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대한생명 분쟁과 商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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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간에도 상도의가 존재하는데 정부기관이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재계에서는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대한생명을 인수한 한화컨소시엄에 대해 국제중재를 신청하겠다고 발표하자 "한 마디로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2층짜리 집을 갖고 있는 집주인이 아래층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다고 칩시다.



3년이 지나 집값이 오르자 집주인으로서는 이미 팔아버린 1층이 아까울 수 있겠죠.그렇다 하더라도 당시 3명이 들어와 살기로 했다가 현재 2명만 입주해 있다는 핑계로 '계약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나가라는 게 말이 되겠습니까?"(대기업 C임원)



대한생명 매각과정은 그 자체가 세련되지 못했다.

외국계 기업들의 불참으로 1∼2차 입찰이 실패하자 3차에 단독 응찰한 한화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까다로운 요구를 내세웠다.



서울은행 매각과정에 '은행 자격'이 없는 론스타의 입찰참여를 허용하던 정부는 대한생명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컨소시엄에 참여해야 한다며 '뒤늦게' 조건을 달았다.



예보는 2002년 9월 초에도 대생의 기업가치를 1조5200억원,지분 51% 인수시 7752억원으로 한화측과 합의해놓고도 뒤늦게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문제제기를 핑계로 추가 인상을 요구했다.

한화측은 "국제입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했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예보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중재는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며 콜옵션(주식을 일정 가격에 되살 수 있는 권리) 가격을 높이거나 손실보상 등 여러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주장,본계약과 무관하게 돈을 더 받아내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물론 한화도 로비의혹으로 고위임원이 구속되는 등 도덕적으로 흠결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공적자금을 최대한 회수해야 하는 정부의 고민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160조원의 천문학적 금액을 공적자금으로 투입한 것은 대외신인도의 하락을 막아 수출지향적인 한국 경제를 살려보자는 이유 때문이었다. 헐값매각 시비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처음부터 제값을 받았어야 했다. 공적자금을 조금이라도 더 찾으려다 정부기관의 신뢰를 잃어버릴까봐 걱정된다.



정태웅 산업부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