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의 청와대영수회담이후 정치권의 국사처리속도가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빨라졌다.
국회가 오늘 폐회에 앞서 새해예산안을 포함하여 그동안 미루어 왔던 안건
들을 무더기로 처리하게 되어 있으며 전두환 전대통령의 증언과 정호용의원의
의원직사퇴등 영수회담에서 합의된 일부 핵심사항의 연내 실현을 위해 여야
중진정치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치권의 이런 모습을 보는 마음은 여러모로 착잡하다.
그동안 얽히고 설켜있던 매듭이 한꺼번에 풀려나가는 듯한 현실에 한편
으로는 퍽 다행한 일이라고 안도하면서도 어딘지 불안하고 공허한 느낌을
감추기 어렵다.
중요한 국정현안들이 시한에 밀려 졸속으로 처리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수 없다.
막바지에 다다른 국회활동에서 특히 그렇다.
많은 의안들이 당초 우려했던 대로 불성실한 심의와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
5공청산문제와의 연계로 법정기일을 넘긴 새해 예산안은 오늘 가결될 예정
이어서 준예산을 짜야할 사태만은 모면할수 있게 되었다.
또 그사이 상위와 예결위심의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그것이 졸속처리케 되었
다고 비난할수는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1조5,000억원이상을 삭감하겠다던 야권의 기세는 고작 3,360억원
삭감으로 낙착되었다.
팽창예산을 저지하겠다던 약속은 결국 엄포로 끝나게 되었다.
예산만이 아니다.
토지공개념관련 법안들이 큰 손질없이 정부안을 거의 수용하는 선에서 결말
났다.
그밖에 많은 안건들이 보류되거나 내년봄으로 처리가 연기되고 일부는 어물
쩡 처리되었다.
요컨대 쟁점이 될만한 사안들은 거의 뒤로 미루어졌고 일부 처리된 것들도
당초 약속이나 국민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지나간 100일간의 개회기간중 국회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 반성하고 국민
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일각에서 거론되었던 의원세비동결문제와 관련해서 국회는 폐회전에
뭔가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작년에 국회는 의원세비 85% 인상을 획책하다가 호된 여론의 지탄을 받아
12.8% 인상으로 주저앉고 말았고 새해예산에는 18.4% 인상을 계상하고 있다.
경제난국 극복을 위해 각계에서 동결과 자제움직임이 일고 있는 마당에
국회라고 가만 있을수는 없다.
.......... 중 략 ..........
5공만을 연내 청산할게 아니라 구시대적인 정치를 연내에 말끔히 청산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여야정치인들은 하루밖에 남지않은 국회에서 우선 그런 모습을 보이고 불과
열흘남짓한 89년의 모든 일처리에서 그런 모습을 분명히 국민앞에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90년대에는 그야말로 큰 정치, 생산적인 정치,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확실하게 심어주어야 한다.
비록 국회가 출발은 좋지 못했고 과정에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그래도 유종
의 미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폐회 순간까지 깨끗한 마무리를
하고 연말까지의 정치일정이 차분하게 진행되어 새로운 기대와 각오로 90년대
의 개막을 맞게해 주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