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접촉논란은 정파초월, 빨리 수습돼야 ***
인간은 체면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구분된다.
그 특성에서 파생되는 관행으로 비밀의 설정을 들수 있다.
내놓고 할수 있는 언동과 그렇지 못할 것이 구분된다.
동서를 불문하고 국가간 또는 세력간의 교섭에 막후접촉이 큰 역할을 해온
것은 바로 그 체면의 이중성 때문이라 할수 있다.
특히 자신의 권위를 절대시하는 교섭주체일수록 비밀접촉을 활용하는 사례
를 더 많이 남겨 왔다.
최근 논란의 초점이 되고 있는 대북비밀접촉 역시 평양권부의 그러한 특성
을 도외시해서는 실마리가 풀리질 않는다.
김일성집단의 40년 넘게 굳어진 체질은 무엇보다 체면과 인격의 이중성을
극치로 하고 있다.
주체사상이란 개념 자체가 김이야말로 항일투쟁 대미항쟁 인민낙원의 건설
에 이르기까지 무불통지 무소불능의 화신으로서 최고의 인격이고 체면이라는
전제위에 쌓아올린 신화외에 다름 아니다.
이같은 만능의 존재가, "미제"와 그 "주구"로 한결같이 매도해 오는 남한
당국자와 정식대좌를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그의 신민과 신도에게는 어불성설
이 될수밖엔 없다.
그러나 김도 결국 하나의 인간일진대 초긴장의 적대구조를 계속 지탱해
나가는데 한계가 있음을 모를 턱은 없다.
71년 미/중의 극적 접근 직후인 72년 5월 당시 이후락정보부장을 야밤중에
밀사로 받아들여 7.4공동성명을 이루어낸것 부터가 남북한교섭의 비밀주의
불가피성을 입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몇년전까지 어느 공산권을 막론하고 권외세력과의 접촉에서 비슷한 전략을
구사했었으며 고르바초프 등장이후에야 태도가 바뀌어 가는듯은 하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김일가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 간다.
서방을 둘러봐도 고립무원으로 점점 외로워지는데 그렇다고 개방을 하자니
대내적 허구가 무너질까 두렵다.
여기서 도출되는 답은 유일신격의 대내적 체면을 크게 손상치 않으면서
은밀히 손을 내미는 이중적 비밀교섭의 길을 트는 수 밖엔 없다.
이렇게 살펴볼때 박철언 당시 대통령보좌관의 대북 비밀접촉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 1차적 필요성이 가령 북측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쪽에서 그걸 거부할
필요는 없다.
공개대화라면 더욱 좋겠지만 비밀접촉 요구에 응해서라도 저들에게 대화의
유익성을 인식시켜 나가며 시간을 두고 양성화에 까지 접촉을 유도 확대하는
전략을 택할 밖엔 선택이 없다.
........ 중 략 .........
다만 대북접촉창구의 유지에는 몇가지 구비조건이 따른다.
첫째는 상대방이 고도의 교활한 지략을 종횡무진하게 구사하는 변증법
논리의 정예 공산주의 집단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쪽이 아무리 순수한 민족적 양심에 입각하더라도, 할수록 순간
순간 말려들고 이용당하기 쉽다는 위험이 따른다.
둘째는 비밀접촉의 강점과 동시에 약점을 항상 간파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저들의 특수입장을 고려하여 비밀대화를 계속할수 밖에 없는 경우라도 이쪽
에서는 최소한의 내부적절차와 형식을 갖추어 일을 추진해야 한다.
소수의 특정 자연인에 채널이 집중/고정화될때 안팎으로 부터의 악의적
모략이나 의혹에의 대비가 취약하기 이를데 없다.
비밀에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대북창구의 유지활용 문제는 정치적 파쟁의 대상이 될수 없다는
점이다.
여야정당은 물론 여권의 내부에서도 자파의 이익을 위해 국운이 걸린 대북
문제를 편의에 따라 농단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끝으로 모든 조직은 비밀 보지능평을 지녀야 조직이라고 불릴자격이 있다.
공적 조직에서는 마치 생명과도 같다.
어쨌든 이번 논쟁은 빨리 마무리지을수록 이롭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