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원 대표, 토종 OTT 흑자 이끈 애니 덕후 "덕업일치가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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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 국내 최대 애니 OTT '라프텔' 박종원 대표
대기업 박차고 20대 후반 합류
불법 시청 시장 양지화해 수익
작품 공급사와 동반 성장 이뤄
동남아 6개국서 새 도약 모색
박 대표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LG CNS에서 빅데이터 관련 업무를 하고 있어서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고 회상했다. 평소 원피스와 나루토, 블리치 등 인기 일본 만화를 좋아하던 것도 직업을 바꾼 배경이 됐다.
출발은 순탄하지 않았다.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해 한동안 무보수로 일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른 일을 병행해야 했다. 박 대표는 “퇴직금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만화광인 팀원들과 의기투합해 ‘덕후를 위한 회사’를 일구는 데 힘썼다”며 “2016년 정부의 지원 사업 덕에 제대로 된 첫 월급을 받았다”고 말했다.
돈을 벌게 되자 라프텔은 다음해부터 OTT 사업을 본격화했다. 일정 비율에 맞춰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콘텐츠공급사(CP)를 급속히 늘렸다. 넷플릭스에 앞서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스파이 패밀리’의 독점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박 대표는 2022년 최고기술책임자(CTO)에서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박 대표는 회사 경영을 맡은 뒤 시장 확대에 나섰다. 그는 “애니메이션을 불법으로만 보는 유통 시장을 양지화하면서 모바일 앱 월간활성이용자(MAU)가 100만 명을 넘겼고 시장 점유율을 40~50%대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라프텔은 토종 OTT 가운데 2년 연속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박 대표는 안주하지 않았다. 애니메이션 관련 굿즈 판매를 시작했고 자체 애니메이션 제작도 늘리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도 키웠다. 지난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6개국에 진출해 1년 만에 MAU 30만 명을 확보했다.
박 대표는 “애니플러스 현지 법인의 콘텐츠 수급망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빠르게 조직 체계를 갖췄다”며 “애니메이션 불법 시청률이 높은 동남아에서 라프텔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재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성과 못지않게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중시한다. 임직원의 자율성과 책임을 보장해 ‘덕후를 널리 이롭게 한다’는 회사 설립 때 초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는 “누구나 동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며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조직 문화가 회사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직급에 상관없이 닉네임을 쓰고 편하게 대화하며 업무하는 것이 한 예다.
박 대표는 “라프텔을 단순히 돈을 잘 버는 OTT를 넘어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덕후들의 필수템으로 키우고 싶다”며 “스스럼 없이 ‘덕업일치’하며 즐겁게 일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