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태종대 근해에서 파도에 휩쓸려 침몰한 상어잡이배 제302대아호
김영훈선장의 최후는 다른 사람들을 살리기위해 자기의 목숨을 던진 또
하나의 거룩한 희생이었다.
어로작업에 지친 부하선원들이 선창에서 잠들어 있는 틈에 배가 파도에
얻어맞고 기울게 되자 김선장은 이들을 깨워 먼저 구명정으로 옮겨태웠다.
11명의 선원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마지막으로 자기도 구명정으로
건너가려는 참에 밧줄이 끊어지며 그는 파도속으로 실종되었다.
오늘날 삶에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오히려 인간성은 극도로 험악해져
가고 있음을 사람들은 탄식하고 있다. 남이 가진것을 도둑질하고
빼앗아가려고 저지르는 범죄,순간적 향락을 위하여 마약류에 탐닉하는
일,부여자에 대한 성적 폭행,세계제일의 인명사고율을 기록하는 난폭하기
짝이 없는 자동차운전,이런 것으로 우리나라 사람의 일상생활은 뒤죽박죽이
되어 있다.
이 모든것은 인간의 영원한 가치인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접어두고
순간적인 향락과 나태를 앞세우는데서 생기는 과오이다.
인간의 생명을 이해하고 그에대한 애정을 실천하는것은 인간생활의 모든
활동,즉 정치 경제 문화의 출발점이자 종점이다. 이것을 허물지 않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는 사람은 남의 목숨을 돌보기 위하여 내 목숨을
잃게된다. 근자에도 건널목 간수가 열차에 치일뻔한 행인을 구하고 자기
목숨을 내어놓은 일이 있었고 대학생 넷이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자신들은 익사한 일도 있었다. 자기 목숨을 내어 놓으며 이러한 모범을
보인 사람은 생명에 대한 외경심의 명맥이 이나라에 아직도 끊기지 않고
있음을 외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되는 특성이 있다. 사회의 상치위계에 있지는
않았다는것이다. 그들에게는 요즘 세상의 한국사람들이 가진 가장 속물적
속성인 남앞에서 한번 우쭐해보려는 짓거리를 하지않던 사람들이다.
돈을 가지고 우쭐해 보려하고 권력을 가지고 웃쭐해 보려하고 지식을
가지고 우쭐해 보려하고 완력을 가지고 우쭐해 보려는 짓거리,하다못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남보다 빨리 모는것으로 우쭐해 보려는 짓거리까지
있다. 이런것들이 사람을 죽이고 세상을 어지럽게 한다.
푸른 가을 하늘과 엷은 흰구름의 조화와 같은 정서로써 부지런히 일할때는
일하고 즐겁게 놀때는 놀면서 친한이도 낯선이도 사랑하며 반만년을 살아온
우리겨레가 아니던가.
잠깐 여가를 따로내어 차한잔이나 소주한잔을 마시며 김영훈 선장의
일생을 묵념하고 그의 명복을 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