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ce pen' 'Great person'…예측 불허 140분 정상회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취재진에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첫 한·미 정상회담은 25일(현지시간) 예정된 시간보다 긴 140분가량 진행됐다. 당초 2시간 가량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우호적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회담도 길어졌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이날 정상회담 2시간 40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한국에서 사업하기 어렵다"는 '폭탄 선언'을 올리며 긴장감이 한때 극에 달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이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전사다"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는 등의 말도 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 회담 2시간 40분 전 '폭탄' 던진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시작을 약 3시간여 앞두고 SNS에 "지금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purge)이나 혁명(revolution)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그런 곳에서 우리는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진위 파악에 나섰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미국 워싱턴DC에 차려진 현지 프레스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계정인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페이크 뉴스(가짜뉴스)나 이런 것들이 국내에도 많이 뜨는 상황이라 확인을 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투자 확대와 국방비 증액 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대통령에 대한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전날 일본 도쿄에서 워싱턴DC로 이동하는 공군 1호기에서 동행기자단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하는지, 협상의 기술, 거래의 기술에 다 써놨더라"고 했다.

◆ "농축산물·주한미군 얘기 없었다"

이날 정상회담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시장 추가 개방 논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날 확대 정상회담에서는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주한미군 감축 언급도 회담 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언급이 됐을 뿐 구체적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강 대변인은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아예 그 얘기는 없었다"고 했고, 주한미군 규모 관련 논의도 "더 안 나왔다"고 했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한국 관계는 워낙 좋은 관계 아니냐"고 했다고 전했다. 회담 직전 회견에서는 '주한미군 감축 계획'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걸 지금 말하고 싶진 않다. 우리는 친구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군사 전략 변화와 맞물려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논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친중 반미' 오해 벗은 李?

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위대한 사람, 위대한 지도자다. 한국은 당신과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보게 될 것이다.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라고 메시지를 써 전달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당신이 처음이다"라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전했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정말 스마트한 지도자'라고 여러 번 말했다"고 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강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전사다.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여러 사람 앞에서 여러 차례 말하며 친밀감을 보였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최근에도 대화를 가졌는데, 올해 아니면 조만간 제가 방중(訪中)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에게 "같이 가겠느냐. 같이 방중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같이 전용기에 탑승하면 연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같이 가면 좋겠다"고 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특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저희가 중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 李 서명용 펜 마음에 든 트럼프 "괜찮으면 제가..."

이재명 대통령이 공식 행사 시 서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서명용 펜.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 방명록에 이 펜으로 방명록을 작성하고 즉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대통령실 제공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명용 펜을 '즉석 선물'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착해 방명록을 작성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좋은 펜(nice pen)" "도로 가져가실 것이냐" "난 그 펜이 좋다(I like it)" "두께가 매우 아름답다"며 관심을 보이더니 "괜찮으시면 제가 사용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영광이죠"라며 "대통령님이 하시는 사인에 아주 잘 어울릴 겁니다"라고 했다. 이는 예정에 없던 선물 돌발 증정이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측은 "이 대통령이 공식 행사 시 서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작한 펜"이라며 "두 달에 걸쳐 수공으로 제작한 펜 케이스에 서명하기 편한 심을 넣어 제작했고 펜 케이스에는 태극 문양과 봉황이 각인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공식 선물로 금속 거북선과 국산 골드파이브 수제 맞춤형 퍼터, 모자 등을 준비했다. 금속 거북선은 실제 조선업 종사자가 제작한 거북선으로, HD현대중공업 오종철 명장이 제작했다. '맞춤형 퍼터'는 트럼프 대통령 신장과 체형에 맞게 한국에서 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 이름이 각인돼 있다. 모자도 준비했는데, 빨강 모자는 트럼프 대통령, 흰색 모자는 멜라니아 여사용으로 준비됐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가(MAGA) 모자를 애용하나 카우보이 마가 모자는 착용한 적이 없어 특별히 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카우보이 스타일의 '마가(MAGA)' 모자. 왼쪽은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은 멜라니아 여사용이다. 대통령실 제공

◆ 트럼프 "韓 여성 골퍼들은 어떻게 그렇게..."

트럼프 대통령은 확대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에게 "한국 여성 골퍼들의 실력이 어떻게 그렇게 좋은지"물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통령은 "아마 손재주가 좋은 민족적 특성과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여성 프로들은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하루 종일 연습한다고 들었다"면서 "열심히 연습을 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가 되는 것 같다"며 감탄했다고 강 대변인은 전했다.

워싱턴DC=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