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깊은 'n년차 직장인'…"MBA진학으로 매너리즘 극복했죠"
“내게 과연 ‘전문성’이 있을까? 더 배우고 싶긴 한데 무리하는 건 아닐까?”

많은 직장인이 경영학석사(MBA) 도전을 앞두고 하는 고민 중 하나다. 직장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들면 전문성 부족을 고민하기 마련이다. 회사 업무에서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지만 자신만의 전문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불안에 빠지기 쉽다. 이런 고민에 빠진 직장인들은 MBA 진학을 한 번쯤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학비, 일과 학업을 병행한다는 점이 직장인의 발목을 잡기 일쑤다.

MBA 과정을 선택한 사람들은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 MBA 진학이 결정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분야를 알아가면서 실무 능력을 키워가는 데 MBA만 한 게 없다는 것이 MBA 선배들의 설명이다. MBA의 어떤 부분이 직장인 그리고 기업 대표에게 도움을 줬는지 한국경제신문이 MBA를 마친 6명의 선배에게 서면 인터뷰로 들어봤다.

▷MBA과정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서일교 한국시세이도 사업관리리더=지난해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올해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사태를 겪으면서 어려움에 대처하기 위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10년 정도 근무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그냥 일을 하게 되죠. 회사 내부가 아니라 바깥에서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 MBA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이성철 AWS코리아 이사=저는 1996년 군 제대 이후 줄곧 소프트웨어업계에 종사했습니다. 글로벌 기업 한국지사장을 맡기도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본사의 전화 한 통에 실직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죠. 40세를 넘기면서 이제는 혼자 일을 잘하는 것보다 조직의 성과를 함께 잘 달성할 방법을 고민하다 보니 MBA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황혜영 더블에이엠 대표=3차원(3D) 프린터 회사인 스트라타시스를 포함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겪은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싶었습니다. 성균관대 EMBA 과정은 미국 명문인 인디애나대 켈리스쿨 MBA도 함께 딸 수 있어서 더 매력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여경민 네이버 서치앤클로바 프로젝트매니저=저는 해외 대학을 졸업해 첫 직장생활을 미국에서 시작했습니다. MBA 과정을 통해 한국 내 조직문화를 배우고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었기에 저에겐 중요한 기회였습니다. 전 직장에서 머신러닝 데이터 수집·분석을 하면서 이 분야를 더 체계적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여러 MBA를 비교한 끝에 비즈니스 애널리틱스에 특화한 KAIST MBA를 택했습니다.

▷MBA 경험이 실무에 얼마나 도움이 됐나요.

▷전빛나 SK텔레콤 부장=건국대 MBA에서는 ‘케이스 페스티벌’이라는 자체 행사를 통해 기업 현장의 사례를 분석하고 토론합니다. 내가 모르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어서 실무에 큰 도움을 줍니다. 수업도 학업의 이론과 현업의 연결을 통해 함께 실행해보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실무에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SK텔레콤에서도 이런 현장과제연구 방식을 도입해 모든 구성원이 좋은 사업성과를 창출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어요.

▷이성철 이사=SW 실무를 하면서 전혀 경험하지 못한 재무관리, 생산관리, 투자론 등의 과목들을 접하면서 직장생활에서의 성공과 실패를 더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저는 MBA 과정을 수료하기 전 한 글로벌 기업의 보안비즈니스본부장으로 이직을 하면서 2년간 회사 매출을 80% 이상 성장시킬 수 있었습니다.

▷여경민 프로젝트매니저=MBA 과정을 통해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다양한 업계 선배들을 MBA 동기로 만나 사업 분석, 케이스 스터디 등을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소통 능력과 넓은 시각에서 문제를 볼 수 있는 자세도 기를 수 있었습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할지 큰 그림을 먼저 그릴 수 있게 됐고, 현업에서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습니다.

▷김경래 NH농협생명 경영기획부 과장=금융업에 종사하는 저에게는 금융투자 트랙의 수업이 업무적 전문성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학부 때 접하지 못한 경영정보 트랙 수업에서는 빅데이터나 간단한 프로그래밍에 대해 배우면서 데이터 분석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황혜영 대표=성균관대 Executive MBA 과정의 마지막에는 ‘응용 비즈니스 프로젝트’라는 과목이 있습니다. 1년6개월 동안 학습한 모든 내용을 집약하는 과정에서 저는 창업이라는 제 오랜 목표를 구상하고, 실현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MBA 과정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일입니다. 창업 이후에도 경영상 문제에 맞닥뜨리면 MBA에서 배웠던 내용을 다시 찾아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서일교 사업관리리더=리더십이나 경영전략 관련 수업 등을 통해 사고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가지 리더십 중 나의 리더십은 어떤 것인지, 어떨 때 어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지 등 이런 고민을 MBA 수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미국 엔론 사태처럼 유명 경영 관련 사례도 더 체계적으로 짚어보면서 분석하는 방법도 배운 기회였습니다.

▷MBA 코스를 밟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성철 이사=저는 공대 출신이기 때문에 재무 관련 과정이 가장 힘들었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동기들과 스터디그룹을 하면서 경영학을 전공한 동기들의 도움을 받아 잘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인문계열 출신 동기들은 제가 협상이나 전략 그리고 IT 관련 과목과 발표 등을 도와주면서 서로 보완하는 팀워크를 만들어 갈 수 있었습니다.

▷황혜영 대표=바쁜 일상을 쪼개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저는 본사와의 협업이 많아 시차 때문에 야근이 많았는데 틈틈이 학업에도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주말 과정이었기에 주말은 학업 집중 기간으로, 주중은 업무 집중 기간으로 정하고 1년6개월 동안 더 바쁘게 더 열심히 살았습니다. 지나고 보면 주말에 좀 더 노력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여경민 프로젝트 매니저=밀도 있는 수업 과정에서 제 진로 탐색도 함께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KAIST MBA는 1년 과정으로 4학기로 이뤄져 있어 수업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됩니다. 잠깐의 여름방학 동안에는 인턴 활동도 했고, 동아리 활동과 학교에서 주최하는 케이스 컴피티션도 참여했습니다. 가을학기 중 진로탐색, 취업 준비 등으로 개인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교수님과의 취업상담, 동기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MBA 정규 수업과정 외에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김경래 과장=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대학원 동문을 통해 더 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습니다. 학업은 물론 트랙모임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쌓는 친분이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자신을 재충전하는 기회를 줍니다. 동시에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을 기를 수 있어 전체적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서일교 사업관리리더=MBA에서 만난 원우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분야에 재직하는 원우들과 같이 수업을 하면서 인맥을 넓히게 됐고, 지식뿐만 아니라 지혜도 배웠습니다. 중앙대 원우회의 슬로건인 겸손, 배려, 화합을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MBA 진학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주십시오.

▷이성철 이사=MBA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과정에 진학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변에 유명 대학 2년제 과정을 수료한 친구가 많지만 저는 임팩트 있게 단기간에 글로벌 MBA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수년 동안 찾아 알토대 EMBA에 지원했습니다. 남들이 하기 때문에 MBA를 하려고 한다면 저는 다시 한번 진학을 고민해 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서일교 사업관리리더=학비도 비싸고 시간도 없는데 과연 만족스러운 선택일지 많이 망설였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짧은 삶에 MBA라는 2년을 투자한다면 남은 40~50년의 삶을 대하는 태도가 바뀔 것입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투자 대비 가장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전빛나 부장=진학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행동력은 곧 시작입니다. 고민과 생각은 사실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결정해야 더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이 최선의 시기이고,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입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