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제대로 지으려면 먼저 기초공사가 튼튼해야한다. 기초가 허술한
건조물을 빗대어 사상누각이란 말을 흔히 쓰는 까닭은 바로 그때문이다.
21세기 국가운명,특히 국가경제의 장래는 다름아닌 기술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두말할것없이 산업기술을 가리킨다.
한국산업전반,특히 한국제품의 내외경쟁력을 강화시켜주고 꾸준히
지탱하게만들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서의 기술을 가리킨다. 한편 그런
기술의 밑바닥이자 원천은 기초과학이다. 따라서 산업기술발전과 21세기의
기술선진화목표를 실현하자면 먼저 튼튼한 밑바닥과 풍부한 샘으로서의
기초과학연구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할때 정부의뢰를 받은 전문가들이 최근 완성한 것으로
전해진 보고서의 국내대학 기초과학연구실태평가내용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실태는 한마디로 한심한 지경이다. 대학에 이런저런
연구소간판은 많다. 기초과학연구기관에 해당하는 부설 이공계
자연과학연구소만도 400개에 육박한다니까 한대학에 평균 3 4개꼴이다. 또
이분야의 최고급두뇌라고할 박사학위이상 연구인력도 전체의 약80%가
대학에 몰려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업적이나 성과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산업계는 그 수준과 능력을 믿지도 평가하지도 않으며
따라서 산업기술발전에 대한 기여도는 들먹일 필요조차 없는 상황이다.
평가보고는 대학의 시설및 자금부족을 주된 배경으로 지적하고 있다.
정부와 사회각계가 이런저런 경로로 대학에 지원한 기초과학연구비총액은
지난해에 고작 550억원으로서 이분야 연구비총액의 6.8%밖에 안됐는데
그것은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업부설연구소의 점유율 22.1%및 71.1%와
좋은 대조를 이룬다. 투입되는 연구비가 적으니까 자연 시설과
연구기자재가 형편없고 연구업적은 더욱 보잘것 없어질수 밖에 없다.
돈이 중요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에 앞서야할 것은 기초과학연구에대한
인식전환과 산학협동및 연구분위기의 실질적인 정착이다.
리공계대학정원을 늘리거나 풀기만하면 기술개발이 촉진되고 기술계
산업인력확보문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는 건 잘못이다. 또
기술개발투자금액을 선진국수준에 맞춰 GNP의 몇%까지 끌어올리면 만사
끝나는 것으로 믿어도 안된다. GNP규모자체가 작은 마당에 그래봤자
절대규모에서 우리가 지향하는 G7(서방선진7개국)수준을 따라잡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가 특화할 전략기술 핵심기술을 가려 그분야 기초연구에 몰두할
환경과 분위기를 서둘러야한다. 21세기가 멀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