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대군 치사사건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잇따른 분신자살 사태를 막아
보려는 각계 각층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경원대생 천세용군(20.전자계산
야간 2년 제적)이 분신,7시간만인 3일 하오 10시20분께 또다시 숨졌다.
죽는 것이 민주화 투쟁에 하등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재야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강조하고 있는 데도 학생들의
감정적,극단적인 행동이 잇따르고 있다.
학생들이 더이상 생명의 본질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자살행위를 계속할 경우 민주화를비롯한 그들이 내건 어떠한 명분도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을 많은 사람들은 지적하고 있다.
천군은 이날 하오 3시20분께 경기도성남시 경원대 공과대학건물 F관
2층 국기게양대 난간에서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인채 투신,전신
3도의 화상을 입어 학교앞 성남병원,한강성심병원을 거쳐 강군의 시신이
안치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었다.
동료 학생 황기룡군(23.전자공학4)에 따르면 천군은 하오 3시부터 열린
`노정권 타도를 위한 제2차 결의대회''에 참가중 갑자기 온몸에 시너를
뿌리고 2층 난간으로 올라가 "6천 경원인 단결투쟁 노태우정권
타도하자"는 등의 구호를 외친 뒤 라이터로 불을 붙이고 4m아래 분수대앞
땅바닥으로 뛰어 내렸다는 것.
천군은"학우들이 쇠파이프에 맞아 죽거나 꽃다운 청춘을 불사르는 동안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습니까.많은 학우들이 남아 있으니 내 몫까지 투쟁해
준다면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지난해 서울동북고를 졸업한 천군은 89년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에서
영세를 받은 성공회 신자로`한얼민족사연구회''라는 교내서클활동을
해왔으며 지난 3월부터 경원대 학보에 `경원만평''`뺀질이''등의 시사만평을
그려왔다.
천군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버지 천영웅씨(47.부동산업)등 가족 3명이
살고 있는 경기도 고양군 원당읍 신원리 313 집에서 나와 그동안 서클
사무실에서 숙식을 해왔다.
한편 경원대생 1백50여명은 이날 세브란스병원 영안실 주변에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외부인들의 출입을 통제하며 철야농성을 벌였다.
또한 천군이 영세를 받은 대한성공회 서울교구 사제와 청년회원등
1백50명은 이날 하오 10시부터 서울대성당에서 항의 농성에 들어갔으며
사제단은 강군사건 대책회의에 합세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