아야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