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우즈(신축관이음새)란 배관파이프 중간중간에 연결돼 열팽창에 의해
배관이 폭발되는 것을 방지해주는 요소부품이다.
건축용및 선박 제철소 발전소등에 쓰는 배관망에서는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을 한다.
또 자동차부품으로서도 진동및 소음방지에 필수적인 부품이다.
성진기공(대표 김용호.54)은 바로 이 벨로우즈 한 품목만으로 연간
2백억원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어 주목을 끌고있다.
이 회사의 벨로우즈가 들어가는 냉.난방파이프의 국내시장점유율은
65%이상.
자동차부품용은 미국 포드사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으로 연간
50억원어치정도를 공급하고 있다.
이회사는 최근 말레이시아의 정부기관인 PNB,말레이시아판 현대그룹격인
UMW사와 합작투자 조인을 체결,성가를 드높이고 있다.
성진기공은 이들회사와 18억원을 공동 출자,현지에 공장을 설립하여 내년
하반기에는 자동차부품용을,93년에는 산업용벨로우즈를 생산할 계획이다.
성진기공은 국내시장에 자족하지않고 벨로우즈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사장이 지난 75년 회사를 설립,벨로우즈 한부품만의 생산을
고집하는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전문생산체제로 국내외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엔지니어출신 경영인의 오기에서 비롯된 것.
그와 벨로우즈와의 인연은 2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71년 미국굴지의 에어컨제작업체인 캐리어사의 한국대리점임원으로
재직할때 김사장은 에어컨부품인 벨로우즈를 처음 접했다.
61년 한양공대기계과를 졸업한 엔지니어의 호기심이 발동해 벨로우즈에
관한 국내외 모든 정보를 샅샅이 수집하기 시작했다.
집에는 방하나를 따로 비우고 개인연구실로 사용했다.
유압용 기름이 쏟아져 집안구석구석에 쥐벼룩이 들끓어 가족들의 핀잔도
많았지만 그의 연구열을 끄지는 못했다.
75년 그는 한국대리점 전무자리를 뛰어나와 본격적인 벨로우즈생산에
나섰다. 적어도 벨로우즈부문만큼은 국내에서 최고를 만들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였다.
다품종소량생산체제가 아닌 전문생산방식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건축경기가 좋을때는 냉.난방파이프에 벨로우즈를 사용했고 선박경기가
활황일때는 선박회사에서 벨로우즈 주문이 쏟아졌다.
제철소와 발전소도 파이프라인없이 돌아갈수 있겠는가. 점차 납품하기에
바빠졌다.
성진기공은 벨로우즈를 전문생산하면서 사들여온 기계설비에 불만이
많았다.
정밀도를 요구하는 벨로우즈생산에 범용기계로는 입맛에 맞는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사내 기술진을 동원,아예 기계설비도 자체 제작으로 바꿨다.
반월공장내의 설비중 85%쯤은 벨로우즈생산용이다.
김사장은 벨로우즈생산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벨로우즈로 자동차부품제조에
뛰어들면서 해외진출의 문을 열었다.
그러나 처음은 고전으로 일관됐다.
벨로우즈를 들고 1년반동안 미국 자동차생산도시인 디트로이트를
돌아다니며 "겁없이"납품을 요구했지만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냉담하기만
했다.
미국의 시장관행을 몰랐던 것이다. 기술력보다 회사역사 경영자자질등
절차를 따지는 미국회사들에 일천한 역사를 가진 한국회사로부터 부품을
공급받을리 만무였다.
어쩔수 없이 89년9월 일본 칼소닉사와 합작,OEM방식으로 미포드사에
벨로우즈를 내보낼수 있게 됐다.
미국시장개척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말레이시아와 합작을
성사시키기까지 시장조사를 매우 철저히 했다.
다행히 아세안5개국은"BBC계획"이란 경협을 통해 자동차부품의 호환성을
두게 하고 아세안국가간에 수출시에는 관세혜택이 주어져 선뜻 합작에
나설수 있었다. 또 말레이시아가 자랑하는 프로톤자동차회사가 있지만
미쓰비시부품이 99%인 이 회사에 미쓰비시의 온갖 방해를 무릅쓰고 지난
88년부터 부품을 공급해온 유일한 외국회사인 성진기공을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인정해준 점도 있다.
이처럼 성진기공은 전문생산에 뿌리를 두고 국제화물결로 달려가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생산체제와 함께 미국의 현지생산정책 흐름에따라 미국에
현지공장 건설도 구상하고 있다.
김사장도 행운만 따랐던 것은 아니다. 벨로우즈를 개발할때 계획했던
제품이 나오지 않아 소리내어 운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지난 88년 포드사가 공장내에 자동화기계로 생산되지 않은 제품은 받을수
없다고 하자 설비개체를 위해 작업하던중 손가락 하나가 잘려나가는 시련도
겪었다.
무엇보다 미국자동차회사들이 문전박대할때는 기술력만 믿었던
엔지니어로서의 비애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것 이라고
김사장은 말한다.
성진기공은 미국회사들이 그렇데 따지고 들던 회사 역사가 올해로
16주년이 됐다.
내년쯤에는 미국 크라이슬러의 한모델에 벨로우즈를 납품하게 된다.
GM사에도 꾸준히 노크하고 있다.
김사장은"이제는 탈벨로우즈생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벨로우즈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