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에서 청와대, 국회 등을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여당에서 청와대, 국회 등을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사당.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 행정수도 이전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행정수도 이전을 재점화한 뒤 민주당 이낙연·김두관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 유력 대권 주자들이 수도 이전의 방법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청와대도 여야 합의를 전제로 수도 이전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1일 “여야가 합의한다면 행정수도 이전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국무회의 등 일부 기능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은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세종에 분원이나 분소를 내는 것을 여당과 이미 논의하고 있다.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여야 간 논의를 지켜보겠다”며 “국민 여론도 살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16년 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바뀔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2004년의 법적 판단이 영구불변한 것은 아니다”며 “2004년과 2020년의 대한민국이 다르고 국민의 생각도 많이 바뀐 만큼 헌재의 판단은 시대에 따라 재정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는 2004년 10월 행정수도 이전의 근거법인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수도가 서울이라는 것은 불문헌법이며, 수도 이전은 헌법 개정 사안인데 국회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이나 국민투표를 하지 않아도 입법 차원의 결정으로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며 “위헌 시비가 재연된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의식 변화에 따라 헌재 결정이 변경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국회에 행정수도완성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대전·세종·충북·충남 예산정책협의회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지역민이 기대에 부풀어 있다”며 한목소리로 환영했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정국의 쟁점으로 재부상한 것은 수도권 부동산시장 안정과 국토 균형 발전이란 명분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낙연 "전면 이전" 김경수 "계획대로 추진"…與 대권주자도 가세
통합당 "위헌 문제 해결이 우선

여권의 차기 대권 잠룡들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제기한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가세했다. 이낙연 의원은 광주시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면적인 행정수도 이전을 목표로 여야 협의가 필요하다”며 “헌재의 위헌 판단이 16년 전인데 당시 관습 헌법이라는 논리가 이상하지 않으냐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 예방차 국회를 찾은 김경수 경남지사도 기자들과 만나 “행정수도 이전은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필요하다”며 “실제로 청와대 이전 예정부지까지 행정중심복합도시 계획에 다 들어가 있다”고 했다. 박 의장도 “수도권은 전국 면적의 11.8%밖에 안 되는데 인구의 과반이 몰리면서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세종 국회가 성사되면 국가 균형 발전과 역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여당 일각에서는 서울대 등 국립대학을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대기업 본사나 국립대 같은 것을 (세종으로) 옮기는 그런 과감한 정책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세종 행정수도 이전의 근거가 되는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과 정의당 등이 행정수도 이전 논의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행정수도 이전의 절차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위헌성 문제가 해결된 후 뭔가 해야 한다”며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행정수도 문제로 관심을 돌리려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의원총회에서 “막연히 운을 띄워 공연히 투기 심리만 자극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게 구체적 계획을 제출하라”고 각을 세웠다.

김소현/강영연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