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왜 우리는 투자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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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연말이다. 연말이면 항상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는 말이 나오는데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당선으로 시작해 딥시크 쇼크와 트럼프 관세를 지나 여기까지 왔다.
그 사이에 우리나라는 계엄을 극복해 새로운 정부를 만들었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을 내딛기도 했다. 이사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되었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역시 전세계 증시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주제를 꼽자면, 역시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한걸음 더 가까이 왔고, 올해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인 테슬라 FSD가 우리나라에도 출시됨에 따라 인공지능이 바꿀 세상에 대해 다들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앞으로도 인공지능의 핵심 인프라인 전력과 반도체의 성장도 지속될 것이다. 올해 마켓칼럼에서도 위의 주제들을 다뤘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연말을 맞이하여,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이 글의 독자 대부분은 아마 어떤 형태로든 투자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텐데, 그 이유는 아마도 다들 다를 것 같다. 내집마련을 위해 투자하거나, 자녀의 교육비 마련을 위해 투자하거나, 또는 용돈벌이를 위해서, 아니면 그저 심심하여 재미로 하기도 한다. 요새는 남들이 다들 하니, 남들 따라 투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노후·기후·AI가 만드는 새로운 생존 구조"
이처럼 투자의 이유는 다양한 것처럼 보지만, 사실은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리스크가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모두에게 관통하는 공통의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노후, 기후위기, 인공지능이다.먼저 노후를 보자. 평균수명의 연장으로 사망시점과 은퇴시점의 불일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는 경제활동을 할 때 노동소득으로 충분한 은퇴자산을 준비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동자이지만, 결국 언젠가 자본가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 경제활동 이전에는 학업을 통해 노동소득을 준비하고, 노동자로서 은퇴이후의 자본가가 될 준비를 하는 것이 경제생애주기 관점의 인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 고령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대부분 은퇴자산이 부족한 결과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역시 피할 수 없는 리스크다. 누군가 지구를 떠나 달이나 화성에서 살 수 있다고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현 시점 기준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행성은 지구가 유일한데, 이 행성은 지금 극심한 기후변화가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에 따라 체감할 수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식량가격 상승이다.
이미 사과(부사) 가격의 상승으로 일부 작물이 기후위기의 영향권에 들어왔는데, 지구 평균기온 상승에 따라 다른 작물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특정 온도를 넘어서게 되면 수분이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라 하니 리스크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에너지전환에 집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으나, 개인적 차원으로는 기후리스크에 대비하는 적절한 금융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은 최근에 많은 이들이 기대와 함께 우려하기 시작한 리스크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어마어마한 생산성 혁명에 주목하지만, 동시에 인공지능의 발전은 결국 노동의 종말을 이끌 것이다. 노동으로부터 해방하여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이라고 반길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는 노동 없이 자본으로부터 충분한 소득을 얻어 생존에 위협에 되지 않을 때의 일이다.
만약 비자발적으로 노동으로부터 이탈하여 소득을 상실한다면, 어느 누구도 이를 자유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정치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할 가능성도 있지만, 개인적 차원에서는 노동상실 리스크를 헤징할 수 있는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장기투자"
이 세 가지는 거의 모두에게 해당하는 리스크이면서, 동시에 금융자산 그 중에서도 주식을 통해 그 리스크를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시간이 흐를수록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무엇보다 장기 기대수익률과 리스크(변동성)이 중요한데, 이에 가장 적합한 자산이 바로 주식이다.책 '주식에 장기투자하라 (제레미 시겔 저)'와 '거인의 어깨(홍진채 저)'에서 이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1802년 이후 2012년까지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주식, 채권, 금, 달러의 수익률을 보면, 주식은 연 6.6%, 채권은 연 3.6%, 금 0.7%, 달러는 -1.4%의 수익률을 냈다. 한국의 경우에도 1986년 이후 2017년까지 코스피는 연평균 8.9%를 했고, 같은 기간 강남 아파트는 5.8%를 하여, 주식이 더 우월한 장기수익률을 보여준다.
그런데 수익률보다 더 놀라운 점은 바로 변동성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수익률이 높은 대신 변동성이 높아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다. 그러나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 통념은 진실과 멀어진다. 실제 S&P500의 1년 수익률을 보면, 1926년부터 2022년까지 97회 중 26번은 손실이었다.
20% 이상 수익이 나는 해도 있지만 40% 손실인 해도 있었다. 그러나 5년 단위로 보면 92회 중 12회, 즉 13%만 손실로 손실인 횟수가 크게 줄어든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30년 투자했을 때다. 수익률은 10~12%로 평탄해지고 어느 해도 손실나는 해가 없어진다. 30년 이상 투자한다면, 손실가능성 없이 10%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이 바로 주식인 것이다. 더 상세한 내용이 궁금한 독자라면 위의 책을 일독하길 권한다.
자, 이제 칼럼의 결론이다. 많은 노동자들이 연말이면 퇴직연금에 납입할 것이고,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낮은 수익률이 또 다시 언론지면에 나올 것 같다. 피할 수 없는 노후, 그리고 점점 커지는 기후위기와 인공지능을 생각한다면, 주식투자에 적극 나서야 하지 않을까? “개별주식”이 아닌 “자산으로서의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