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의 합의과정에서 당사자간에 `앞으로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각서가 작성됐다해도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민사상의 청구권까지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7부(재판장 양인평부장판사)는 16일 결혼을 약속한
애인의 승용차를 타고가다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소미영씨(경기도
용인군 이동면 덕성리)가 애인 김모씨(회사원.서울 중랑구 망우3동)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깨고
"피고는 원고에게 2천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소씨가 피고와 결혼을 약속하고 사실혼 관계에
있다고 해서 사고차량에 대한 공동의 운행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이는 민법상의 신의칙에 따른 책임감경사유로 봐야하며 감경정도는
40%가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소씨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은 형사상의
합의과정에서 소씨가 작성해 준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합의각서가 민사소송에서까지 법적인 효력을 갖는다고 보았으나
이같은 합의각서는 소씨가 피고에 대한 형사상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일 뿐 민사상의 청구권까지 포기하는 의사표시로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소씨는 지난 88년 12월16일 하오 7시께 자신의 언니.형부 등 친척
3명과 함께 애인 김씨의 서울3무1193호 프라이드 승용차를 타고 전북
김제군 벽산면 하정리 앞길을 달리다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마주오던
트럭과 정면충돌, 중상을 입자 김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