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코로나 위기에서 더 빛날 투명회계
코로나19로 혼란스러웠던 2020년이 지나갔다. 12월 말 결산법인은 새해 벽두부터 결산에 매달리며 회계감사 준비에 바쁘다. ‘코로나 거리두기’ 때문에 회사뿐만 아니라 회계법인도 어렵다. 해외사업장 방문이 제한돼 재고자산 실사에 입회하는 감사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기 어렵다. 콘퍼런스콜이나 화상회의로 감사 증거 확보에 힘쓰지만 현장에서의 실물 확인보다는 미덥지 못하다. 재고자산 공정가치 평가는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도 크고, 나중에 현금으로 회수될 금액과 직결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 코로나 여파로 조업도가 대폭 줄어들면 그 영향을 평가해 손실을 따로 계상해야 한다. 손실을 줄이려고 발생원가 전부를 생산 수량으로 나눠 단가를 산정하면 자산 과대계상과 판매시점의 비정상적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코로나 극복 이후 철 지난 제품을 제값에 팔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적절한 손상차손을 계상해야 한다. 손상차손 계상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감독당국의 모호한 시그널은 혼란을 초래한다. 코로나로 인해 미래 예상 현금흐름 측정이 더욱 어렵고, 위험 프리미엄 예측도 복잡해 할인율 등 평가 요소를 두고 다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기 결산에서 손상차손을 제대로 계상하지 않으면 차기 이후에 손실이 한꺼번에 터진다. 대우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 건조원가 상승으로, 완성돼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장기 공사에 대한 손상을 제때 계상하지 않고 감추다가 사태가 더 악화돼 쓰러졌다.

회사와 회계법인 및 감독당국 모두 원칙에 맞는 투명회계를 고수해야 한다. 코로나 쇼크는 국가별·업종별 편차가 극심해 회계수치보다는 회계처리의 투명성에 대한 평가가 더 부각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 회계의 투명성 저평가를 바로잡을 절호의 기회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지나친 상장 규제와 신용관리는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

거래가 중단된 매출처에 대한 매출채권 회수가능성과 금융회사의 대출채권 대손확률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 대규모 결손이 발생하는 경우 결손금 이월공제의 실현가능성을 적절히 평가해 이연법인세자산을 계상했는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대한 중요한 의문이 없는지, 차입금에 대한 기한이익 상실이 예상되는 경우 약정사항을 제대로 공시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코로나 관련 중요한 상황 변화는 재무제표 주석에 충분히 공시해야 한다.

해외종속회사를 포함시킨 연결재무제표는 더욱 복잡하다. 회계법인이 교체된 초도감사는 더 문제다. 6년 동안 감사한 회계법인은 정부가 새로운 감사인을 지정해 교체하는 ‘주기적 지정제’가 하필이면 2020년부터 시행됐다. 삼성전자의 경우 37년간 계속 감사하던 회계법인을 교체했는데 연결대상 자회사는 2019년 기준으로 240개가 넘는다. 바뀐 회계법인이 한 차례도 방문하지 못한 사업장이 수도 없을 것이다.

계속감사가 관행인 선진국은 회사와 감사인 간 독립성을 감사위원회가 감시한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의 대주주에 대한 독립성 부족을 우려해 다른 나라에는 없는 주기적 지정제를 실시한 첫해에 코로나가 덮친 것이다. 지정단계에서 시간이 촉박한 짧은 계약기간으로 인한 혼란도 극심했다. 회계법인이 담당 직원 배치도 못한 상태에서 감사계약서에는 현장 책임자를 ‘TBD(to be decided·차후 결정)’로 표기하기도 했는데 선진국 회계감독기구에 적발되면 곤욕을 치를 사항이다. 해외에 동시 상장된 경우는 감사위원회 활동평가를 바탕으로 주기적 지정제의 예외 인정을 검토해야 한다.

감사위원회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을 겸하는 사외이사 1인 이상을 분리선출하도록 상법이 개정됐다. 감사위원이 회계 관련 부정행위를 보고하지 않거나 주주총회 등에서 거짓 진술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감사위원 연명으로 주총에 보고하는 감사보고서에는 수행한 절차가 구체적으로 명시되는데 실제로 수행하지 않았다면 거짓 진술로 소추될 위험이 높다. 감사위원이 회사 또는 제3자에 손해를 끼친 경우 연대 또는 책임비율에 따른 배상책임이 부과된다. 대표이사의 책임은 더욱 엄중하다. 회계투명성 개선이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끌어올릴 발판이 돼야 한다.