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토의 서해안은 간만의 차가 크다. 인천앞바다는 그 차이가 특히
심하기로 세계에서도 이름나 있다고 우리는 국민학교시절부터 배워 안다.
어느모로든 이런 자연현상과 유관하다고는 말하기 어렵고 따라서 적절한
비유라고 할수는 없다. 그러나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오른 까닭은 정부의
중요한 정책이나 시책 또는 어떤 사안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과 관심이 왕왕
서해안의 밀물 썰물현상처럼 심하게 변하는 모습을 볼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끝이 없지만 종합상사문제가 그 대표적인 사례가운데 하나라고
서슴없이 말할수 있다.
종합상사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75년이다. 당시 정부는 73년 10월의
중동전에 이은 제1차 오일쇼크로 국내외 경제여건이 극도로 악화되자
"수출입국"의 의지를 다시한번 일깨우는 수단으로 이웃 일본을 본떠
종합상사제도를 도입했다. 수출전문창구를 대형화하고 중소제조업체의
수출대행창구를 마련한다는게 그 명분이었다. 또 이 명분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다. 전문인력과 방대한 해외 지사망을 가진 종합상사를
시장개척 첨병이자 수출의 기관차로 육성 활용하겠다는것은 훌륭한
착안이었다.
당시로서는 비교적 큰 규모였던 9개 민간수출회사와 중소기업제품
전문수출업체이던 고려무역을 합쳐 10개사가 종합상사로 지정되어 금융
외환 상역행정등 여러 방면으로 적지않은 지원과 편의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그결과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이들의 수출비중은 매년
신장되었다. 도합 10개사가운데 국제상사와 금호실업은 뒤에 자격을
반납했으며,따라서 지금은 8개만 남아있다. 또 이가운데 규모면에서
여전히 영세한 고려무역을 뺀 순수 민간 대형종합상사는 7개인데 이들의
지난해 총수출실적은 300억달러가 넘었을것으로 추정된다. 또 정확한
금액은 알수 없지만 그 속에는 계열사제품뿐아니라 중소기업생산품을
대행수출한 몫이 적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종합상사를 보는 정부와 사회의 시각이 크게 변했고 관심도 식은게
오늘의 우리 현실이다. 모든게 세월따라 변하게 마련이긴 하지만 그게
과연 옳은것인지 한번 다함께 깊이 반성하고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종합상사에대한 시각과 관심변화는 수출에대한 열정이 식은것과 관련이
있다. 더이상 거론하기조차 이젠 부끄러운 일이지만 일순간의
국제수지흑자에 그릇 도취되어 우리는 수출에대한 예전의 뜨거운 열기와
애정을 버리고 개방과내수의 의미를 필요이상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정부는 수출에대한 다양한 차별적지원을 하나둘씩 철회해 왔으며
종합상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예외가 안된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일반
무역회사보다도 불리한 입장에 서게한 측면이 짙다. 즉 대기업그룹의
일원이라는 사실때문에 여신규제를 받아야하고 무역금융혜택은 받기
어려워,서비스업종이라는 이유로 주력기업선정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제조업에 공여되는 각종 금융세제상의 지원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종합상사라는 이유때문에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이런 현실의
잘못된 점에 당국이 비로소 눈을 뜨고 따라서 이의 시정과 함께 그들의
역할을 다시금 활성화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는 소식(본지
12일자1면보도)은 퍽 반가운 일이다. 그것은 수출의 중요성에 대한 우리
사회와 정부의 인식이 최근 크게 일신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볼수있다.
정부는 오는 27일 부총리주재로 민관합동의 월례무역애로타개회의를 열
예정이라는데 이런 모임을 갖는 일도 뜻이 깊지만 여기서 상공부가 제기할
생각이라는 종합상사지원강화문제에 유익하고 전향적인 해답이
나왔으면한다. 이들의 애로를 타개하는 일에 이해를 서로 달리하는
부처에서까지도 결코 인색하지 말아야할 것이다. 수출진흥이 곧
경제활력을 되살리는 길이고 그 하나가 종합상사에 수출의 향도역을 다시
맡기는 것이다.
종합상사의 적극 육성과 지원이 새삼 긴요한 과제가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의 활동에 우리 수출의 장래가 걸려있다. 이들은
올목표를 평균 한자리수 증가율로 잡고 있는데 이것을 두자리수로
확대하도록 격려해야한다.
둘째 중소기업의 수출비중확대가 긴요하다. 7차5개년계획은 그것을
50%이상으로 신장시킬 예정인데 이를 위해서는 종합상사들의
대행기반확충이 중요하다.
셌째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종합상사에 대한 갑류무역업 허용조치가 곧
닥칠것으로 보여 장차 경쟁이 격화될 전망인데 그에 앞서 우리 종합상사의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내실을 튼튼하게 키울 필요가 절실하다. 7개
민간종합상사의 지난90년도 매출액순이익률은 평균 0. 35%였다.
100원어치 팔아 35전도 안되는 이익을 남기는 이런 채산성으로는 안된다.
수출은 물론 다각경영으로 채산성을 개선할 길을 터 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