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정 회장 "4차 혁명 경쟁력은 SW 일꾼…30만 양성 시급"
“소프트웨어 인재 30만 명을 양성하자고 외친 게 벌써 10년째입니다. 바뀐 게 없어 안타깝지만 지금이라도 드라이브를 걸어야 합니다.”

조현정 한국소프트웨어(SW)산업협회 회장(62·비트컴퓨터 회장·사진)이 지난 2월 6년 만에 퇴임했다. 오랜 기간 협회장을 맡아 큰 아쉬움이 없을 것이란 예상은 한마디에 무너졌다. 15일 서울 서초동 비트컴퓨터 사옥에서 만난 조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작년 기준으로 SW 관련 학과 졸업생이 매년 1만3000명가량 배출되고 있지만 현장에서 바로 일할 수 있는 인력은 3분의 1 수준에 그쳐 인력난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소프트웨어 인재 양성을 위해 관련 교육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조 회장은 잘라 말했다.

“인도는 초등학교 전 학년에서 소프트웨어 과목 수강이 필수입니다. 일본은 중학교 3년간 55시간, 고등학교 3년간 70시간의 정보과목을 이수해야 합니다. 우리도 중학교에서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고 올해부터 초등학교 5~6학년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이 수준에 안주해서는 뒤처지게 됩니다. 2015년 이후 35개까지 늘어난 SW 중심대학을 적극 확대하는 등 1년에 최소 5만~6만 명의 SW 인력을 배출해야 경쟁할 수 있습니다.”

의료정보 전문기업인 비트컴퓨터를 설립한 조 회장은 한국 벤처업계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인하대 재학 시절인 1983년, ‘국내 대학생 벤처 1호’로 출발해 30년 넘게 업계에서 살아남은 그다. 2013년에는 대기업 계열사 대표가 아닌, 벤처인으로는 처음으로 SW산업협회장에 올랐다. 1988년 협회 창립 당시부터 함께했던 조 회장은 두 차례 회장직을 연임했다.

조 회장 재임 기간 SW산업협회는 발전을 거듭했다. 2012년 1123개에 그쳤던 회원사는 2019년 1849개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37명이던 협회 직원 수도 2018년 67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그는 “외형적인 성과를 이뤄냈지만 수년간 역량을 쏟은 소프트웨어진흥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퇴임 소회를 밝혔다.

조 회장은 “한국 벤처가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고 제2의 벤처붐을 조성하려면 규제 철폐가 필수”라고 했다. 그는 “일시적인 실험에 그치는 규제 샌드박스가 대표적인 희망고문”이라며 “전면적인 네거티브 규제 확대가 아니라면 지금 상황에서 규제 샌드박스에 신청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미래 인재들에게 ‘창업 정신’을 당부했다. 조 회장은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지 10년 만에 모바일 사회로 변모했다”며 “10년 뒤에는 현재 유망 직업의 80%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청년들이 소모적인 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벤처와 스타트업에 도전해야 할 시기”라는 조언도 했다.

글=장현주/사진=강은구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