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조선 "3대 경영으로 소형선박 선두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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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승계기업을 가다
(1) 동성조선
해방직후 설립된 포항 최장수기업
예인선·순찰선·어업지도선에 특화
한강 유람선 만들고 친환경 선도
"상속세 부담이 선박 생태계 위협"
해방 직후 설립된 동성조선은 80년 가까이 3대째 가업을 이어오는 포항의 최장수 기업이다. 포스코(1968년 설립)보다 20년 이상 오래됐다. 동성조선은 8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5 기업승계 희망포럼’에서 우수 승계기업에 주는 ‘대한민국 100년 기업상’을 받았다. 한국경제신문은 모범적인 승계를 통해 혁신 제품 개발과 공격적 마케팅으로 기업사의 새 장을 써나가는 100년 기업상 수상자를 차례로 소개한다.
◇국내 소형 선박 건조 부문 선두
김 대표가 동성조선에 합류한 건 2010년이다. 일본 유학을 준비 중이던 그는 잠시 회사 일을 도와달라는 부친의 요청에 몸담았다가 가업을 이었다. 김 대표는 “조선소가 워낙 작업 환경이 거칠어 물려받을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인생의 항로가 예상치 못하게 바뀌었다”고 했다. 입사 후 그는 그야말로 밑바닥부터 궂은일을 도맡았다. 일손이 부족해 현장 검수, 자재 발주, 도면 검토 등 일인 다역을 해야 했다.
한강 유람선 중 가장 큰 아라호가 그가 입사한 첫해 만든 배다. 김 대표가 다양한 방면에서 수완을 발휘하면서 동성조선은 사세를 확장하기 시작했다. 동성조선이 79년간 건조한 300여 척의 선박 중 절반 이상은 김 대표가 회사에 들어온 이후 만들어졌다. 소형 선박제조업 분야에서 10위 언저리에 머물던 동성조선은 지금 선두를 다투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이브리드 친환경 선박 시장 개척
지난해 매출 약 270억원을 올린 동성조선은 주력인 예인선을 비롯해 여객과 차량을 동시에 태우는 차도선, 순찰선, 어업지도선 등 1500t급 이하 소형 선박 제조에 특화돼 있다.김 대표는 2013년 국내 최초 액화천연가스(LNG) 이중연료 추진 예인선 여청 2호를 시작으로 국내 최초 민간 하이브리드 전기 추진 예인선 메타 7호 등 친환경 선박을 성공적으로 건조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메타 7호는 지난 5월 벨기에에서 열린 세계적 조선 콘퍼런스(Tug Technology 2025)에서 올해의 예인선 후보에 오르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김 대표는 “선박도 친환경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며 “동성조선이 소형 선박 시장의 변화를 이끌고 싶다”고 강조했다.
동성조선은 선박 건조를 넘어 선박을 빌려주고 수익을 내는 용선사업과 해상풍력발전기 유지·보수에 필요한 CTV 선박 같은 신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소형 조선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한국이 조선 강국이지만 해외 선사를 상대하는 대형 조선업과 달리 내수 비중이 높은 소형 조선업은 위축돼 있다”며 “막대한 상속세 부담에 승계가 쉽지 않고, 열악한 작업 환경에 승계를 꺼리는 후계자가 대부분이어서 머지않아 선박제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포항=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