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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부, 결국 왕우렁이 '생태계 교란생물' 지정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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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우렁이를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해 사육·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던 환경부가 이를 백지화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우렁이농법을 활용하고 있는 농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서다.

    10일 환경부 관계자는 “왕우렁이를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하겠다는 행정예고 이후 농업계 등에서 다양한 우려가 제기됐다”며 “이를 반영해 왕우렁이는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의 고시를 최종 공포할 날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10월 왕우렁이, 리버쿠터, 중국줄무늬목거북, 갈색날개매미충, 미국선녀벌레, 마늘냉이 등 6종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해 국내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내용의 ‘생태계교란 생물 지정고시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자체 심사와 법제처 검토 등을 거쳐 이를 확정할 계획이었다.

    환경부는 왕우렁이가 어린 벼 잎을 갉아먹는 등 농작물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봤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왕우렁이는 토종 우렁이보다 몸집이 크다. 1983년 식용으로 국내에 처음 들어왔지만 1990년대초부터 논 잡초를 먹이로 뜯어먹는 습성이 알려지면서 제초제를 대신하는 친환경농법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2017년 내놓은 ‘외래생물 정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왕우렁이는 농작물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농업계에서는 “이양한 벼가 6주 정도 자란 후 왕우렁이를 투입하고 있어 농작물에 피해가 없다”며 “오히려 화학 제초제 사용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친환경 농법에서 왕우렁이를 대체할 다른 수단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되면 원칙적으로 수입·사육 등이 금지된다. 학술연구 등 제한적 목적일 때에만 승인을 거쳐 허용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행정예고 이후 왕우렁이의 생태계 교란생물 지정을 반대하는 의견이 다수 제출됐다”며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왕우렁이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마련하는 대신에 생태계교란 생물로는 지정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왕우렁이 생태교란종 지정을 검토했다가 취소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2003년과 2007년에도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하려다 농업계 반발에 부딪히자 지정 계획을 취소했다.

    선례가 있음에도 부처 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환경농업단체연합회 등이 개최한 제30차 유기농업기술위원회 모임에 참석한 최낙현 농식품부 친환경농업과장은 “왕우렁이 생태계교란종 지정에 대해 환경부로부터 직접 의견을 받는 게 아니라 법무부 법무담당관실을 거쳐 전달 받는 구조”라며 “해당 부처들은 왕우렁이가 친환경 농업에서 효자 역할을 한다는 인식을 미처 하지 못하고 있고, 다행히 의견수렴 마감 이틀 전에 농림부에서 알게 돼 적극적으로 환경부에 이의제기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구은서 기자
    한국경제신문 문화부에서 문학과 종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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