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이 바그다드를 대공습하기 5-6일전 이라크가 미사일과
탱크등 주요무기를 북쪽지역으로 열차에 실어 옮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국적군의 이라크공습 하루전인 지난 15일아침(이하 현지시각)
이라크를 탈출, 암만-카이로-프랑크푸르트를 거쳐 22일 상오 11시50분
대한항공편으로 귀국한 정우개발 이라크지사의 서순식대리(32.경기도
금촌)는 개전 직전의 목격담을 이렇게 털어 놓았다.
서씨는 전운이 짙게 감돌던 지난 11일 승용차를 타고 바그다드에서
북쪽으로 2백50km가량 떨어진 베이지 비료공장과 4백km떨어진 키루쿡
철도공사 현장으로 출장가는 길에 이같은 대규모 군수장비 이동장면을
직접 보게됐다는 것.
"탱크와 미사일을 가득 실은 열차의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끝이
안보일 정도였다"며"이라크는 이미 전쟁을 각오하고 장기전에 대비,
주요무기를 사우디에서 거리가 먼 북쪽으로 안전 대피시킨 것같다"고
서씨는 술회했다.
*** 전투경험 풍부 지상전서 미군보병 고전 예상 ***
2년간 이라크에 체류하면서 정우개발이 완공한 비료공장과 철도공사의
하자보수 업무를 끝까지 처리하기 위해 혼자 남아있었던 서씨는 "이라크
보병은 사막에서의 적응력이 매우 뛰어나고 전투경험이 풍부해 지상전이
시작되면 다국적군,특히 미군보병이 고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공습직전 바그다드 떠나 암만등 거쳐 귀환 ***
서씨는 특히 현지에서 잘 알고 지내던 한 이라크 정보간부의 말을 인용,
"이라크가 점령한 쿠웨이트 지상에서는 이라크보병을 한명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라며"이들은 다국적군의 공습을 예상,전원 지하벙커에 대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라크군은 이란과의 8년전쟁에서 쌓은 경험덕분으로 게릴라전에
익숙할 뿐 아니라 사막에서 몰아치는 모래돌풍(HALLAS)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미군과 이라크군이 지상전을 벌일 경우 승패를 점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서씨는 덧붙였다.
서씨는 공습이 임박한 15일 상오10시30분께 통과비자만을 갖고 바그다드
공항을 떠나 암만에 도착했으나 다음 행선지의 항공권이 없어 요르단
당국에 의해 입국이 거절됐다가 한국 대사관측의 끈질긴 설득과 노력으로
카이로행 항공권을 구해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라크잔류 현대건설 직원 22명의 소재에 대해 서씨는 "지난 4일 대사관에
모여 만일 전쟁이 발발할 경우 바그다드 동쪽 1백km지점의 농장지역인
카나킨 마을로 집결키로 의견을 모았었다"며"아마 이들은 지금쯤 그곳에
도착,이란국경을 통해 귀국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