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모스크바에서 양국국교수립의 시그널이 동시에 울리고 있다.
영사(처)관계가 맺어진지 불과 석달만이다.
더욱이 3월부터 양국의 국적기가 취항하게 되면 "북방시대"가 우리들
눈앞에 펼쳐지게 된다.
최근 몇년간 한소관계를 보면 대체로 한국측은 정치적인 관계의 진전에
역점을 두어 왔고 소련측은 실질적인 경제관계의 급속한 확대를 겨냥했었다.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마련될때까지는 본격적인 경제진출은 무리라는 것이
한국측의 입장인데 반해 경제진출의 관행이 축적되면서 양국간의 공식적
관계가 발전할것이라는 것이 소련측의 접근방법이었다.
그러나 실제는 소련측이 2년여동안 양국교역규모가 한중교역규모의 10%선에
머물고 있는데 실망하면서 방향을 전환, 한국측의 "정치접근"에 접근해서
실질적 영사관계를 맺었고 이번에 다시 "무조건수교"가 시간문제라는
입장에까지 온 것이다.
이같은 소련의 방향전환은 당연히 기왕의 소련-북한관계는 물론 동북
아시아세계체제에 일대변화를 불가피하게 하고있다.
모스크바에서 한반도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 게오르기 쿠나제 세계경제및
국제문제연구소(IMEMO) 한/일정치문제부장은 최근 일본에서 이와 관련한
새로운 한반도 구상을 밝혀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한소간의 국교수립은 시간문제다 <>소련과 북한간의 동맹관계는
변질되었다 <>소련은 남한의 유엔단독가입을 반대하지 않는다 <>소련과
한국의 관계진전은 미국및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연계되지 않는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는 이어 소련-북한동맹변질의 뜻을 지금까지는 북한과 모든 면에서
견해를 일치시키는 것을 뜻했으나, "신사고"는 북한이 침공을 받았을때
원조한다는 뜻밖에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그의 발언에서 가장 새로운 것은 "남북한 교차승인안"은
논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이 "신사고"는 기왕에 미일이 북한을 승인하고 중소가 남한을 승인하는
균형을 통해 한반도의 적대관계를 평화구조로 바꾼다는 구상에 충격을
주고 또 그 충격을 통해 일거에 동북아냉전체제를 타파한다는 대담한
전략이다.
이같은 소련의 전략은 셰바르드나제외무장관의 장벽발언, 한소외무장관
회담용의 발언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소련이 북한에 동구수준의
개방압력을 가하게 될것이라는 그라체프 소련공산당중앙위원회 국제
정치국장의 발언과 김일성비판기사를 실은 모스크바언론의 캠페인이
계기되고 있다.
국내에서 기왕의 북방정책에 대해 정치적 신중론과 경제적인 신중론이
완강했으며 여기 더해서 북방정책을 대북한관계의 지렛대로만 여기는
관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이제부터 정치적 신중론이나 지렛대이론은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대소수교가 이뤄질것이 가시화한만큼 경제적 신중론도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할 것이다.
무엇보다 북방정책에 경제적 동기를 우선시키는 것이 경제의 시대라는
탈냉전시대에 대응하는 길이며 그것이 또한 남북관계를 올바로 유도하는
바른 길이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