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하오 10시30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2동 가나다제과 앞길에서 서울대
대학원생 한국원씨(27.공업화학과 박사과정.서울관악구신림9동 251의36)가
경찰이 파출소를 습격한 학생들을 해산시키 위해 쏜 권총 유탄에 심장을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한씨는 이날 부인 서윤경씨(24)와 함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본 뒤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 학생들의 시위때문에
차량통행이 막히자 택시에서 내려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다 날아온
권총탄에 왼쪽 가슴을 맞았다.
현장을 목격한 김완기군(22.서울대 공법3)에 따르면 신림2동 파출소
건너편의 가나다제과 옆에서 한씨부부와 함께 시위상황을 구경하던중
시위학생 2명이 파출소 에 화염병을 던지고 뒤로 돌아서는 순간
"탕,탕"하는 총소리와 함게 한씨가 갑자기 쓰려졌다는 것이다.
김군은 "권총탄알을 맞은 한씨를 부인 서씨와 함께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세워 급히 인근 관악성심병원으로 옮겼으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한씨가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말했다.
김군은 "택시 안에서 한씨의 겉옷을 들춰보니 왼쪽 가슴에 실탄이
박힌채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고 말했다.
<> 기습시위.피격 = 서울대생 1백여명은 이날 하오10시15분께부터
관악경찰서 신림2동 파출소에 화염병 수십개를 던지며 기습시위를 벌였으며
학생들의 화염병 투 척때문에 파출소안 일부 집기등이 불타자 위험을 느낀
파출소장 조동부경위(39)와 변두환순경 등 2명은 파출소 뒷 마당으로
대피했다.
조경위와 변순경은 이곳에서 파출소로 접근하는 시위학생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갖고 있던 사과탄 70개를 모두 던졌으나 학생들의 화염병
투척이 계속되자 3.8구경 리벌버권총으로 공포탄 2발씩을 쏘았고 이어
조경위가 실탄 4발을 공중을 향해 발사 한 다음 총탄이 떨어지자 변순경의
실탄 2발을 건네받아 다시 발사했다.
한씨는 이때 파출소로부터 맞은편 쪽으로 신림천을 사이에 두고 1백10M
가량 떨어진 가나다제과 앞길에서 조경위가 쏜 실탄 6발중 1발을 맞았다.
시위가 시작됐을 당시 신림2동 파출소안에는 조경위등 경찰관 4명과
방범대원 5 명등 9명이 근무중이었으나 화염병이 날아들자 7명은 건물
옥상으로 대피하고 조경 위와 변순경은 뒷마당으로 피신했다.
학생들이 던진 화염병중 일부는 파출소 안에 떨어져 팩시밀리 1대등
내부 집기와 벽등이 불탔으며 유리창 4장이 깨졌다.
이곳에서 시위를 벌인 학생들은 이날 하오 2시 연세대에서 서울지역
대학 총학생회연합 (서총련) 주최로 열린 `2학기 진군식''에 참석한 후
하오 6시께부터 2천여 명의 학생들과 함께 연세대앞 시위에 참가했던
학생들의 일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 안팎= 한씨의 사망소식을 듣고 달려온 학생들은 쇠파이프등으로
무장한 채 관악성심병원 출입문을 봉쇄하고 외부인의 병원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당초 2백여명이던 학생 수는 18일 새벽 2시께 1천여명으로 불어나 병원
앞 인도 와 차도를 점거,도로 중앙분리대를 철책으로 막아놓고 연좌
철야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 새벽 2시35분께 최루탄 1백여발을 쏘며 이곳에 있는
학생들을 해산시키려 했으나 학생들이 화염병을 던지며 완강히 저항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병원에는 뒤늦게 연락을 받은 서울대 학생처장 이동진교수등 교직원
5명이 찾아와 상황을 파악한후 한씨의 부인 서씨를 위로했다.
<> 한씨주변 = 전남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481-8 태생인 한씨는 아버지
한주희씨(55)와 어머니 고영옥씨(52)의 3남2녀중 3남으로 순천고를 졸업한
후 지난 83년 서울대 공업화학과에 입학했으며 87년 같은 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장차 교수가 되길 꿈 꿔온 한씨는 대학시절 내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가족들은 한씨가 "온순하고 활달한 성격에 공부밖에 몰랐다" 며 비통해
했다.
지난 89년부터 박사과정을 밟아 온 한씨는 이화여대 영어교육과를
졸업한 부인 서씨와 지난해 12월 23일 결혼, 관악구 신림9동 주거지에서
보증금 9백만원에 월6만원씩 내고 어렵게 생활해 왔다.
한씨 부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고교생등을 상대로 과외교습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이들 부부는 과외교습을 할 학생 가족들에게 인사를 하기위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찾아갔다 귀가하던 길이었다.
<> 경찰조사= 서울경찰청은 이날밤 이인섭청장과 이완구 형사부장등이
현장에 달려가 실탄 발사경위및 당시 상황등을 파악하는 한편, 과잉방어
여부등을 규명하기 위해 감찰반을 투입, 철야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조사가 마무리되는대로 그 결과를 검찰등에 보고, 처리방향등을
지휘받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