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이 22일 집단소송법안을 발의했다. 집단소송 허용 대상을 현행 증권 분야에서 소비자 분쟁, 환경·공해 분쟁 등 전 분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거액의 합의금을 노린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며 “소송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기업의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집단소송제 모든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與

백혜련, 집단소송법 제정안 발의

백 의원은 이날 다수의 집단 분쟁에서 대표 당사자에 의한 집단 소송을 허용하는 내용의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백 의원의 집단소송법은 미국식 집단소송제도의 ‘제외신고 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일정한 기간에 개개인이 스스로 빠지겠다고 신고하지 않는 한 피해자 개개인이 원고가 되지 않더라도 피해자 전원이 손해배상 판결 효력을 받도록 한 것이다.

백 의원은 “분쟁을 해결할 때 현행 민사소송제도로는 절차가 번잡하고 피해구제가 불충분해 피해자들이 집단민원 형태로 문제를 해결하는 점을 감안하면 집단소송제도를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법안 제출 사유를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집단소송제도는 모든 분야에서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기국회 내 처리”

민주당은 집단소송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야당과의 합의로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집단소송법안은 최근 이낙연 대표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이번 정기국회 처리를 제안한 37개 양당의 공통 정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과거 집단소송법에 반대했던 국민의힘도 ‘경제민주화’를 당의 정강·정책에 도입하는 등 진보 성향의 법과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어 향후 여야 협상 과정에 이목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집단소송 분야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률안을 21대 국회 들어서만 총 여섯 차례 발의했다. 백 의원에 앞서 지난 15일 오기형 의원이 관련 법률안을 발의했다. 전해철 의원과 이학영 의원은 지난 7월 7일 각각 공정거래 관련 집단소송법안과 소비자 집단소송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앞서 박주민 의원이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집단소송법안을, 김종민 의원은 현행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집단소송제 확대 법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야당의 반발로 무산됐다.

“소송 남발·기업 경쟁력 약화 우려”

재계에선 집단소송제가 확대되면 소송 남발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걱정한다. 유통업계의 한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잦은 소송으로 인한 폐해가 발생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거나 대상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집단소송제가 확대되면 소송을 제기하는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해 12월 발간한 ‘공정거래 분야의 집단소송제 도입 방안’ 입법보고서를 통해 “거액의 합의금을 노리고 승소 가능성이 작더라도 집단소송을 남발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기업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 법사위도 법안검토보고서에서 “집단소송은 개별 당사자들의 비용이 매우 적게 들기 때문에 패소 부담은 적은 반면 변호사는 많은 보수를 기대할 수 있어 남소 가능성이 있다”며 “집단소송이 제기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업의 대외신인도가 저하되는 등 기업의 대외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