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지중(知中)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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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베이징 특파원
공급망 표준까지 노리는 中
‘카피캣(모방 제품) 중국’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지난 10년(2013~2023년) 동안 세계 인공지능(AI) 논문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2%다. 미국(9.2%)을 제치고 압도적 1위다. 세계 AI 등록 특허 수의 약 70%는 중국이 쥐고 있다.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의 절반 이상(2024년 기준·54%)을 중국이 차지했다.매년 연구개발(R&D)엔 한국 전체 예산을 웃도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데 핵심은 상용화다. 원천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상용화를 위한 실험 개발에 올인하고 있다. 화웨이가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폰을 세계 최초로 내놓고, 중국이 전기차 절대 강국이 된 것도 이 덕분이다.
선진국과 차별화된 과감한 ‘뛰어넘기’로 전 세계 ‘등대 공장’(핵심 기술기업)의 41%를 배출해냈다. 올 들어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3등 기업은 제품을 만들지만 1등 기업은 표준을 만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자율주행, 양자기술,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가격, 물량뿐만 아니라 공급망 표준까지 거머쥐겠다는 포부다.
최근 대만 이슈를 둘러싼 중·일 갈등은 감정의 경제적 비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직후 중국은 즉시 일본 여행·유학 자제령을 내렸다. 중국 내 일본 공연·영화 개봉도 금지했다. 일본 관광·소매업 관련 주가는 곧바로 요동쳤다.
이익·위험, 숫자로 계산해야
감정이 더해지면 정교한 위험 관리가 어려워진다. 지중(知中)은 친중(親中)의 유의어가 아니다. 반중(反中)의 반대어도 아니다. 중국을 정확하게 알자는 의미다. 중국의 어떤 경쟁력과 어느 산업이 한국 경제의 손익계산서에 영향을 미치는지 따져보자는 말이다. 중국의 강점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약점을 과대평가하지 말자는 얘기다. 이런 지중이 결여됐을 때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은 만만치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중국 관련 연구는 갈수록 축소되고 중국 내 연구기관 예산은 삭감 추세다. 중국에 주요 산업 주도권을 뺏기고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한들 그 누구도 면죄부를 주진 않는다.아무리 중국을 외면해도 중국의 경제·산업·외교 전략은 진화할 것이 자명하다. 이를 추적·분석할 수 없으면 결국 정보 비대칭만 커질 뿐이다. 기피하면서 제대로 모르는 상태, 가장 위험한 조합이다. 중국을 정확히 알고(知中) 그 위에 냉정하게 한국의 이익을 설계하는 것. 우리에게 필요한 지중의 경제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