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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2021
  • 18:00

    초격차 평양냉면을 만들어 보자 [문정훈의 푸드로드]

    “예전엔 순면을 뽑아내고 감칠맛 나는 육수를 뽑아내는 것이 굉장한 노하우였지만, 이젠 그 노하우가 다 알려지고 또 업체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면서 다 비슷해졌어요. 마음먹고 따라 하려면 거의 똑같이 만들 수 있는 게 평양냉면이 돼 버렸습니다.” 함께 냉면을 먹던 ‘봉피양’의 김 대표가 고민을 토로했다. “우리가 만들어 냈던 차별화 요인이 이제는 사라졌어요. 뭘 해도 금방 카피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그렇다고 평양냉면의 기본적인 속성을 파괴하면서 차별화하는 것은 기존 고객에 대한 배신이라 더 고민입니다.” 나는 돕고 싶었다.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평양냉면냉면은 매우 한국적인 음식이다. 우리가 즐기는 평양냉면은 이미 서울식 평양냉면으로 변형됐지만 그 본질적 특유함, ‘차가운 국물에 차가운 면’은 그대로다. 전 세계적으로 차가운 면을 먹는 식문화는 꽤 있고 차가운 국물을 즐기는 곳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지만, 차가운 면을 차가운 국물과 함께 들이켜는 문화는 한국식 냉면이 유일하다.평양냉면 국물의 원형은 차가운 동치미다. 이 동치미에 꿩, 닭, 소, 돼지 등의 고기를 오랫동안 끓여 낸 육수를 적절히 섞어 맛을 만든다. 그러나 서울식 평양냉면의 최신 트렌드는 동치미의 새콤한 맛은 사라지는 방향이고, 맑고 진한 고기 국물이 강조된다. 옛 기록에 의하면 평양에서 따뜻한 소고기 요리인 어복쟁반을 먹다 남은 육수에 메밀면을 말아 먹는 풍습이 있었는데, 서울식 불고기에 면을 넣는 유행도 여기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메밀면을 말아 먹던 어복쟁반의 육수가 식으면 지금의 서울식 평양냉

    초격차 평양냉면을 만들어 보자 [문정훈의 푸드로드]
  • 17:29

    [경제포커스] 받침돌, 디딤돌 그리고 걸림돌

    코로나바이러스는 점차 잠잠해지는 듯한데, 불안감 바이러스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는 검은 안개가 자욱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 속에 진입해 있고, 당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인플레이션과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태풍에 직면해 있다.정부부채 및 가계부채 증가로 연명하던 한국 경제는 정부 당국자의 우려대로 ‘퍼펙트 스톰(대형 복합 위기)’의 거친 풍랑 속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불안감이 커지면 부유하고 힘 있는 사람들은 금과 달러를 산다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 일반 국민은 정부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 불안한 시대에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정부의 첫 번째 역할은 튼튼한 받침돌이 되는 일이다. 모든 건물에서 받침돌은 잘 보이지도 않고 느낄 수도 없지만, 받침돌이 약해지면 건물은 허무하게 무너지게 된다. 정부는 끊임없이 발생하는 유·무형의 외부 위협에 대응해 모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안보 받침돌이 돼야 한다. 각종 위험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켜내는 법치 받침돌이 돼야 한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튼튼한 재정 받침돌이 돼야 한다.엄중한 국제 외교·안보 상황에서 우리 편을 폄하하고 상대방을 지지하는 듯한 정책과 언행은 안보 받침돌을 통째로 뽑아버리는 행위다. 사람과 사건에 따라 선택적으로 법이 적용되면서 법치 받침돌이 서서히 부서지고 있다. 정부 스스로 ‘부채 파티’의 주최자가 되면서 재정 받침돌에 생긴 틈이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받침돌이 되기를 거부하고 있는 듯하다.정부의 두 번째 역할은 든든한 디딤돌이

    [경제포커스] 받침돌, 디딤돌 그리고 걸림돌
  • 17:28

    [백광엽의 논점과 관점] 대장동, 민관합동 서민 약탈사건

    이재명 경기지사는 국민을 세뇌하려고 작정한 듯싶다. 그제 국감에서도 ‘본질은 단군 이래 최대 환수’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모든 증거와 정황은 대장동 미니신도시가 ‘민관합동 도시 개발’이 아닌 ‘민관합동 서민 약탈’임을 가리킨다. 원주민과 지역주민, 수만 명의 입주민에게 귀속돼야 할 막대한 이익을 가로챈 토건세력에 관(官)이 판을 깔아준 모양새다.임대아파트 의무건축비율(25%)이 4분의 1로 쪼그라든 게 그 증표다. 성남의뜰처럼 공공시행사 지분이 50%를 넘으면 도시개발법에 따라 임대주택을 25% 이상 넣어야 한다. 하지만 여러 편법으로 임대 비율은 6.7%까지 내려갔다. 지방자치단체의 재량권 남용과 고의가 의심되는 임대부지 유찰을 거쳐 1000가구가 넘는 임대주택이 대거 일반분양으로 전환됐다. 서민 주거복지를 희생시켜 설계집단의 주머니에 막대한 현금을 꽂아준 결과다. 서민 몫이 설계자들 주머니로대장동 원주민들도 피눈물을 삼켰다. 행정력을 동원한 밀어붙이기에 땅을 시세의 절반값에 넘겨야 했다. 낮은 수용가에 반발해 소송한 이들이 모두 승소한 데서 공공의 폭력성이 잘 드러난다. 고가에 분양받은 입주민도 모두 피해자다. 지자체가 인허가를 해결하고, 고가 분양 길을 터주니 화천대유의 ‘돈 쓸어담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단군 이래 최대인 5503억원 공익환수’ 주장도 영 민망하다. 환수 내역을 보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받은 사업배당이익(1822억원)과 공원·도로·터널 공사 등 도시기반시설사업 부담액이 전부다. 배당금 1822억원은 최대 골칫거리인 토지 매입 문제를 해결해주는 등 핵심 역할을 수행한 데 따

    [백광엽의 논점과 관점] 대장동, 민관합동 서민 약탈사건
  • 17:27

    [취재수첩] 다른 부처와 정보 공유 않는 기재부

    “아무리 물어봐도 기획재정부에서는 답이 없어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감만 전달해주고 있습니다.”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디지털세 협상 결과와 관련해 답답함을 나타냈다. 정부 관계자가 다른 부처 업무 문제를 기자에게 적극적으로 토로하는 것은 좀처럼 드문 일이다. 하지만 외교부 등에서도 아쉬움을 표했다.협상 과정의 폐쇄성이 문제였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중요한 사안을 놓고 다자간 협의를 할 때는 협의 단계마다 다른 정부 부처와 정보를 공유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시도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협상의 세부 내용이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무 부처만으로는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보 공유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이 같은 폐쇄성은 실제로 여러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대기업이 해당 국가에 생산·판매법인이 없더라도 매출 규모에 따라 법인세를 납부하도록 하는 디지털세(필러1)가 대표적이다. ‘빅테크’라 불리는 글로벌 정보기술(IT) 플랫폼을 겨냥한 법안이지만 엉뚱하게 제조업으로 불똥이 튀며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대상이 됐다. 그 와중에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이 강점을 지닌 금융 및 에너지 관련 산업은 제외됐다. 경제 규모에 비해 글로벌 기업이 적고 기업 이익률이 낮은 중국에는 대상 기업이 없을 전망이다. 협상 과정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한국 산업계의 우려를 취합하지 않았고, 이는 비슷한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과 연합할 기회도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협상 관련 정보의 부족은 기업의 불확실성 증대로 이어진다. 해외에서 15%보다 낮은 법인세를 내고 있는 기업이

    [취재수첩] 다른 부처와 정보 공유 않는 기재부
  • 17:26

    [시론] CPTPP 가입 서둘러야 한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판이 커지고 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에 관한 얘기다. 지난 9월 16일 중국 상무부는 CPTPP 참여 의사를 공식화하며,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질세라 대만 역시 가입 신청서를 곧바로 제출했다. 지난 2월 기존 회원국 외에 가장 먼저 가입 신청서를 낸 영국은 6월부터 공식 협상을 개시했고, 첫 협의가 9월 말 열렸다. 중국과 대만의 가입 신청서 제출과 영국의 협상 개시로 판이 점점 커지는 형국이다.CPTPP의 의미와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 시절로 거슬러 가야 한다.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 미국의 패권 국가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고 인식한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중심 전략(Pivot to Asia)’을 선포하고,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총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TPP)’을 제안하고 협상을 개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TPP 참여를 철회하면서 물거품이 돼버렸다. 미국의 탈퇴로 망연자실하던 TPP 회원국은 일본, 캐나다, 호주 등의 주도 아래 CPTPP 협상을 마무리하고, 2018년 12월 발효시켰다.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언젠가는 CPTPP로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물론 미국 내 상황을 볼 때 당장은 쉽지 않다. 하지만, 중국 견제에 미국과 동조하던 영국은 유럽연합(EU) 탈퇴를 마무리한 후 CPTPP 가입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폭넓은 행보를 아시아 지역에서 보이기 시작했다.그 후 중국과 대만의 가입 신청서 제출로 인해 상황이 또다시 급변하기 시작한다. 중국이 의도하는 바는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무

    [시론] CPTPP 가입 서둘러야 한다
  • 17:10

    [천자 칼럼] 스페인 전기료가 5배 뛴 사연

    ‘돈키호테의 나라’ 스페인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초속 6m의 양질의 바람 자원이 전역에 분포돼 있어 풍력발전에 그만이다. 세르반테스가 1605년 《라만차의 돈키호테》를 발표할 때 이미 풍차가 전국에 널리 깔려 있었다. ‘태양과 정열의 나라’라는 별칭에 걸맞은 뜨거운 햇볕(연평균 섭씨 38~43도)과 드넓은 대지, 낮은 인구밀도는 태양광발전에도 최적이다. 스페인이 ‘탈(脫)탄소 선도국’이 된 게 우연이 아니라는 얘기다.실제로 스페인은 풍력 설비용량 세계 5위(2019년 기준·유럽 2위), 태양광 설비용량 6위(유럽 1위)의 신재생 강국이다. 또 이런 인프라를 활용해 석탄발전과 석유발전 비중을 20년 만에 각각 36%와 10%에서 모두 5%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현재 천연가스 31%, 풍력 22%, 태양광 6%다. 10년 내 원전도 완전 폐쇄하고, 2050년까지 ‘탄소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그런 스페인이 유례없는 전력난으로 1년 새 전기요금이 5배나 뛰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친환경의 역습’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주요 에너지원인 천연가스 가격이 올 들어 3배 이상 오른 데다, 기상 변화로 해안 일대 바람이 줄면서 풍력 발전량까지 전년 대비 20% 떨어졌다. 피레네산맥에 막혀 있어, 형편이 나은 프랑스에서 전기를 끌어오기도 힘들다. 전력대란으로 전기요금이 오르자 수도 마드리드에는 촛불을 켜는 집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스페인을 ‘롤 모델’로 탈탄소 정책을 짰던 독일과 영국 등 다른 유럽연합 국가들 사정도 마찬가지다. 영국 전기요금은 전년 대비 7배, 독일은 연초 대비 50% 올랐다.스페인의 전기요금 폭등 사태가 남의 얘

    [천자 칼럼] 스페인 전기료가 5배 뛴 사연
  • 17:10

    소멸위기 시·군 89곳…돈 퍼붓기 말고 다른 대안은 없나 [사설]

    행정안전부가 89개 시·군·구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정부 나름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방소멸에 대한 우려와 경고가 수없이 나왔지만, 229개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처한 인구 위기의 실상을 계량화·지표화하는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는 없었다. “대책이라는 게 또 재정 퍼붓기인가”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지만, 문제 인식의 시작이란 점에서 주목하게 된다.비수도권 지역이 안고 있는 한결같은 공통의 문제는 단연 인구감소다. 국가 전체의 고민인 저출산에다 청년인구 유출이 겹친 이중의 난제다. 산업과 고용, 교육과 의료, 문화·예술과 소비 등 다방면에서 수도권과 격차가 커지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일자리가 없고 경제기반이 취약하니 사람이 떠나고, 인구가 줄어드니 경제가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빠르게 진행돼 지역 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이제는 상주인구를 조금 늘린다고 바로 풀기가 어려운 고질병이 돼버렸다.급격한 도시화와 함께 빚어진 인구의 대도시 집중은 한국만의 고민거리는 아니다. 일본에도 지방을 중심으로 850만 채의 빈집이 방치돼 있고, 중국은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청년 ‘농민공’ 문제를 안고 있다. 국내에선 날로 개선되는 광역교통망과 IT 기반의 산업 고도화가 쏠림현상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산업화·도시화 차원에서 보면 국가경쟁력과도 연관된 구조적 문제여서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도 없고, 그늘과 폐해만 보며 한탄만 할 수도 없는 딜레마적 고민이기도 하다. 그만큼 난제다.그렇다 해도 덜컥 “재정지원에 나서겠다”는 식은 근본 해법이 못 된다. 15년간 최대

  • 17:09

    中 성장률 '4.9% 쇼크'…글로벌 경제 안전판 어디에도 없다 [사설]

    중국이 지난 3분기에 역대 최저인 4.9% 성장률(전년 동기 대비)을 기록한 것은 부동산개발 업체 헝다의 유동성 위기, 원자재값 급등이란 변수 외에 예상치 못한 전력난과 코로나 재확산이 겹친 결과다. 시장 전망치(5.0~5.2%)를 밑돈 것보다 4%대 ‘추락’이 더 충격적이다. 악재가 다 드러난 것 같은 글로벌 경제에 어떤 복병이 또 덮칠지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중국 정부도 적잖게 당황한 눈치다. 며칠 전 중국 인민은행은 “헝다 문제가 금융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통제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국가통계국은 어제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이미 공동부유(共同富裕), 반(反)독점 규제, 경제의 질적(質的) 전환으로 나아가고 있어 추세적 성장 감속을 돌려세우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 내 빈집(준공 후 미분양 주택 포함)이 1억 채인데도 “헝다 부채 문제를 시장원칙과 법치주의에 따라 해결하겠다”는 방침에서 그런 분위기가 읽힌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중국의 올해 성장률을 일제히 8%에서 7%대로 낮추고, IMF도 내년 중국 성장률을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내린 5.6%로 제시한 배경이다.중국발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면 불똥은 신흥국 경제로 가장 먼저 튈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S&P도 “중국 경제 불확실성 증가가 아시아·태평양 전역의 경제성장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對)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25%대에 달하는 한국으로선 더욱 중국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설상가상으로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공급망 혼란, 유가 급등, 인플레이션 가속, 미국 테이퍼링 예

  • 17:08

    '대장동 4000억' 계좌추적 미적대는 검찰, 특검 자초한다 [사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대해 특별검사를 통한 철저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어제 “대장동 개발은 모범적인 공익사업이 아닌, 민간 특혜만 안겨준 부패사업”이라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개발인지 특검으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경실련이 특검을 도입하자는 이유는 분명하다. 파헤쳐야 할 의혹은 갈수록 쌓이는 데 반해 검찰과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당 대선후보를 비롯한 정치인과 법원·검찰 고위직을 지낸 거물 법조인들이 대거 수사대상에 오른 만큼 검경 수사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도 타당하게 들린다. ‘강제수용 공공택지 땅장사’로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가 모두 1조800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겨가는 개발 구조가 짜인 배경에 대해 정치권 눈치를 보는 검경의 소극적 수사로는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게 경실련 주장이다. 여당 상임고문인 유인태 전 의원도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이미 드러난 검경의 부실 수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장동 게이트 수사의 요체는 천문학적 ‘돈잔치’ 흐름을 파헤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분 7%에 불과한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가 챙긴 배당수익만 4040억원이다. 김만배 씨는 뇌물 755억원, 배임 1100억원의 혐의를 받고 있다. 화천대유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몫으로 700억원이 들어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천화동인 1호가 배당받은 1208억원 중 ‘절반은 그분 것’이란 녹취록 내용의 실체 규명도 시급하다.지난달 초 대장동 사건이 불거진 뒤 이에 대한 계좌추적만

  • 17:01

    [한경에세이] 선의가 진실을 가릴 때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가 떠오르자 기업들도 ‘그린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타벅스는 ‘2025년 일회용 컵 제로화’를 선언하며 전국 매장에 리유저블컵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컵의 소재가 결국 플라스틱 종류 중 하나인 폴리프로필렌(PP)으로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샀다.실제로는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기업이 녹색경영을 표방하듯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Green Washing)’에 대한 소비자들의 분별력은 점점 더 예리해지는 듯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음을 우리는 늘 경계해야 한다. 의도는 선했을지언정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역시도 그린워싱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최근 국내 한 화장품회사는 화장품의 겉면을 종이 재질로 만들어 ‘Hello, I’m paper bottle’이라는 문구를 넣고 친환경 제품임을 강조했는데 실상 그 안에는 플라스틱병이 들어 있었다. 회사 측은 제품에 종이를 더해 플라스틱 사용을 절반으로 줄인 제품이라고 해명했지만 일부 소비자는 ‘모호한 표현으로 고객을 기만했다’며 불쾌해했다.이처럼 환경을 외면하다가는 순식간에 기업가치가 훼손되다 보니 기업 측에서도 ‘녹색활동’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녹색활동의 정의가 불명확해 이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 기준부터 정립될 필요가 있다. 지난해 6월 유럽연합은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분류한 유럽연합 택소노미(EU Taxonomy)를 제정·발표한 바 있다.국내에서도 진정한 녹색 경제활동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해당 경제활동으

    [한경에세이] 선의가 진실을 가릴 때
10.182021
  • 17:20

    [한경에세이] '세브란스의 기적' 뒤엔 …

    우리는 왜 기부를 하는 것일까? 몇 년 전 아름다운재단 조사에 따르면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이어 ‘남을 돕는 것이 행복’, ‘시민으로서 해야 할 책임’ 순이었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지만 그 바탕에는 나눔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구한말 제중원에서 시작된 세브란스병원은 더 많은 사람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열악한 의료환경을 변화시키고 교육을 통해 의학을 자립시켜 발전해왔다. 출발점은 선교사들의 헌신과 이에 대한 자선가의 기부에서 시작됐다. 그 정신은 병원 건립기금을 기부한 미국 독지가 루이스 세브란스 씨의 이름을 딴 병원명에도 잘 나타나 있다. 그래서 세브란스에는 질병의 치료만이 아닌 삶의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고 변화시킬 수 있는 전인적 치료기관이라는 자부심이 있다.세브란스는 우리나라에서 기부를 통해 가장 성공적이고 실제적인 변화를 이끌어 온 기관으로 손꼽힌다. 현재 국내 의료기관 중에서는 연간 300억원이 넘는 가장 많은 기부금을 유치하는 기관이기도 하다.기부로 탄생하고 키워진 세브란스는 체계적이고, 참여적인 기부환경을 만들기 위해 2009년 아시아 최초로 의료분야 캐피탈 캠페인(집중모금캠페인)을 진행해 국내 병원 기부문화 형성을 주도했다. 여기에 직원들의 절반 이상이 자발적으로 모금활동에 참여하고 있을 만큼 조직문화에 기부가 녹아들어 있다. 이런 취지에 공감한 기업인과 가수, 배우 등이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자신의 유산을 병원에 기부하거나 기부를 위한 유언서를 작성해 전달하기도 한다. 세브란스에는 지금까지 약 204억원의 유산기부

    [한경에세이] '세브란스의 기적' 뒤엔 …
  • 17:18

    [다산 칼럼] 다중 인플레와 커지는 레버리지 위험

    현재 한국 경제는 한 측면이 아니라 다중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에 둘러싸여 있다. 이런 인플레이션 파도가 실질소득을 줄이고 생활비를 높여 경제적인 삶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상승이 이자율 변동에 취약한 ‘빚으로 만든 투자’부터 무너뜨릴 형세다. 즉, 부채로 조달한 투자가 원리금 부담 증가로 채무불이행에 빠지기 쉬운 ‘레버리지(leverage) 위험’에 강하게 노출되는 금리 환경이 도래하고 있다는 뜻이다.첫째, 올해 8월 기준으로 원유 수입물가지수(달러표시)는 전년 동기 대비 57.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물가 상승률은 81.2%다. 우리가 수입하는 주요 에너지원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뜻인데,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서 에너지 수요 급증에도 공급이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둘째, 국제 환경규제가 강화되며 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 등 기존의 저렴한 에너지원 활용에 대한 제한이 증가한 것 역시 전기 생산원가를 비롯해 전반적인 에너지 비용의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다량 발생해 공급은 늘리기 어려운데 친환경 전환에 필수적이어서 수요가 증가한 알루미늄 같은 원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예를 들어, 런던금속거래소 기준 8월 알루미늄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올랐다.셋째, 미국의 경기 회복에도 중앙은행(Fed)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나 금리 인상을 아직 시행하지 않아 기존에 공급된 국제 유동성이 실물 자산의 전반적인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따라서 에너지 이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도 광범위한데, 8월 전년 동기 대비(달러 기준) 철

    [다산 칼럼] 다중 인플레와 커지는 레버리지 위험
  • 17:17

    [특파원 칼럼] 中 공동부유, 이상과 현실

    올해 3분기 한국거래소가 유치한 기업공개(IPO) 규모가 홍콩거래소를 앞섰다. 카카오뱅크 등이 상장한 한국은 104억달러(약 12조3000억원)를 기록한 데 비해 홍콩은 62억달러에 그쳤다.홍콩 증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한국의 2.5배 정도다. 두 거래소의 IPO 규모가 역전된 것도 4년 만일 정도로 드문 일이다. 최근 홍콩의 IPO 시장이 그만큼 얼어붙었다는 얘기다.홍콩 IPO 시장 규모는 매년 후반으로 갈수록 커지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올 3분기에도 작년 3분기(161억달러)의 절반 밑으로 떨어졌는데 4분기에는 5억달러로 쪼그라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동기(230억달러)의 46분의 1 수준이다. 상장 꺼리는 中 민간기업홍콩은 중국 민간기업이 해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다. 텐센트 알리바바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가 대부분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다. 미국 증시 상장이 막힌 중국 기업들이 몰리면서 홍콩 증시 IPO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홍콩 IPO가 냉각된 1차적인 이유로는 증시 부진이 꼽힌다. 홍콩 대표 주가지수인 항셍지수는 연초 대비 7%가량 빠졌다. 미국 S&P500지수가 19%,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가 16% 오른 것과 대비된다.해외 투자자들은 홍콩 증시 IPO가 부진한 근본적인 배경으로 중국의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 기조와 그에 기반한 전방위적 규제를 지목한다. 민간기업들이 예전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기업들은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와중에 굳이 이목을 끌어가면서 상장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중국이나 홍콩에서 공개적으로 공동부유를 탓하는 사람

    [특파원 칼럼] 中 공동부유, 이상과 현실
  • 17:15

    [취재수첩] '쌈짓돈'이 말하는 과학기술계의 도덕성

    18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소관기관 53곳 국정감사.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년간 출연연구소 25곳의 징계 건수 2649건(본지 10월 5일자 A4면 참조)을 언급하며 외유성 출장, 향응 등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이사장에게 물었다. 김 이사장은 “우리 조직이 2만 명인데…”라며 대수롭잖게 웃어넘겼다. 2만 명이 5년 동안 몇천 건의 비위를 저지르는 게 무슨 문제냐는 해괴한 논리다. 주 의원이 “그런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추궁하자 김 이사장은 그제야 “근절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NST는 연 예산 5조원을 집행하며 인력 2만3500여 명을 관할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그러나 이사장 공석이 반복되면서 과학계에서 ‘없어도 그만’인 자조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올초 임명된 임혜숙 이사장이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옮겨간 게 결정타가 됐다. 이후 새 이사장 공모가 진행됐으나, 김 이사장 내정설이 파다했고 실제로 그가 지명됐다.주 의원은 “NST가 낙하산에 점령당했고, PBS(개인수탁과제) 등 출연연 내부 문제를 전혀 해결 못하고 있어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는 의견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이 질의에도 “실질적으로 좋아지고 있다”고 엉뚱한 답을 내놨다.과학계의 불감증, 무너진 윤리의식을 보여주는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이날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잔고계정’ 규모는 40억5000만원에 달했다. 잔고계정은 남은 연구비를 교수 개인 통장에 넣어뒀다가 기간 제한 없이 사용하

    [취재수첩] '쌈짓돈'이 말하는 과학기술계의 도덕성
  • 17:14

    [박성완 칼럼] '위드 코로나'가 끝이 아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란 걸 새삼 확인한다. 이젠 음식점에 들어가면서 휴대폰을 흔들어 QR코드를 찍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마스크를 안 쓰면 화장 안하고 민낯으로 밖에 나가는 것처럼 어색할 정도다. 작년엔 확진자가 100명만 넘어도 잔뜩 움츠러들었는데, 지금은 1000명대에도 그런가 보다 한다. 그럼에도 코로나 때문에 제약받는 일상이 1년 반 넘게 이어지자 다들 인내심이 임계점까지 차오른 듯하다. 아직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아니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은 벌써 인파로 북적인다.공식적인 위드 코로나는 다음달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를 출범시킨 정부는 이달 말까지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위드 코로나는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확진자 발생 억제보다 중증환자 관리 중심으로 방역체계를 갖추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점차 완화해가면서 일상을 회복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백신접종 완료자 70%를 기준으로 잡고 있다.코로나 시대엔 곳곳에 명암이 엇갈렸다. 자영업은 줄폐업이 이어졌지만 특수를 누리는 업종도 생겼다. 골프산업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그 와중에 ‘오징어 게임’ 같은 K콘텐츠 메가히트작이 나왔다. 미·중 갈등에 코로나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타격을 입은 기업도 있지만, 글로벌 경쟁력과 미래형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 기업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3분기 주요 상장사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50% 가까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코로나 명암은 자

    [박성완 칼럼] '위드 코로나'가 끝이 아니다
  • 17:13

    [천자 칼럼] 나로호와 누리호

    우리나라가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를 쏘아 올린 2013년까지만 해도 한국은 ‘우주 지각생’이었다. 그나마 러시아 기술을 빌려 세 번의 실패 끝에 가까스로 우주 시대를 열었다.‘나로호’는 우주센터가 있는 전남 고흥 외나로도 지명을 딴 이름이다. 조선시대 국가에 바칠 말을 기르던 ‘나라 섬’에서 유래했다. 당시 나로호 탑재중량은 100㎏, 목표 고도는 300㎞에 불과했다. 엔진은 다 러시아가 만들었다.오는 21일에는 우리 독자 기술로 만든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발사된다.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이름답게 탑재중량이 나로호의 15배인 1.5t으로 늘어났고, 목표 고도는 두 배 이상인 600~800㎞에 이른다. 발사체의 심장에 해당하는 중대형 엔진 등을 우리 손으로 제작했다. 추진체 탱크도 국내 기술이다. 발사대 역시 설계부터 공사까지 국내 기업이 도맡았다.지금까지 다른 나라 도움 없이 발사체를 쏠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 미국, 프랑스, 중국, 일본, 인도, 이스라엘, 이란, 북한 등 9개국이다. 그러나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 발사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6개국뿐이다. 이스라엘, 이란, 북한은 300㎏ 이하만 가능하다.그동안 우리나라의 우주발사 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해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미국은 이미 태양계 탄생의 비밀을 추적할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 지난 16일 발사한 탐사선 ‘루시호’는 인류 최초로 태양계 바깥까지 나갔다가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중국도 같은 날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한 유인우주선 ‘선저우 13호’를 발사했다. 일본 역시 우주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세계 각국의 우주

    [천자 칼럼] 나로호와 누리호
  • 17:12

    [사설] 부실수사에 헛방 국감…대장동 의혹 뭘로 규명할 텐가

    국회의 어제 경기도 국정감사는 ‘대장동 게이트’의 진실을 규명하는 데 턱없이 미흡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지사는 현란한 말솜씨로 의혹을 피해가기 바빴고, 여당 의원들은 이 지사를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 국민의힘은 언론에서 제기된 내용을 되풀이하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부실하기 짝이 없는 데다 국감마저 ‘헛방’이면 무엇으로 대장동 의혹을 규명할지 갑갑하기만 하다.이 지사는 예상대로 진솔한 소명 대신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분’에 대해 “부정부패의 주범은 돈을 받은 사람”이라며 시종 국민의힘 탓으로 돌렸다. 성남시장 재직 시 대장동 개발 최종 결재권자로서 10여 차례 서명하고, 사업 결정방식, 배당금 용도 등에 대해 보고받고 승인해놓고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지면서 지분이 7%에 불과한 민간업자가 배당금을 4040억원이나 챙긴 부분에 대해선 “행정은 투기, 벤처가 아니고, 안정적으로 해야 한다”며 책임을 피해나간 것도 기가 막힌다. 의혹의 핵심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며 “공무원 일탈”이라고 한 것도 ‘책임 떠넘기기’ ‘꼬리 자르기’로 비친다.‘맹탕 국감’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기도와 성남시는 대장동 관련 자료 제출에 협조하지 않았고, 여당은 증인·참고인 채택도 막아섰다. 국민의 알 권리는 안중에 없고, 이 지사에게 ‘셀프 면죄부’를 주기 위해 판을 깐 것이나 다름없다.국민적 의혹은 커지고 있지만, 수사는 갈수록 신뢰를 떨어뜨리

  • 17:11

    [사설] 발표 때마다 더 세지는 막무가내 탄소중립 '폭주'

    2050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어제 2차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8월 발표했던 초안보다 더 강화된 ‘2050 탄소중립 최종 시나리오안’을 제시했다. 초안 발표 후 산업계 반발과 전문가 우려가 빗발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더 센 감축목표를 들이민 것이다. 공상과학 소설 같다는 평가까지 받던 탄소중립 구상은 점점 더 이행불가능한 보여주기로 흐르는 모습이다.이번 최종안은 8월에 내놓은 3개 시나리오 중 상대적으로 강한 규제가 담긴 2개 시나리오를 채택해 더 강력하게 규제하는 방식이다. 최종 2개 안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각각 70.8%와 60.9%로 8월 당시 중간안의 58.8%보다 높은 데서 잘 알 수 있다. 비현실적 기술에 기반했다는 혹평을 받은 탄소감축 방안에 대해 추상적 말만 나열했고, 에너지저장장치(ESS) 구축에만 1248조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해답을 내놓지 않았다.온실가스 40% 감축목표가 비현실적이라는 경제현장의 아우성을 외면한 폭주 행정이 아닐 수 없다. 탄소중립이 ‘가야만 하는 길’이라지만 탄소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조업 중심의 한국이 너무 앞서갈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탄중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연평균 감축률을 4.17%로 잡는 무리수를 확정했다. 유럽연합(EU) 1.98%, 미국 2.81%, 일본 3.56%보다 월등히 높은 목표다. 배출정점에서 탄소중립까지 소요기간도 32년으로 EU(60년), 미국(43년), 일본(37년)보다 훨씬 짧다.앞서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박근혜 정부는 파리협정을 비준하는 등 한국은 단계적 이행에 노력해 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막판에 가속페달을 밟는 모습이 역력하다. 2017년 26.3%로 정했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지난 8월 35%로

  • 17:11

    [사설] "민폐노총이 위드 코로나 위협한다"는 자영업자들의 분노

    자영업자와 대학생 단체가 어제 전국 대학가에 붙인 민노총의 ‘10·20 총파업’ 반대 대자보는 고강도 거리두기에 따른 국민 고통은 아랑곳 않는 민노총 행태를 적나라하게 규탄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103일째 네 자릿수를 넘고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일정이 내달 초로 다가왔는데, 55만 명이 참여해 서울 도심 대규모 집회 등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민노총은 ‘눈치도 없는 민폐노총’이란 것이다.자영업자들의 분노가 희생만 강요하는 정부 이상으로 민노총을 향하는 것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한 자영업자 대상 설문조사에선 “석 달 내 폐업해야 할 상황”이란 응답이 58%를 점했다. 이미 문 닫고 배달기사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도 부지기수지만, 아예 실직자(실업자+비경제활동인구)로 전락한 자영업자만 1년 새 24만7000명에 이른다.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역대 최저인 19.9%로 떨어졌다.그럼에도 민노총이 비정규직 철폐 등 요구를 앞세워 대규모 집회를 밀어붙이겠다는 것은 겨우 잡혀가는 코로나의 불길을 다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자영업자만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비정규직 조합원을 최근 2년 새 30만 명 넘게 늘려 제1 노총 지위에 오른 민노총이어서 비정규직만 눈에 보이고, 자영업자의 절절한 호소는 들리지 않는다는 것인가. 비정규직 철폐 주장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점거농성처럼 자회사 직고용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식으로 전국 온 사업장으로 확산되는 형국이어서 우려스럽다.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그 발단이었다는 점에서 정부 책임도 크다. 대선정국을 이용해 정부에 요구

10.172021
  • 17:52

    [한경에세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혁신

    ‘기업은 주주는 물론 고객, 직원 등 이해관계자 중 어느 누구에게라도 신뢰를 잃으면 절대 번영할 수 없다.’최근 읽은 책 《트레일 블레이저》에서 미국의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기업 세일즈포스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베니오프가 강조한 말이다. 세일즈포스를 창업 22년 만에 시가총액 2700억달러 수준의 혁신기업으로 이끌 수 있었던 건 신뢰를 기업의 최우선 가치로 삼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이 기업이 고객 그리고 사회와의 신뢰를 쌓기 위해 도입한 방식은 ‘1-1-1모델’이었다. 주식의 1%, 제품의 1%, 직원 업무시간의 1%를 사회를 위해 환원하는 것이다. 또한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문제에 의견을 개진하는 등 사회 현안 해결에도 발벗고 나선다. 세일즈포스의 모든 활동에는 서비스 혁신을 통해 사회와 구성원 모두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하는 그만의 철학이 녹아 있다.신뢰를 잃고 위기에 처했던 기업도 있다. 넷플릭스는 2011년 스트리밍서비스로 사업을 전환하기 위해 기존 DVD 구독과 스트리밍서비스를 통합하고 가격을 인상했다. 그러나 DVD 구독에 익숙한 기존 고객의 거센 항의로 두 달 만에 회원 80만 명이 탈퇴했고 주가는 50% 급락했다. 이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수요를 반영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개인화 추천 방식을 도입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통해 다시금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이 두 기업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바로 혁신의 속도가 빠를수록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혁신으로 누군가는 혜택을 얻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불편과 소외를 경험할 수 있다. 디지털화 이면엔 정보 격차의 확산이,

    [한경에세이]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혁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