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 관리하던 조폭에 수사정보 주고 뇌물 챙긴 경찰 징역 4년

갤럭시Z플립 받고 투자수익금까지 챙겨
밀착 관리하던 조직 폭력 사범으로부터 3000만원 넘는 뇌물을 받고 내부 수사 정보 등을 넘겨 준 경찰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수수), 공무상비밀누설, 수뢰후부정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사건에서 지난달 28일 양쪽의 상고를 모두 기각 판결했다.

A씨는 2001년부터 부산경찰서에서 근무해 온 경찰공무원이다. 사건 발생 당시엔 부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강력팀장(경감)으로, 관할 형사사건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였다.

A씨는 2020년 12월부터 경찰이 ‘우범자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조직폭력배 출신 고철업자 B씨에 대한 집중관리 업무를 맡았다. 그의 동향을 수시로 파악하고 보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게 그의 업무였다.

문제는 A씨가 B씨와 너무 가까워지면서 발생했다. A씨는 B씨 본인이나 지인이 연루된 여러 사건의 내부 수사 정보를 빼돌려 B씨에게 전달했다. 특정 사건 수사 담당자에게 직접 연락해 B씨에게 유리한 쪽으로 수사가 진행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B씨는 그 대가로 A씨에게 시가 125만원 상당의 갤럭시Z플립 스마트폰을 줬다. A씨는 또 B씨에게 “3000만원을 줄 테니 고철 사업을 통해 이 돈을 불리고, 다달이 원금과 이자를 달라”고 요구했고, 총 5850만원을 투자금 명목으로 건넸다. 이후 19회에 걸쳐 3270만원을 투자수익금으로 돌려받았다.

A씨는 뇌물 수수 등 혐의로, B씨는 뇌물 공여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6년에 벌금 6500만원, 추징금 3116만원을 선고했다. 추징금은 A씨가 수수한 뇌물 액수, 즉 3270만원에서 5850만원을 투자해 얻을 수 있는 ‘통상적인 이익’인 278만7500만원을 뺀 2991만2500원에 스마트폰값을 더한 약 3116만원으로 계산됐다. 통상적인 이익 계산에는 민법에서 정하는 연 5%의 법정이율을 적용했다.

법원은 A씨가 받은 스마트폰과 투자수익금을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는 뇌물”로 인정했다. 그가 스마트폰을 받고 B씨로부터 청탁받을 시점에 “B씨가 제공하는 이익과 자신의 직무가 대가적으로 결부돼 있음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다. A씨가 받은 투자수익금은 원금 대비 수익률이 연 60%에 달해 지나치게 고액이라는 점 등에 기초해 A씨가 B씨에게 부탁한 투자는 “실질적 투자가 아닌 뇌물을 지급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재판부는 봤다.

2심은 1심과 대체로 판단이 같았지만, A씨가 5850만원을 투자해 얻을 수 있는 통상적 이익을 계산할 때 민법이 아닌 상법이 정하는 연 6%의 이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투자금 지급 당시 B씨는 고철업 등을 영위하는 상인의 지위에 있었으므로 A씨가 건넨 대여금은 상행위로 인한 금전채권”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통상적 이익은 334만5000원, A씨의 뇌물 수수액은 스마트폰값에 투자수익금에서 통상적 이익을 뺀 2935만5000원을 더한 3060만9000원으로 계산돼야 한다고 정리했다.

항소심은 A씨가 전과가 없는 데다 일부 범행을 인정한 점, 뇌물 수수액이 특가법상 가중 처벌의 하한인 3000만원을 약간 웃도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징역 4년에 벌금 4000만원, 추징금 3060만9000원으로 감경했다.

B씨는 1, 2심 모두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됐다.

대법원은 원심에 대해 “논리와 경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특가법상 뇌물죄와 뇌물공여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