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 적자기조가 지속되고 국제적인 자금부족현상이 해소되지
않음에 따라 우리나라 은행들의 해외차입여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
또 차입조건도 외국 금융기관들이 임의로 결정함으로써 국내은행들은
불리한 조건임에도 이를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한국은행 및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금융기관들이 도입하는 3년짜리
장기차관의 평균조달금리(비용포함)는 이달들어 리보(런던은행간금리)에
0.55%를 가산한 수준으로 금년초 리보에 0.4%를 더한 것보다 0.15%포인트
상승했다.
국내금융기관들이 도입한 해외자금의 조달금리는 지난 89년이후
리보금리를 밑돌았으며 지난해까지 리보금리 수준에서 크게 오르지
않았다.
서울신탁은행은 외화대출 등을 위한 중장기 외화재원 조달용으로
6천5백만달러 규모의 차관을 도입했으며 차입기간 3년에 금리는 리보에
0.30-0.35%를 가산한 수준이라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그러나 이 차관의 실제 차입금리는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리보에 0.5%를
가산한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차입조건도 서울신탁은행에 불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차주의 요청에 따라 6개월마다 갱신하도록 되어 있는 리보금리를
반기초에 결정하지 않고 반기말 이틀전에 정하도록 하여 현재 국제금리가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차입자에게 불리한 조건으로 되어
있다.
이같은 차입조건은 최근 다른 국내은행들의 해외차입에도 대부분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은행들의 해외차입여건이 악화된 것은 국제적인 자금부족과
경상수지 적자에 따른 우리나라의 해외차입 확대에 기인하고 있다.
걸프사태가 악화된 지난해말부터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국의 재정 및
무역적자와 통독에 따른 자금수요, 동구 및 소련 등의 자금수요,
BIS(국제결제은행)의 자기 자본비율규제에 의한 일본은행의 대출억제
등으로 자금부족현상이 심화된 반면 국제적인 자금수요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동남아, 중남미 등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을 위한 자금수요가 늘어나고
중남미의 외채상환부담이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의 재정적자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 국제수지는 올들어 적자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국내은행들은 정부의 외자도입 활성화방안에 따라 앞다투어
해외차입을 확대함에 따라 해외차입금리는 계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채권은행들은 국내은행들이 자금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해외자금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점을 악용,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은행들이 도입한 1년이상 장기외채는 지난해 뱅크론(은행차관)
15억달러, 해외채권발행 11억달러 등 모두 26억달러에 달했으나 올해는
이미 39억달러에 달해 작년 수준을 상회했다.
그런데 국내은행들이 올해 도입키로 한 해외자금은 지난해의 2배가
넘는 약 55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은행들의 장기해외자금입이 러시를 이룸에 따라 지난
15일 중장기 외화대출의 융자재원 조달비율 적용시한을 연장, 당초
외화대출중 3년이상 중장기 외화차입금의 비중을 오는 12월31일까지
70%이상 유지토록 했으나 이를 금년말까지 50%이상, 92년말까지 70%
이상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에도 국제수지가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국내은행들의 해외자금도입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차입여건도 크게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하반기에 일본은행들이 자금공급을 확대하면
해외차입여건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무엇보다도 경상수지의
흑자기조회복이 해외차입여건 개선의 지름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