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영유아에 치명적인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세부, 보라카이 등 관광지를 찾는 관광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성인은 가벼운 감기 증상만 보이고 지나갈 수 있다. 하지만 영유아에게 전염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 마땅한 치료제도 없어 예방 접종이 최선의 조치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9월 14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남라나오주에 거주하는 3세 여아가 폴리오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라구나주(1건), 민다나오섬 마긴다나오주(2건), 술탄쿠다랏주(1건), 북부 코타바토주(1건), 마권다나오주 코타바토시(1건) 등에서 환자가 발생했다.

필리핀 보건당국은 4주 이상 체류 또는 관광하는 모든 방문자에게 도착 4주 전 불활성폴리오백신 예방접종을 권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폴리오 발생 지역의 모든 여행자와 체류자를 대상으로 폴리오 예방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폴리오 바이러스는 보통 오염된 물을 매개로 전염된다. 주로 15세 이하, 특히 1~3세 소아에서 많이 발생하고 연령이 낮을수록 예후가 좋지 않다. 감염된 환자의 1~5%는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바이러스는 구강을 통해 침투한 뒤 약 3~35일 정도 잠복기를 거쳐 인두와 장관에서 증식해 국소 림프계를 침범하고, 혈액을 통해 중추신경계에 도달한다. 척수 전각과 뇌간의 운동신경세포를 파괴해 마비 증상을 일으킨다.

폴리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신경 증상에 대한 보존치료를 시행하고 증상이 호전된 뒤에는 마비로 회복되지 않은 부위에 재활치료를 한다. 급성 소아마비에서 회복돼도 일부는 15~50년 동안 약간의 근육 통증, 허약함, 근육퇴화 등을 겪는 폴리오증후군을 겪는다.

예방접종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성인의 경우 과거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면 1회만 접종 받으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총 4회에서 남은 횟수만큼 실시해야 한다.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한 적이 없다면 1~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6~12개월 뒤 3차 접종을 시행한다.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면 첫 접종 4주 뒤에 2회차 접종을 실시하고 이후 6개월 간격으로 맞으면 된다.

영유아는 생후 2개월, 4개월째에 두 번 주사를 맞고 3회차는 6~18개월, 4회차는 만 4~6세 접종이 권장된다.

국내에선 1960년대 감염자 수가 6000명을 상회하다가 1983년 마지막 환자 발생 이후 감염환자는 없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