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광그룹은 우리나라의 럭키금성그룹정도되는 대만에선 알아주는
재벌이다.
대만의 그룹중 2,3위를 달리는 재벌로만 알려져있지 정확히
매출액기준으로 2위인지 3위인지는 재계에서도 잘 모르고 있다.
대만에선 좀처럼 그룹계열사의 매출액을 합해 공식발표하는 일이
없어서이다. 단일기업의 매출액 순위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부실기업이라도 많이 거느리기만 하면 매출액은 불어날수 있기에
매출액부풀리기 경쟁은 실속이 없다는 이야기다.
대만경제가 알차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기업내부를 살펴봐도 그렇다.
오동진 신광그룹회장의 점심초대를 받았을 때의 일이다. 본사 16층에
있는 VIP식당에서 이루어졌다.
VIP식당이라고 하지만 분위기도,음식도 가정집에 초대된 것같은 느낌이다.
보험회사 가스회사 섬유 증권 백화점 건설업 병원등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총수답지 않은 검소함이 배어있다.
식사량이 모자라자 본인이 직접 밥을 떠올 정도다. 물론 손님인 기자에겐
서브하는 아가씨가 날라다 줬지만.
"대만에선 귀한 손님은 집으로 초대합니다. 매번 집으로 초대할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이렇게 회사빌딩에 주방을 차렸지요"
오회장은 허례허식이 없다. 옆방은 회의실이다. 식사후 언제든지 상담을
할수 있고 중요 회의도 열수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식사하러 밖으로
나가면 그만큼 시간도 뺏기고 돈도 많이든다. 또 누구와 만나든
경쟁기업에 정보도 누출될수있다.
회장실은 바로 아래층인 15층에 있다. 모든것이 시간을 아끼기위해서다.
빌딩내 레스토랑과 회장실을 멀리 떨어져있는 우리와는 다르다.
모든것이 실속 위주다. 오회장 사무실은 크다. 검소한 그가 사무실은 왜
크게 했을까. 계열사중 서비스업이 많기 때문이다. 서비스업은 고객에게
주는 이미지도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제조업중심의 대기업회장사무실들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사장실보다도 작다.
"제조업은 물건을 생산하고 파는 일이 중요합니다. 회장실이 클 이유가
하나도 없지요. 회장실을 줄이면 종업원들의 일터를 더 넓혀줄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퍼스널컴퓨터메이커인 에이서(Acer)사의 시진영회장의 말이다.
8평이 될까말까한 비좁은 면적에 책상 의자 소파 책장이 덩그렇게 있는게
전부다.
이렇게 검소한 그의 사무실 책상에도 골프잡지는 꽂혀 있었다.
의아했으나 시회장의 설명을 듣고 곧 이해할수 있었다.
"방크기는 사업과 무관하나 비즈니스에서 골프를 빼놓을수는 없습니다"
그는 물론 비서실도 두지않고 있다. 비서도 단 한명뿐이다.
종업원 5천7백여명,91년도매출액(추정)10억달러이상,세계14개국에 50개의
지사와 현지공장을 두고있는 에이서사. 퍼스널컴퓨터분야에서 IBM을 누른
세계적인 회사의 실체다.
에이서사는 우리나라에도 대리점을 두고 있다. 올해안으로 지사도 열
계획이다.
이 회사의 판매담당직원은 "한국과의 거래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며
"그것은 바로 아무리 조그만 회사라도 사장이 직접 전화받지 않고 여비서를
통해야 전화연결이 되는것"이라고 털어 놓는다.
"어떤 회사엔 두 단계를 거쳐야 겨우 통화가 됩니다. 한국과의
국제전화뿐만이 아닙니다. 대만에 나와있는 한국의 거의 모든 정부기관과
지사들도 마찬가지지요"
그는 이제 꾀가 생겼다. 사장과 통화하기위해 소요되는 시간과 통화료를
아끼기위해 팩시밀리를 이용하고 있다.
그는 "한국기업들은 임금수준이 대만보다 높다고 외치면서도 여비서들을
거느리고 있는 것은 이해할수 없다"고 꼬집는다.
"한국기업인들은 대만기업에 전화걸때도 꼭 여비서를 통해 겁니다. 직접
거는 법이 없어요. 그렇게 하는 것이 권위가 서는것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오히려 친구로서의 정이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비즈니스하는 테크닉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76년 사원 11명으로 시작한 에이서사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만경제는 허례허식도 권위주의도 없다. 검소하고 실속으로 가득차
있다.
대만기업중 단일기업(국영기업제외)으로 최대매출액을 내는 대만
플라스틱사는 사내용 봉투와 외부에 나가는 회사봉투가 구별된다.
사내용엔 열칸씩 2줄이 그어져있다. 20번을 사용할수 있도록 고안된
봉투다.
대만인들은 사무혁신의 구호를 외치기전에 조그마한 데서부터 원가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내고 있다.
그래서 그들에겐 일더하기운동이 필요없다. 그런 운동자체를
허례허식으로 보고 있다. 운동과 행사엔 으레 돈과 시간의 낭비가 따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